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현실 속에서 직접 만난 중 가장 위대한 인간은 우리 어머니이다. 그럼에도 중생인지라 몇몇 분야에서는 심각한 결함을 가지고 살아가신다. 그 결함이 합리적인 부분일 때에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까지 상하게 하는 일이 많은데 그 위대한 우리 어머니도 이 부분의 결함을 피하지 못하셨다.
그럼에도 나는 우리 어머니를 세상에서 가장 크게 사랑하여 바른 부분은 그대로 복사하여 살고, 결함은 보완하여 합리적으로는 물론 도덕적으로도 훨씬 발전된 삶을 살고 있다. 도덕적으로 너무 맑아 이익을 잘 챙기지 못해 가족들에게 피해가 가는 일은 근검절약을 극대화하여 해결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 가문의 구성원들도 모두가 평범한 인간들인지라 수많은 작은 결함들이 혼란을 일으키며 다른 집에서 일어나는 분란이 우리 집에서도 똑같이 일어났다.
당장 눈 앞에 떨어진 한스러운 일로 한을 품어도 너무 한이 많은데 수십년 된 한이, 심지어는 없는 한까지 지어내어 한을 품고 타인에게는 과도한 의무를 요구하고 자신들의 권리에 집착하는걸 우리 어머니와 형제 자매도 피하지 못했다.
내가 한을 없애줬는데도 계속 한스러워하고, 스스로 한을 없애는 방법을 알려줘도 한을 창조하는 욕망에 얽매여 진리를 외면하고 고통 속으로 계속 들어가며 사랑하는 사람들조차 해치는 일이 가장 통탄스러웠다.
다른 형제 자매들은 출가 후 어머니를 잊고 자신들만의 삶에 바쁠 때 나는 아픈 몸을 이끌고 수십년동안 홀로 어머니를 모시며 가문을 위해 헌신하며 분란이 없어지기를 바랐다. 사랑 표현은 너무 자주해서 어머니께서 귀찮다고 할 지경이었다.
그러나 그 크고 작은 결함들이 수십년의 세월 속에 누적되어 가문이 망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판단한 후로는 형제자매들은 물론 어머니에게도 사랑 표현을 멈추고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 어머님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나처럼 아픈 몸을 이끌고 가문을 살리기 위해 다시 최선을 다하는 일주일전부터 나는 우리 어머니에게 사랑하고 존경한다는 말을 매일 하게 되고 어머니는 나를 성자대하듯 하게 된다.
아랫 사람의 경우엔 꼭 필요할 때 야단을 칠 수 있으니 사랑 표현을 아낄 필요가 없지만 윗사람의 경우엔 자격이 있을 때에만 사랑하거나 존경한다는 말을 해줘야 한다. 자격이 없을 때 해주면 윗사람을 기필코 망치게 되어있고 그 피해는 아무런 죄없는 아랫사람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쳐 세상을 더욱 혼란스럽게 한다. 이것이 성자가 주도권을 잡지 못한 이 세상 거의 모든 가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다.
모름지기 성자라면 자기 자신과 주변, 인류는 물론 윗사람들도 바로 이끌 책임과 의무를 느껴야만 한다.
다시 우리 어머니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쏟아내기 시작한 계기는 다음과 같다.
어머니 집의 재개발시 또 다시 발생한 가족 불화로 가문의 재산이 거의 반토막 나는 결정을 하는 걸 온 몸을 던져 막고 어머니와 같은 도시에서 살게될 누나에게 아파트 한 채의 분양권을 넘겼다. 서울로 이사하는 내 대신 근처에서 어머니를 모실 수밖에 없는 누이에게 미리 유산상속을 한 것이다. 그렇게 어머니의 재산을 축소시키고 남은 재산을 어머니 사후에 형과 여동생 그리고 어머니를 봉양해온 유일한 남의 자식에게 넘기기기로 약속하고 나는 성자답게 제사만 떠안아 나의 희생으로 가문을 구했다는 자부심을 챙겼다.
그런데 일주일 전에는 또 어머니에게서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듣는다. 재개발의 이익을 가문에게 돌리려 누나와 어머니의 집을 바꾸는 바람에 어머니의 노인 일자리가 사라진 것이다. 그래서 어머니께서 집을 바꾼 손해가 너무 막심하다며 누나한테서 개금집을 다시 찾아와야겠다고 하기에 내가 막 야단을 쳤다.
그러면 지금 엄마 곁을 지키는 누나도 나처럼 이용만 하고 빈손으로 버릴 거냐고...
왜 엄마는 평생을 위대해 놓고 늙어서 위기의 순간이 오니 자식을 희생시켜서 자기가 잘되려고 하냐고... 대부분의 보통 인간들과 같이 합리적으로 살지 못하니까 단 한 명의 며느리나 사위도 엄마랑 함께 살려하지 않고 심지어는 자식들 중에도 함께 살기를 거부하는 사람이 있는거라고...
늙으면 부모는 재산이 한 푼 없어도 자식들을 믿고 살면 되는거라고... 엄마의 자식들이 평범한 중생들인지라 망상에 빠져 혼란 속을 헤매고 있지만 알뜰하게 사는 부모가 돈이 없어 고통받도록 내버려둘만큼의 악인은 아닐거라고... 나는 평생 생활비를 주어왔고 여동생도 지금은 작은 액수의 생활비라도 주고 있지 않냐고...
수십년 동안 엄마를 모신 공로를 인정받지 못해 억울하고 분하지만 엄마와 형제 자매들을 설득하여 집안을 바르게 이끌기 위해 유산조차 포기하고 의무만 짊어진 나의 헌신과 그 누구도 억울하지 않게 하는 나의 지혜조차 믿지 못하고 또 불합리한 생각을 해 가문을 분란 속으로 끌어들이려 하냐고...
그랬더니 잘못했다고 하더라! 그리고 그후로는 내가 무슨 말을 하면 신도들이 교주의 설교를 듣듯, 제자들이 스승의 가르침을 듣듯 경청하는 모습을 보인다.
우리 어머니의 초강력 성품을 생각하면 이런 고백과 경청은 가히 기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성자 아들을 둔 덕분에 잘 하면 우리 어머니께서 득도하고 돌아가시겠다.
PS : 유교적 관습대로, 시대 상황에 따라 남들 다하는대로 딸들을 아들들과 차별했던, 차남을 장남과 차별했던 젊은 시절에 대해서도 반성을 하신다. 이렇게 남들이 다하는 악행에 대해서도 반성을 해야 성자의 길이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