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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나는 이제 내 세상을 더 작게 만들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안다.”
두려움에 대한 진솔한 고백과 두려움을 껴안고 살아가는 법
『타임』 선정 2020년 꼭 읽어야 할 책 베스트 100
『두려움에 대하여』는 『에스콰이어』, 『와이어드』, 『내셔널 지오그래픽』 등에 글을 기고해 온 논픽션 작가 에바 홀랜드의 첫 번째 책이다. 이 책은 불안, 공포증, 트라우마 등 ‘두려움’이 우리의 몸과 마음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보여주고, 두려움을 직면하고 극복하려는 한 인간의 노력을 가감 없이 담고 있다.
저자 홀랜드는 고소공포증, 잇따른 교통사고로 인한 운전 트라우마, 그리고 언젠가 어머니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을 품고 살아왔다. 홀랜드는 그 불안이 현실이 되었을 때, 슬픔 속에서 비로소 깨닫는다. 시시때때로 일상을 좀먹는 두려움들과 하나씩 직면해 보기로.
홀랜드는 자신의 삶을 틈입하는 두려움의 근원을 파헤치며, 각종 두려움의 신경과학적·의학적 메커니즘, 연구 현황, 치료법의 역사를 다룬 문헌을 찾아보고, 여러 전문가들과 인터뷰를 통해 두려움의 실체에 다가가려고 시도한다. 이와 함께 EMDR(안구 운동 민감 소실 및 재처리) 같은 의학적으로 인정된 치료나 자가 노출 치료로써 두려움을 떨쳐내고 자기 삶의 단독자로서 살아가려는 노력을 담담하게 들려준다.
홀랜드는 이러한 여정 끝에 두려움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얻는다. 두려움이란 피해야만 하는 것, 삶을 불편하게 만드는 요소가 아니다. 때로는 위급한 순간에 우리 목숨을 구하기도 한다. 나아가 두려움을 극복하려고 무리해서 스스로를 몰아붙이지 않아도 괜찮다고 이야기한다. 우리의 시간은 무한하지 않으며 세상에는 할 것과 볼 것이 많기 때문이다. 자신의 두려움을 인정함으로써 역설적으로 삶의 반경은 더욱 넓어지고, 한층 풍요로워질 수 있다. 내밀한 고백과 지적 탐구가 어우러진 이 용감한 기록은, 두려움과 함께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공감과 응원으로 다가올 것이다.
저자 소개
👩🏫 에바 홀랜드Eva Holland
캐나다 유콘주 화이트호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논픽션 작가. 현재 『아웃사이드』의 기자로 일하고 있다. 『에스콰이어』, 『와이어드』, 『블룸버그』, 『퍼시픽 스탠더드』, 『AFAR』, 『스미스소니언』, 『내셔널 지오그래픽』 등에 글을 기고해 왔으며, 홀랜드의 글은 캐나다 전국 매거진 어워즈 후보에 오른 바 있다. 이외에도 『미국 최고의 자연 과학 기사』(2018년), 『최고의 여성 여행기』(2020년), 『캐나다 최고의 스포츠 기사』(2017년) 등에 실렸고, 『미국 최고의 에세이』(2013년), 『미국 최고의 스포츠 기사』(2013년), 『미국 최고의 여행기』(2009년)에서 여러 차례 주목할 만한 기사로 선정되었다.
📜 목차
프롤로그
1장 두려움에 대한 개인적인 역사
2장 두려움을 느낄 때 뇌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3장 두려움이 현실이 되다
4장 자유 낙하
5장 벽을 오르다
6장 자동차 사고가 내게 남긴 것
7장 공포 치료법
8장 두려움이 없는 사람들
9장 두려움은 왜 중요한가
에필로그: 두려움과의 데탕트
참고문헌
작가 노트
감사의 말
📖 책 속으로
두려움이 어떤 식으로 내 삶을 헤집고 뒤흔들어 놓았는지를 이해하는 일은 두려움이 우리의 몸과 마음에 어떤 작용과 반작용을 일으키는지 파악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또한 공포증과 불안, 트라우마 사이의 연관성을, 그리고 오랜 시간에 걸쳐 우리 사회가 그 각각에 대응해 온 방식을 추적하는 일이기도 했다. 지금까지 살면서 내가 진정으로 깊은 두려움을 느낀 모든 순간들을 검토하기 위해 옛 기억에 쌓인 먼지를 털어 내고 그 기억들을 분석하는 일이기도 했다. ---p.22~23
그때 나는 깨닫기 시작했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보다 우리에게 더 깊은 상처를 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은 사랑과 두려움이 그처럼 단단하게 묶여 있는 이유기도 하다는 것을.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호하고 싶어 한다. 우리는 어쩌면 그들에게 상처를 받을까 봐 두려워하는 만큼 그들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이 될까 봐 두려워한다. -p. 42
