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나의 종이다. 이스라엘아, 너에게서 내 영광이 드러나리라. 이제 주님께서
말씀하신다. 그분께서는 야곱을 당신께 돌아오게 하시고, 이스라엘이 당신께 모여들게
하시려고, 나를 모태에서부터 당신 종으로 빚어 만드셨다. 나는 주님의 눈에 소중하게
여겨졌고, 나의 하느님께서 나의 힘이 되어 주셨다." (49,3.5)
"너는 나의 종이다. 이스라엘아, 너에게서 내 영광이 드러나리라." (3)
여기서 '종'에 해당하는 '아브띠'(abdi)는 '섬기다','일하다'는 의미의 '아바드'(abad)
에서 유래하며 주인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의 소유물인 노예나 왕국의 가신(1사무19,1)을 언급하거나 상대방에
대한 겸손을 나타낼 때에 사용한다(창세33,5).
그러나 본문에서 이 종은 주님을 지칭하는 1인칭 접미어와 결합하여 '주님의 종'으로
표현되고 있다.
'내 영광이 드러나리라'에 해당하는 동사 '에트파아르'(ethpaar)의 원형 '파아르'
(paar)는 어떤 물체가 찬란하게 반짝이는 모습을 나타내는 어원에서 유래한 단어로서
아름답게 장식하거나 영화롭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본문에서는 재귀형으로 사용되어 하느님께서 당신 자신을 영화롭게 하시되 그의 종을
통해서 그렇게 하실 것을 나타내고 있다.
여기서 '너에게서'로 번역된 '뻬카'(beka)는 '메시야의 삶과 일(사명)을 통해서'
라는 의미이다. 오직 주 하느님의 말씀대로만 사는 메시야의 삶과 무죄한 자로서
죄인들을 대신하여 죽은 메시야의 대속적인 죽음과 부활을 통해서 주 하느님의 영광이
드러나게 될 것이다(요한17,4).
'나를 모태에서부터 당신 종으로 빚어 만드셨다.'(5)
이사야서 49장 5절부터 7절까지는 주 하느님께서 당신의 종에게 사명을 성취하게
하실 것과 영광의 승리를 보장하시는 약속이 제시된다.
이러한 내용은 '이제 주님께서 말씀하신다'는 표현으로 시작된다. 한번 주신
약속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성취시킨다는 주님께서 말씀하신다는 사실을 앞세움으로써
앞으로 제시되는 이사야서 49장 6절의 주님의 말씀이 확실하게 성취될 것을 보증하는
것이다.
여기 이사야서 49장 5절은 이러한 말씀을 하시는 주 하느님께서 어떠한 분이신지를
매우 긴 문장으로 서술하고 있는데, 주님께서 주님의 종과 이스라엘이 어떤 관계이며,
이들에게 어떻게 행하시는가를 제시하고 있다. 이사야서 49장 5절의 이러한 내용은
이사야서 49장 6절에서 인용되는 주님의 말씀이 반드시 이루어질 것임을 강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사야서 49장 5절에서 '나를 모태에서부터 당신 종으로 빚어 만드셨다'에 해당하는
원문은 '예흐와 요체리 밉베텐 레에베드 로'(yehwa yotseri mibbeten leebed lo;
who formed me as his servant from the womb)이다. 여기서 '모태에서부터'에
해당하는 '밉베텐'(mibbeten; from the womb)에서 드러나지만, 주님의 종이
후천적으로 사명을 받은 자가 아니라 그의 존재 자체가 사명과 관련되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모태에서부터 주님의 종을 예비하신 창조주 하느님께서 그 종이
성공적으로 사명을 완수하게 하실 것임은 너무나 분명한 것이다.
'이스라엘이 당신께 모여들게 하시려고'(5)
'모여들게 하시려고'의 표현은 앞의 '돌아오게 하시고'라는 표현과 마찬가지로 가장
가깝게는 이스라엘의 바빌론 유배로부터의 귀환과 신앙적 회복을 나타내는 표현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것은 이사야서 49장 2절에 암시되는 것처럼 '하느님의 말씀'으로
이루어질 것인데, 주님의 종이 본래부터 이스라엘의 영육의 회복을 위해 지음을
받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사명을 입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오래 전부터 계획된 주님의 종을 통한 하느님의 계획은 반드시 이루어지고
말 것이며, 이 계획은 궁극적으로 종말에 이스라엘의 잃어버린 백성들이 다시
그리스도에게로 돌아옴으로써 완전히 성취될 것이다(로마11,25~27).
'나는 주님의 눈에 소중하게 여겨졌고'(5)
'소중하게 여겨졌고'에 해당하는 '웨엑카베드'(weekkabed; for I am honored)
의 원형 '카바드'(kabad)는 본래 '무겁다'는 의미로서 '소중히 여기다'라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또한 '주님의 눈에'라는 '뻬에네 예흐와'(beene yehwa; in the eyes of
the LORD)라는 표현은 주 하느님과 주님의 종과의 특별한 관계를 보여준다. 이처럼
주님의 종을 특별히 소중하게 보신다는 것은 결국 이 종을 통한 사명이 반드시 성취되게
하신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러한 사실은 이어지는 '나의 하느님께서 나의 힘이 되어 주셨다'라는 표현에서
더 잘 드러난다. 이것은 메시아가 이 땅에서 인류 구속 사업을 잘 감당할 수 있었던
원천이 바로 주님께서 주신 능력에 있었다는 것을 나타낸다. 그래서 요한 복음 14장
10절에서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자신이 감당하고 있는 사명이 자기 스스로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머무르시는 아버지께서 당신의 일을 하시는 것이다." 라고 말씀하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