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기업공개(IPO) 시장은 ‘보릿고개’였다. 공모 규모가 큰 중대형 기업들이 증시 침체와 회계감리 이슈로 상장을 철회하거나 연기하는 등 악재가 쏟아졌다. 공모 규모가 1000억원을 웃도는 딜은 애경산업을 포함해 6건밖에 없을 정도였다. 2018년 유가증권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기업들의 공모금액은 약 2조8000억원으로 2017년 7조9000억원 수준에서 3분의1 토막이 났다.
하지만 여의도 증권가에선 ‘올해는 다르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상장을 미뤘던 대어급 IPO 기업들의 상장 도전이 예상되고 있고, 코스닥을 중심으로 상장 기업 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계에서는 지난해 상장 이후 큰 낙폭을 보였던 기업들에 대한 ‘포스트IPO’ 투자전략과 함께 공모금액 측면에서 10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보이는 새내기주를 골라 담는 똘똘한 재테크 상품에 대한 관심을 주문하고 있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코스닥 벤처펀드 출범과 함께 과열 양상을 보였던 IPO시장은 증시 불안 요인 증폭과 코스닥벤처 펀드 자금이탈 등으로 진정국면에 접어든 채 2018년을 마감했다”며 “2019년 연내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들은 기업 가치 평가를 받기 위한 상장 시점 고민이, 투자자들은 작년보다 나은 공모주 투자를 위한 종목 선정 고민이 깊어지는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2018년 IPO 시장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에 총 107개 기업(신규상장, 이전상장, 스팩 합계)이 상장하며 마무리됐다. 상장기업 수 측면에서는 전년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상장 기업 수 증가에 비해 공모금액 측면에서는 저조한 모습을 보였다. 2017년에는 공모규모 1조원이 넘는 기업 2개사가 상장됐지만 2018년에는 공모규모 3000억원 미만의 기업들만 상장했다.
2018년 유가증권 시장에서는 총 17개 기업(신규 상장 7개, 이전상장 1개, 재상장 9개)이, 코스닥 시장에서는 90개 기업(신규 상장 85개, 이전상장 5개)이 IPO를 통해 신규 상장했다. 2015년 17개, 2017년 12개, 2017년 8개로 감소 추세를 보이던 제약·바이오 업종에서 25개 기업이 상장하며 식어버린 시장을 다잡는 역할을 했다.
지난해 연초 정부가 제시한 코스닥 활성화 방안으로 IPO 시장이 달아올랐지만 증시 불안이 커지면서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2018년 코스닥 시장에서 공모된 금액은 2조676억원으로 2015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년대비 상장 기업 수는 증가한 반면 공모규모가 감소한 것은 2017년에는 공모규모 1000억원을 초과하는 기업이 6개, 500억~1000억원 규모의 기업이 8개였던 것과는 달리 지난해에는 상대적으로 공모규모가 큰 기업들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공모규모가 1000억원을 초과하는 기업은 1개, 500억~1000억원 규모의 기업도 5개에 불과했다.
지난해 4월 공식 출범한 코스닥 벤처 펀드 역시 IPO시장에 온기를 전달하지 못했다. 단기간에 3조원의 자금이 몰려들었지만 예상과 달리 유통시장보다는 발행시장에 더 관심이 쏠렸다. 비상장기업들이 내놓는 전환사채(CB) 등 메자닌과 IPO 수요예측 과열 양상을 야기했고, 하반기 증시 악화로 코스닥 시장이 급락하면서 펀드 인기가 식고 환매가 늘어나자 되레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만 키웠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미드스몰캡 팀장은 “코스닥 벤처펀드로 인해 일부 종목은 단기적으로 수요예측 경쟁률 경쟁 심화 및 공모가 상승이 나타나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별 평균 배정금액이 크게 감소해 공모주의 수익기여도가 낮아지기도 했다”며 “아울러 높아진 공모가격으로 인해 신규상장주의 상장 이후 중장기 수익률이 악화되는 모습도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하반기 연달아 악재가 터지면서 상장을 중도 포기하는 기업들도 속출했다. 상반기 SK루브리컨츠를 시작으로 프라코, 아시아신탁, HDC아이서비스, CJ CGV베트남홀딩스 등이 공모를 철회했다. 카카오게임즈와 현대오일뱅크는 회계 감리 이슈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IPO시점을 미뤘다.
