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다시피 전 아들 하나와 딸 하나가 있습니다.
가끔 내가 아들만 있거나 딸만 있었으면 유전자에 대해 발견하는 것이 팍 줄었을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해빈이는 정말 신기할 정도로 아빠를 닯았습니다.
태어날 때 눈썹이 진한 거 보고 처음부터 놀랐지요.
나는 눈썹 숱이 적어 고등학교 때부터 그리고 다녀야 했는데
얘는 뱃속에서 나오자마자 빗어야 될 것 같애.. 속눈썹도 세서미스트리트 코끼리 마냥 길고..
머리도 반곱슬입니다. 그래서 좀 길면 손가락으로도 잘 넘어가죠.
백혈병환자 돕는 기부행사에서 아이들이 암환자 친구들처럼 머리를 밀어버리는 행사가 있었는데
해빈이가 할까했지만 남편이 극구 반대했습니다. 그러다가 다시 나는 머리카락은 완전 곱슬일수 있다.
나도 중학교 때 박박 밀기 전에는 직모였다며...
해빈이가 좋아하는 음식은
라면, 밥, 국, 닭고기, 김치, 월남국수, 제육볶음 등이고
싫어하는 음식은
치즈(온갖 종류의 치즈 다 싫어함)
버섯, 해산물, 아보카도 등 주로 물컹물컹한 질감의 음식을 싫어합니다.
단 것도 별로, 아이스크림, 케익, 요거트도 별로... 디저트 류 안먹고
밥 좋아한다는 게 애들 아빠와 똑같습니다.
음악은 어떻구요.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노래를 불러주었건만 음감은 영 아니올시다 입니다.
피아노도 못하고 다른 악기에는 아예 관심이 없고
혹시나 리듬감은 좀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한 30%정도밖에 기대 안합니다)
드럼 연습을 시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교회에서 같이 찬송 부를 때 이게 몇분의 몇 박인 것 같니 하면 ... 여전히 모릅니다....
하지만 미술은 어떨까요.
교회에서 주일학교 엄마가 교사를 할 때 해빈이는 오늘 배우는 단어들을 칠판에 쓰고 그 옆에 설명하는 그림을 그립니다.
멍에를 배우면 고삐 잡힌 말머리를 그리는 식이지요.
추수(물론 영어로) 옆에는 볏단 묶어 놓은 것 그리고..
그럼 한국애 통가애 섞인 학생들이 잘 배웁니다. 언어의 카툰 이미지화에 좀 능합니다.
간판장이 아비에 서예가 두 할아버지, 미술에 재능있는 고모와 이모를 두지 않았겠습니까, 얘가.
체육은 어떨까요.
유연성은 확 떨어집니다. 애비가 아직 수영을 못하고 잠수 전문인 것을 보았을 때
이정도 물에 떠다니는게 다행이다 싶지만 그렇게 수영에 투자를 했건만 아직 25미터를 자유자재로 못간다는 데 좀 억울하기도 합니다
집에서 세븐힐 역까지 15분 정도 걸리는데 걷기 싫어합니다. 엄마도 거기서 출근 버스를 타니 같이 걸어 가자고 하지만 되도록 아빠가 태워주는 차를 타려고 하죠. 오늘도 저는 혼자 걸어서 역까지 갔습니다. 해빈이는 아빠와...
남편은 걷기 싫어하는 걸로 동네에 유명한 사람이구요.
하지만 학교에서 제일 재미있는 시간이 체육이라고 할 정도로 친구들과 공가지고 노는 것은 좋아하는 듯 합니다.
한자 실력이 놀라와요. 형, 언니를 제치고 다니던 한국학교에서 한자 급수 시험 1등을 했고 지금도 6급한자를 배우는데 시험보면 하나도 안틀린다고 합니다. 아마도 비주얼에 능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고 이것 역시 서당을 하실 정도이던 할아버지들에게서 받은 격세 유전이라고 할 밖에... 한국도 아니고 호주에서 말이죠.
아직도 한번도 반항을 한 적이 없어요. 그리고 자신의 배경, 한인, 기독교 집안, 별로 유복하지 않다는 것에 대해 별 불만이 없는 듯합니다. 생일에 드럼셋트와 콘솔게임 세트(플레이스테이션3)를 선물 받았는데 자기 때문에 돈 너무 많이 쓴다고 계속 부담스러워했죠.