공포와 불안의 구별은 유용하고 꼭 필요한 기준선이 될 수도 있지만 애매한 부분이 있다. […] 우리의 감정적인 삶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여러 다른 종류의 감정들을 구별한다. 가장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반응인 일차적인 감정들은 여러 문화에서 발견되고 심지어 다른 생물종에서도 나타나거나 적어도 나타나는 것처럼 보인다. 두려움, 분노, 혐오, 놀라움, 슬픔, 행복이 이에 해당한다. 그 감정들을 원색, 즉 감정이라는 무지개의 기본 요소로 생각해 보라. 빨강과 파랑의 조합으로 보라색의 모든 색조를 만들어 낼 수 있듯이, 더 정밀한 감정들은 일차적 감정들이 섞여서 만들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p.55~56
엄마를 잃고서 그다음에 올 나쁜 소식을 언제쯤 마주할지 마음속으로 준비하면서 늘 움츠러든 상태로 살아가게 될까 봐 무서웠다. 그 두려움은 점점 사라져 갔다. 미래에는 아마도 더 많은 슬픔이 있을 테지만, 예전만큼 두려워하지는 않게 되었다. 결국 엄마의 죽음은 내 두려움을 실현시켰을 뿐만 아니라, 악몽이 현실이 되게 함으로써 그것을 해소시켰고, 그 결과 두려움을 덜 수 있게 해 주었다. ---p.102~103
인간 역시 화학적 수단인 땀을 통해 서로에게 공포를 알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주는 여러 연구가 있다. 그 연구들 중 두 건에 따르면, 피험자가 무서운 영화를 보고 있는 사람의 땀과 무섭지 않은 것을 보고 있는 사람의 땀을 구별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무서운 영화를 보는 사람들의 땀 냄새를 맡은 피험자들의 단어연상 검사 점수가 높아졌는데, 이는 잠재적인 위협이 있을 때 인지력이 높아짐을 보여 준다. ---p.113~114
20대 초반에 몇 번 정도 운전할 때는, 커브를 돌거나 가파른 경사면을 오르던 중에 내가 자갈길 위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그 사고 순간의 감정과 기억이 맹렬하게 밀려온 적이 있었다. 그 둔중하고 사나운 흔들림, 바퀴를 돌렸을 때의 공포와 당혹감, 사고 후 앞유리와 교감을 나누던 차갑고도 차분한 순간들. 대학을 마칠 때쯤에는 그때의 장면이 떠오르는 일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다. 수년 뒤에 알게 되었지만, 그것은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면서 스스로 치유되는 트라우마의 아주 흔한 예였다. ---p. 174
결국에는 본능적으로 어떤 행동을 하게 되었을 때 느끼는 명료성에 의지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내 비이성적인 두려움-두오모 대성당의 테라코타 기와 아래로 미끄러져 죽을 것 같다거나, 바람이 불어 하이킹 코스 밖으로 날려 떨어질 것 같다거나, 젖은 고속도로에서 커브 길이 나오면 차가 곤두박질칠지도 모른다는 믿음-은 언제나 나를 무력하게 만들었다. 그 두려움이 밀려오면 머릿속이 흐려졌고, 동작이 느리고 어색해졌다. 그러나 두려움이 나를 재빠르고 본능적으로 움직이게 한 몇 안 되는 사건에서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전혀 흐릿하지 않았고, 오히려 날카로웠다. ---p. 315
🖋 출판사 서평
일상을 파고드는 불안, 공포증, 트라우마의 문법을 탐색하는
내밀하고도 보편적인 두려움 극복의 연대기
이 책의 저자 에바 홀랜드는 서너 살 무렵 하행 에스컬레이터 꼭대기에서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맨 처음 느꼈다. 이후 고소공포증은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 된다. 잇따른 교통사고는 홀랜드에게 운전 트라우마를 남겼다. 타이어가 접지력을 잃고 미끄러질 듯한 그 생생한 사고의 기억이 떠오를 때마다 고통스러웠다.
홀랜드는 어린 시절부터 줄곧 어머니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을 품고 있기도 했다. 그 불안이 현실이 되었을 때, 주저앉고 만다. 그리고 거기서 시작한다. 일상을 파고드는 두려움과 하나하나 맞서 보기로.
홀랜드는 가족사를 톺아보며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 외할머니의 죽음이 어머니에게 남긴 상흔과 그것이 자신에게 미친 영향을 들여다본다. 홀랜드는 오랫동안 어머니와 부모-자식 관계 이상의 감정적 유대를 맺어 왔다. 어머니를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외할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어머니의 삶에 지울 수 없는 사건으로 남았다는 걸 알았다. 홀랜드는 그런 어머니에게 상처를 줄까 봐, 그런 어머니를 잃을까 봐, 어머니를 잃게 되면 자신도 어머니처럼 살게 될까 봐 오랫동안 불안했던 것이다.(1장 두려움에 대한 개인적인 역사)
뇌혈관 질환으로 어머니를 잃은 슬픔 속에서 홀랜드는 신경과학, 의학, 심리학, 문학 등을 경유해 불안, 공포증, 트라우마 등 각기 다른 이름을 가진 ‘두려움’의 실체를 탐구한다.