증권업계에서는 지난해 상장을 완료한 종목에 대한 관심을 키워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지난해 하반기 증시가 대내외 악재를 맞으며 침체 국면으로 접어든 탓도 있지만 코스닥 벤처펀드 출시 이후 지나친 수요예측 경쟁에 공모가 고평가 논란이 새내기주들의 주가 상승에 제약이 됐다는 평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실제 SK증권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신규 상장한 기업 중 공모가 대비 상승 마감한 기업은 약 37%에 불과했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기업의 펀더멘탈과 무관하게 상장 이후 수급 요인으로 인해 과도한 하락세를 보인 기업들에 대한 선별적인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한다”며 “지난해 상장 이후 큰 낙폭을 보였던 기업들에 대한 ‘포스트 IPO’ 투자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지난해 상장기업들을 분석해 ‘Post-IPO 유망주 7선(選)’을 발표하며 눈길을 끌었다. 새내기주들의 성장성과 사업 안정성 등을 고려해 7개 기업들을 선택했는데, 액트로와 롯데정보통신, 푸드나무, 크리스에프앤씨 등 안정적인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보이는 4개 기업과, 로보티즈, 카페24, 머큐리 등 독보적인 기술력과 시장지배력을 갖춘 3개 기업이 대상 기업으로 꼽혔다.
액트로는 멀티카메라 부품주로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다는 평가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 내 듀얼, 트리플 등 멀티카메라 채택 확대 수혜주로 국내 시장을 기반으로 중국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어서 실적 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평가한다”며 “2019년 매출액은 전년대비 35% 이상 증가할 것이며, 영업이익 역시 두 자릿수를 유지할 것으로 전한다”고 평가했다.
유진투자증권은 롯데정보통신은 롯데그룹이 디지털 전환에 기반한 비즈니스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푸드나무는 웰빙과 다이어트를 일반화하는 사회 분위기 확산에 따라 안정적인 성장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골프 의류 브랜드 ‘핑(PIN G)’과 ‘팬텀’ 등을 운영하고 있는 크리스에프앤씨에 대해서는 골프 대중화와 여성골퍼 확대로 인해 성장이 예상된다는 점을 들었다.
로봇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솔루션 전문기업인 로보티즈에 대해서는 설비 증설과 함께 로봇플랫폼 B2B서비스 확대를, 전자상거래 플랫폼 사업자 카페24에는 일본을 시작으로 한 해외사업 본격화를 호재 요인으로 꼽았다. 머큐리에 대해서는 5G와 10기가 인터넷 투자 본격화에 따라 안정적인 실적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는 연초부터 신규 IPO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대어급’ 기업들이 IPO 채비를 서두르고 있어 연초부터 시장 기대감이 높아지면서다.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기업들의 IPO가 예정대로 추진된다면 공모금액 측면에서 지난해 규모(2조8000억원)를 훌쩍 뛰어넘어 코스피 시장에서만 최대 10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코스닥 시장의 신규 상장 규모 역시 약 2조원으로 추정된다.
우선 시장에서는 지난해 상장을 철회했었던 대어들의 상장 재도전에 주목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예상 공모 규모만 2조원대로 추정 기업 가치가 8조원대에 달하는 올해 IPO 시장의 최대어다. 상장 주관은 NH투자증권과 하나금융투자가 맡았다. 2월 13일로 예정된 유가증권 상장 기한을 지키지는 못했지만 이른 시일 내 상장예비심사를 재청구하고, 이르면 상반기 중 상장 작업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SK루브리컨츠와 카카오게임즈 역시 공모규모가 2조원에 이를 것으로 평가된다. SK루브리컨츠는 지난해 4월 기관 수요예측 과정에서 회사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지 못했다고 판단해 코스피 상장 추진을 철회했다. 카카오게임즈도 지난해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절차를 밟았으나 회계 감리 일정이 길어지면서 9월에 상장 추진을 철회했다. 회사 측은 올해 다시 IPO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바디프랜드와 이랜드리테일 등도 주목해 볼 만한 기업으로 손꼽힌다. 안마의자 제조업체 바디프랜드는 작년 11월 거래소에 코스피 상장 예비심사 신청서를 냈다. 미래에셋대우와 모건스탠리가 대표 주관사다. 추정 기업가치가 2조∼3조원에 이른다. 이랜드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이랜드리테일도 작년 12월 코스피 상장 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상장 주관사는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다. 이랜드리테일의 기업가치는 최대 2조원대 안팎으로 평가받는다.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최대주주인 홈플러스는 대형마트 매장을 기초자산으로 한 리츠(REITs)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홈플러스리츠(한국리테일홈플러스제1호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는 지난해 10월 한국거래소에 코스피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했다. 공모로 1조7000억원을 조달해 점포 리뉴얼 등 운영자금과 차입금 상환 등에 사용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교보생명도 창사 60년 만에 주식시장 상장에 나선다. 지난해 11월 정기이사회에서 IPO 추진을 결의했으며 시기는 올해 하반기로 잠정 결정됐다.
국제회계기준(IFRS)17·신지급여력제도(K-ICS)에 대비한 자본 확충이 상장 배경이라고 회사 측은 밝혔다. 교보생명의 기업 가치는 약 4조원대로 추산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소형주에 집중됐던 지난해와 달리 2019년 대형급 기업이 IPO 시장에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침체된 시장 분위기가 반전될 것이란 기대가 크다”고 평가했다.