하긴 얘는 컴퓨터 게임과 친구들과 채팅할 시간만 확보해주면 석 달은 행복하게 지낼 거예요..
미루는 어떨지 잘 아시죠.
눈썹숱과 머리숱은 적습니다. 그나마 이모 닮아 머릿결은 찰랑찰랑해서 다행입니다.
눈 작고 입 큰 것은 엄마랑 똑같고 쌍꺼풀도 없고...학교에서 아이들이 눈작다고 놀릴 정도...
이 동네 애들이 촌스러워서 아시안을 많이 못봤거든요.
해빈이 속눈썹을 미루가 가졌으면 좋았을 텐데..ㅋㅋㅋ
또 미루는 욕심이 많아요.
지금 걸가이즈(한국의 걸스카우트), 무용(발레,탭, 재즈), 피아노, 합창, 한국학교 활동을 하고 있는데
여기에 곧 수영 다시 시작할 거고 첼로를 새로 배울 예정입니다. 얘는 바이올린을 하고 싶어했는데 남편과 저는 바이올린 연습시 나는 초보적인 끽끽 소리보다 첼로의 중후한 소리가 낫지 않을까 싶어 첼로를 권하고 있습니다.
남들이 해보는 것은 다 해보고 싶어합니다. 방송국에서 하는 노래 오디션 프로그램에도 나가고 싶어했는데
동네 독창대회 나가서 입상못하고 잘하는 애들이 훨씬 많다는 거 알게되니 좀 현실적이 된 것 같습니다.
먹는 것은 해빈과 반대.
치즈를, 모든 종류의 치즈를 좋아하고 국물 있는 것은 질색이고 몸 크기에 비교해서 과일을 먹는 양이 엄청납니다.
엄마가 운동할 때는 옆에서 따라 하려고 합니다.
요즘은 제가 가드닝에 빠져서 텃밭 일구고 있는데 옆에서 조그만 인형의 정원, 페어리 가든fairy garden만든다고 같이 설칩니다.
잘 울고 책 잘보고 공상에 빠져 있고 무대에 나가는 거 좀 좋아하고 이런 거 저랑 똑같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세상에서 가장 좋아한 게 연극이었어요. 책 다음에 연극이라고 일기장에 쓰여있습니다.
꽃 좋아하고 예쁜 거 좋아하는 거 보면 엄마 생각도 납니다. 모계유전 무섭구나 싶고.
미루를 보면 내가 어렸을 때 모습과 내가 내 자신의 모습중에 싫어하던 모습을 고치려고 내가 어떻게 노력했나 하는 게 떠오릅니다.
지독히 감상적이었는데 그게 싫어서 무던히 노력했지요.
지금은 논리적이라는 평가를 훨씬 많이 받습니다. 그만큼 감수성도 무뎌졌지만 살기는 더 낫습니다.
매일 매일 발견하는 것이 얘가 아빠를 얘가 나를 얼마나 많이 닮았나 하는 것이지만
다른 점도 있지요. 이건 호주의 환경이 아이들에게 주는 것이겠죠. 미루의 언어능력은 영어에 특화되어서 못외우는 가사가 없고 못읽는 책이 없지만 한국어는 글쎄요...
지금 중요한 것은 아이들에게 '너는 이렇다'나 '내가 이랬으니까 얘는 이럴 것이다'라고 예단하지말고
그냥 처음보는 것처럼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권면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직 애들은 가능성이 많은 존재니까요.
첫댓글 ㅎㅎ 유전자의 힘!
아주 좋네, 잘 키우고 있다!
맞다. 부자 모녀의 유전의 일치. 그러고 보니 눈섭은 모계 유전 인가부다. 해빈이의 미술과 한자는 특출하더라. 미루가 눈이 작은거 아쉬워말아라. 동양미인은 눈이작다. 대신 야무지고 다부지더라 미루의 욕심은 의욕이 넘친다는 건데 어른들의 욕심이 문제이더라. 음악에 입상을 못해서 섭섭했겠다. 그대신 무용을 잘하지 안니 에미가 무용을 좋아했다는 것을 나는 모르고 살았구나. 예단하지 말고 가능성을 보되 한 두가지를 집중하게 하는게 좋을것같다.
[미루가 눈이 작은거 아쉬워말아라. 동양미인은 눈이작다] 맞아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