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문명의 지도>
그리스가 위치한 발칸반도는 대체로 산악지대라 봐도 무방하겠다. 그리스의 모든 산들을 잉태시킨 것은 반도의 중심에서 솟아오른 장대한 핀도스 산맥이었다.
핀도스 산맥은 발칸의 디나르 알프스산맥의 연장으로, 우리의 태백산맥처럼 그리스에선 핀도스 산맥이 남북으로 길게 뻗어 허리 역할을 하고 있다
산맥은 곧장 남쪽으로 뻗어내려, 여러 크고 작은 산들과 험준한 협곡을 만들어냈다. 이 협곡과 구릉이 끝나는 연안은 들고남이 매우 복잡한 무수한 만들과 바위해안을 형성하며 반도의 남쪽과 동쪽으로 펼쳐져있다.
많은 산들 중에서도 그리스 최고봉은 역시 올림포스 산이다. 오래전부터 이곳은 인간을 꼭 닮은 질투의 화신이자 변덕이 심해서 그냥 믿고 섬기기엔 뭔가 불안한 여러 신들이 살고 있었다고 전해지고 있었다.
반도의 남쪽으로 가보면, 더 이상 날 지 못하는 풍선이 땅에 떨어진 모습과도 같이, 일견 섬처럼 보이지만 풍선을 묶은 얇은 줄처럼 좁은 회랑으로 본토와 연결된 펠로폰네소스 반도가 보인다. 이곳은 훗날 미케네, 메세니아, 아르고스, 스파르타를 위시한 여러 강력한 폴리스들이 들어설 그리스의 노른자 땅이다.
또 펠로폰네소스의 회랑이 연결된 바로 동쪽에는 아티카 반도가 에게해를 굽어보며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 들어설 영명한 도시국가 아테네는 바다너머 동방의 소아시아와 마주하며 늘 바다를 꿈꾸게 될 것이다.
회랑은 지붕이 있는 길다란 복도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펠로폰네소스반도와 그리스 본토를 이어주는 지역이 닭의 목처럼 가늘고 길다고 해서 회랑이라는 표현을 쓴 것 같아요
또 이들은 지역적 위치와 스스로가 만든 강한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동방의 대제국 페르시아와 무모한 일전을 벌여갈 운명이기도 하다. 그 전장이 될 마라톤평원이 바로 이 아티카 반도 아테네의 북쪽에 위치해있다.
페르시아와의 싸움이 벌어질 무대는 마라톤뿐만이 아니다. 아티카 반도의 남쪽 살라미스 섬의 안쪽 좁은 해협은 페르시아가 자랑하는 강력한 해군과 맞설 그리스의 초라한 해군이 장차 기적 같은 승리를 잉태할 세계 대해전의 첫 페이지가 장식될 곳이다.
또 북쪽으로 아티카반도가 본토와 연결된 동쪽 해안의 좁은 협로는 스파르타의 구국영웅 300명이 잠들 신성한 묘지이자 격전지가 될 테르모필레 협곡이 위치해있다.
그리스의 동쪽바다는 여러 섬들의 다도해다. 이곳은 마치 징검다리처럼 그리스를 오리엔트의 소아시아와 시리아 지역으로 연결시켜준다. 이들은 물수제비를 친 조약돌처럼 재빠르게 동과 서를 바다로 연결하는 해상무역의 중간 기지가 될 것이다.
남쪽의 섬들은 좀 더 드문드문하지만 그 크기는 좀 더 크다. 이중에서도 가장 큰 섬으로 우뚝 솟은 크레타 섬은 이들 그리스 문명의 첫 발상지가 된다.
에게해 넘어 서쪽 땅은 소아시아의 서안이다. 이 남쪽해안은 흔히 이오니아 지방으로, 또 그 북쪽해안은 아이올리스 지방이라 부른다.
이곳은 훗날 그리스인들 중 많은 수가 이주해 정착함으로써 동서양 문명의 첫 융합이 시도될 곳이다. 또 이곳은 융성한 메소포타미아 문화 위에 신생 그리스 문화를 결합시킴으로써 인류 지성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그리스 철학의 탄생지가 될 곳이기도 하다.
다시 북쪽으로 쭉 올라가보자. 발칸반도의 북쪽과 소아시아의 아나톨리아 반도는 서로를 향해 짧은 창을 내지르는 모습으로 흑해와 에게해를 연결하는 매우 좁은 해협을 만들었다. 이곳을 일러 그리스인들은 헬레스폰토스 해협, 다른 말로 다르다넬스 해협이라 불렀다.
헬레스폰토스 해협을 건너 그리스 땅에 접어들면 가장 먼저 트라키아 지방과 마케도니아 지방을 거쳐야 한다. 이곳은 고매한 그리스인들이, 좋게 말해 ‘다른 말을 쓰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좀 더 정확히는 북쪽 야만족의 땅이란 뜻으로 ‘바바리아’라 부르던 지역이다. 그중에서도 마케도니아는 훗날 알렉산드로스 대제의 고향이 될 것이다.
에게해의 험난한 바닷길, 혹은 흑해 북부로 돌아가는 어려운 여정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이 헬레스폰토스 해협을 지나야만 동서양을 오고갈 수 있다. 즉 이 좁은 해협은 동방과 서방을 이어주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었다.
당연히 이곳은 훗날 페르시아가 그리스를 향해 침공할 진격로이자, 그 얼마 후 알렉산드로스가 동방원정을 시작하며 페르시아를 향해 가뿐히 넘게 될 강 같이 좁은 바다다.
어찌 보면 앞서 보았던 메소포타미아나 이집트에 비하자면 협소하기 그지없는 이해협은 장차 자신이 가진 작은 영토의 면적을 뛰어넘어 인류사에 길이 남을 여러 결실들을 이루어낼 곳이다.
* 출처 : 고대 그리스 문명(작성자 철학숲)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