개인투자자의 경우 IPO 시장에 직접 참여하더라도 기대치만큼 성과를 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소액으로 공모 청약에 참여할 경우 배정받을 수 있는 물량이 극히 적기 때문이다. 공모주 물량을 우선 배정받을 수 있는 하이일드공모주펀드, 코스닥벤처 펀드 등 간접 투자 상품이 투자자들에게 매력을 뽐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특히 공모주 펀드의 우수한 시장 방어력도 시장이 급등락이 반복되는 장세에서 매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공모주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0.92%를 기록했다. 국내 주식형 펀드 대부분이 두 자릿수 손실률을 보인 것을 감안하면 양호한 성적이다. 포트폴리오에 채권 비중을 높게 가져가면서 일부 자산을 공모주에 투자하는 특성이 반영된 결과다.
하이일드 채권을 담은 일부 공모주 펀드는 올해 15% 넘는 수익률을 내며 돋보이는 성과를 과시했다. 교보악사공모주하이일드플러스는 지난해 15%에 육박하는 수익을 냈다. 이 펀드는 자산 중 최소 30% 이상을 신용등급 투자부적격(BBB+) 이하인 비우량 채권에 투자하는 공격적인 스타일의 펀드다. 또 다른 공모주 하이일드 펀드인 KTB코넥스하이일드펀드와 흥국공모주하이일드펀드 역시 지난해 한 해 동안 연 수익률이 5%를 상회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대어급 IPO가 예정돼 있는 것이 공모주 하이일드 펀드에도 호재”라며 “다만 하이일드 펀드는 비우량 채권에 투자하는 만큼 기업 부도 등 위험이 있어 운용사와 매니저 경력 등을 살펴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코스닥벤처 펀드 역시 공모주 시장이 활기를 되찾게 되면 수익률 반전을 일으킬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코스닥벤처 펀드가 공모주 물량 30% 우선 배정을 활용해 수익을 내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국내에 설정된 12개 코스닥벤처 공모 펀드의 지난해 연말기준 최근 6개월 수익률은 -9.76%로 성과가 좋지 못했다. 지난해 4월 설정 이후 돌풍을 일으키며 설정액이 7800억원을 돌파하기도 했지만 수익률 부진에 자금 이탈이 계속되고 있다.
다만 올해부터 IPO 주간사가 공모주 물량을 자유롭게 배정하지만 지난해까지 설정된 코스닥벤처 펀드에 한해서는 공모주 우선배정 권한이 유지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모주 시장 훈풍의 수혜를 받을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코스닥벤처펀드는 투자액 3000만원 한도 10%인 300만원까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2020년 12월 31일까지 가입하고, 계약 기간이 3년 이상 된 펀드에 대해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최근 시황부진에 수익률이 낮아지고 있지만 코스닥벤처펀드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단기적인 손실을 보고 환매한다면 세제 혜택과 수익 모두 놓치는 것으로 장기투자가 더 적합하다”고 조언했다.
1) 양호한 전방시장을 확보, 안정적인 성장과 함께 높은 실적 성장을 예상하는 기업
· 액트로(290740,NR) : 스마트폰 내 듀얼, 트리플 등의 멀티카메라 채택 확대 수혜주로,
국내 시장을 기반으로 중국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어 실적 성장 지속 전망
· 롯데정보통신(286940, NR) : 롯데그룹의 IT 인프라를 총괄 관리하는 기업으로,
롯데그룹이 디지털 전환에 기반한 비즈니스 혁신을 추진하고 있어 실적 성장 예상
· 푸드나무(290720,NR) : 랭킹닭컴 건강식 유통플랫폼을 보유하고 있어,
웰빙과 다이어트를 일반화하는 사회 분위기 확산에 따라 꾸준하게 큰 폭의 실적 성장 전망
· 크리스에프앤씨(110790, NR) : 국내 골프웨어 유통 1위 업체(전국 523개 마장)로,
골프 대중화 및 여성골퍼 확대로 인한 실적 성장이 지속되고 있음
2) 독보적인 기술 및 시장 지배력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실적 성장을 지속하는 기업
· 로보티즈(118490, NR) : 글로벌 로봇 전용 엑추에이터 제조업체로,
Capa 증설과 함께, 로봇 플랫폼 B2B 비즈니스 확대 및 서비스로봇 확대 수혜
· 카페24(042000, NR) :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테슬라상장요건 1호로 코스닥에 상장,
국내 시장의 안정적인 성장과 함께, 일본을 시작으로 해외사업 본격화 수혜 기대
· 머큐리(100590, NR) : 국내 통신3사에 단말기를 공급하는 유일한 업체로,
5G 및 10기가인터넷 투자 본격화에 따른 안정적인 실적 성장 지속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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