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잠정 중단된 청룡기 대회, 8월 말로 다시 연기
-미뤄지는 전국대회에 학교 일선 불안감 가중 “대학 수시 원서 제출이 가장 우려”
-KBO 구단들도 ‘깜깜이 스카우트’에 걱정 “2차 지명 중·하위권 라운드 정보 수집이 고민”
-수도권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잔여 전국대회 지방 개최 가능성도 고려
코로나19 수도권 확산 여파에 따른 거리두기 4단계 격상으로 청룡기 대회 재개 시점이 불투명해졌다. 학생선수들과 구단 스카우트 모두 걱정이 가득한 분위기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제76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가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수도권 4단계 격상으로 7월 12일부터 잠정 중단됐다. 그로부터 2주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방역당국에서 수도권 4단계 상황을 2주간 추가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자연스럽게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렸던 청룡기 대회 재개 시점도 기약이 없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결국 청룡기 대회를 8월 말로 잠정 연기하고 제7회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기 전국고교야구대회(8월 4~17일)를 먼저 개최하기로 했다. 협회장기 대회는 수도권이 아닌 강원도 횡성에서 열리기에 대회 개최가 가능하다.
협회 관계자는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격상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는 상황이라 우선 청룡기 대회를 넘기고 협회장기 대회부터 열기로 결정했다. 잠정 중단된 청룡기 대회와 함께 대통령배 대회까지 모두 8월 말부터 정상 진행돼야 학생선수들의 프로 지명과 대학 입시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 전국대회 연기로 불안한 학교 일선 "프로 지명보단 대학 수시 지원이 더 걱정" -
일선 학교에선 대학 진학을 고려하는 학생선수들을 향한 우려가 크다. 전국대회 연기로 수시 원서 지원 기준에 미달할 여지가 있는 까닭이다(사진=엠스플뉴스)
학교 야구부 일선에선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전국대회 개최 시점이 불투명해지자 걱정이 한가득 쏟아지는 분위기다.
A 고등학교 야구부 감독은 “학생선수들이 전국대회를 최소 네 차례를 뛰고 프로 구단과 대학 측의 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지금까지 황금사자기 대회 하나만 제대로 치렀지 않나. 게다가 황금사자기 대회 때 나가지 않은 학교와 학생선수들은 청룡기 대회 때 무언가를 보여줘야 했다. 그런데 청룡기 대회가 잠정 중단되고 프로 지명 날짜와 입시 원서 지원 날짜는 코앞으로 다가왔으니 학생선수 대부분이 불안에 떠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보통 학생선수들이 대학 수시 모집에 지원하기 위해선 공식 대회 출전 기록 일정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타자는 30타석 이상, 투수는 10이닝 이상 소화와 같은 기준이다. 2021년 대학 수시 원서 접수 기간은 9월 10~14일이다. 만약 전국대회가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9월 초까지 계속 미뤄진다면 대학 수시 지원 기준에 미달하는 학생선수들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솔직히 프로 지명보단 대학 진학을 생각하는 학생선수들이 더 걱정이다. 프로 스카우트들은 전반기 주말리그부터 어느 정도 관찰해온 자료를 토대로 평가할 수 있다. 그 기준에 따라 프로 구단의 선택을 받으면 된다. 하지만, 대학에 가려는 학생선수가 수시 원서 접수 기준에 미달되면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 대학교 측에서 현재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수시 원서 지원 기준을 바꿔주지 않는다면 상당수의 학생선수가 대학 수시 지원을 못 하는 상황이 나올 수도 있다.” B 고등학교 야구부 감독의 하소연이다.
물론 이 상황에서 가장 답답한 이는 당사자인 고3 학생선수다. 지명 전 전국대회 활약상을 최대한 펼쳐 프로 스카우트들의 도장을 받으려는 계획이 모두 어그러진 까닭이다.
상위 라운드 지명이 예상되는 학생선수 C는 “전국대회에서 활약한 다음 지명 라운드와 순번을 끌어올리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런데 전국대회에 뛰기는커녕 팀 훈련조차 제대로 못 하고 있는 상황이라 너무 답답하다. 갑자기 전국대회가 재개된다고 해도 컨디션 조절에 실패하면 내 기량을 제대로 못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에 스트레스를 크게 받고 있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 KBO리그 구단도 지명 정보 고민에 빠져 "2차 중·하위권 라운드가 걱정" -
KBO리그 10개 구단도 깜깜이 지명 가능성에 고민이 깊어지는 분위기다(사진=KBO)
한창 옥석 고르기에 힘써야 할 KBO리그 구단들도 답답하기는 매한가지다. KBO 2022 신인 드래프트는 8월 23일(1차 지명), 9월 13일(2차 지명)에 개최된다. 1차 지명의 경우 이제 1개월여의 시간도 남지 않았다.
D 구단 스카우트는 “우리는 1차 지명부터 후보군이 많아 고민이 많은 팀이다. 최대한 많은 정보를 얻고, 직접 많은 경기를 지켜본 뒤에 결정해야 하는데 상황이 이렇게 돼 당혹스러운 건 사실이다. 1차 지명일 전에 전국대회가 하나라도 더 열렸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2차 지명에선 중·하위권 라운드 후보군 정보 수집에 큰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1차 지명과 2차 중·상위 라운드 지명은 이미 만들어진 큰 틀에서 정하면 되는데 2차 중·하위 라운드 지명에서 누굴 뽑아야 할지가 큰 고민이다. 몇 차례 전국대회를 통해 향후 잠재력이 풍부한 선수들의 가능성을 지켜봐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 혹여나 코로나19 확산 상황이 계속 이어진다면 제한된 정보 내에서 ‘깜깜이 지명’이 이뤄지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E 구단 스카우트의 말이다.
이렇게 학교 일선과 구단들의 우려가 쏟아지는 가운데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코로나19 수도권 확산 상황이 8월 말까지 유지되는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해 청룡기 대회, 대통령배 대회의 지방 개최 방안까지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 관계자는 “우선 협회장기 대회를 치르고 청룡기 대회와 대통령배 대회 일정을 조율하고자 한다. 수도권 코로나19 확산 상황과 거리두기 단계에 변화가 생겨야 한다. 대회 공동 주최 측과 논의해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서 전국대회를 이어가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최대한 학생선수들의 수시 원서 접수엔 문제가 없도록 최대한 신경 쓰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