먼저 두려움을 “고통에 대한 예기”라고 표현한 심리학자 스탠리 홀의 정의를 인용한다. 기원전 400년경 히포크라테스가 근거 없는 공포를 유발한다고 믿었던 흑담즙부터 시작해 중세, 계몽주의 시대에는 공포증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 살피고, 다음으로 이반 파블로프, 존 B. 왓슨,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연구 내용 등 두려움에 대한 연구를 역사적으로 짚어 본다. 아울러 어린 시절 뇌전증을 앓았던 자신의 경험을 소개하면서 두려움을 물리적 공포 반응과 감정적 느낌 두 측면에서 다뤄 보고자 한다.(2장 두려움을 느낄 때 뇌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어머니의 죽음 이후, 일상으로 돌아온 홀랜드는 두려움에 직면하는 것이 곧 그것을 정복하는 열쇠라고 믿고 개인적인 두려움에 낱낱이 맞선다. 그는 자신의 가장 강력한 육체적 두려움이 높은 곳, 속도, 추락에 대한 것이라고 여겨 스카이다이빙을 시도한다. 이 과정과 함께 홀랜드는 스카이다이버들의 땀을 이용한 최신 연구도 살핀다. 두려움을 느꼈을 때 흘린 땀을 통해 사람들 간에 두려움을 전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4장 자유 낙하)
스카이다이빙의 성공 다음으로 고소공포증을 떨쳐 내기 위한 자가 노출 치료로써 홀랜드는 암벽 등반을 선택한다. 하지만 조금만 높이 올라가도 공황 상태가 찾아왔고, 이에 고소공포증, 나아가 공포증 전반에 대해 알아본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공포증은 고대의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 필요로 했던 합리적인 공포가 잔존한 결과로 보기도 한다. 또한 공포증에는 유전성이 있다는 견해와 천성의 연장선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처럼 공포증의 원인에 대한 이론은 다양하며, 마찬가지로 치료 방법에 대한 이론도 다양하다. 홀랜드는 공포증 치료 연구의 역사를 추적하면서 로보토미나 전기 경련 요법과 같은, 꽤나 암울하고도 극적인 치료법도 상세하게 묘사한다.(5장 벽을 오르다)
홀랜드는 고소공포증 치료의 일환으로 프로프라놀롤 알약 하나로 여러 특정 공포증을 치료해 온 임상심리학자 메럴 킨트를 만나기 위해 암스테르담의 킨트 클리닉을 방문하기도 한다. 킨트 연구의 요점은, 우리의 공포 기억이 강화 과정을 거쳐 “단단하게” 굳기 전에 강화 과정을 방해하여 공포 기억을 수정할 수 있는 잠깐의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강화 과정을 막는 방법은 단백질 합성을 중단시키는 것인데, 이는 단백질 합성을 막는 특정한 약물을 투여함으로써 가능하다. 홀랜드는 자발적으로 킨트 치료의 피험자로 나서면서 두려움에 대한 반응을 억누르거나 무시하지 않고 두려움 자체를 신뢰하는 법을 깨닫는다.(7장 공포 치료법)
이밖에도 홀랜드는 자동차 사고로 인한 운전 트라우마를 극복하고자 EMDR 같은 의학적으로 인정된 치료를 받기도 한다.(6장 자동차 사고가 내게 남긴 것) 또한 놀라울 정도로 침착함을 유지하는 암벽 등반가나 편도체가 없어서 두려움을 느끼지 못하는 ‘환자 S.M.’과 같이 “두려움 없는” 사람들의 사례를 소개한다. 이를 통해 두려움을 유발하는 일련의 자극들과 그에 대한 반응, 그리고 편도체의 역할을 파악함으로써 두려움이 때때로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우리의 생존에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밝힌다.(8장 두려움이 없는 사람들) 마지막으로 갑작스럽고 즉각적인 두려움이 결국에는 홀랜드 자신을 살린 경험을 이야기하며 우리가 두려움이라는 직관을 믿고, 그에 따라 행동해야 할 때가 있음을 고백한다.(9장 두려움은 왜 중요한가)
이러한 여정 끝에 홀랜드는 두려움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얻고, 그것을 진정으로 껴안고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자신의 두려움을 인정함으로써 역설적으로 삶의 반경은 더욱 넓어지고, 한층 풍요로워질 수 있다. 이 책에 담긴 용기 있는 고백은 두려움과 함께하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앞으로의 삶을 살아 내게 하는 힘이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