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학에 와서 익숙했던 것들이 낯설어졌다. 우선 규제에 관해서이다. 고등학교를 다닐 때는 등교 시간이 조금만 넘어도 담임선생님한테 전화가 왔다. 수행평가 같은 경우에도 공지를 여러 번 해주고 안 내면 개인적으로 연락이 와서 내라고 했다. 그런데 대학에 오니 내가 강의에 나가지 않아도 전화 한 통 없고,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과제 같은 경우에도 그냥 한번 공지해 주고 알아서 해야 된다. 안 내면 그냥 점수 못 받고 끝난다. 성인이 되기 전에는 자유를 원했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런 상황이 오니 난 갈피를 못 잡고 할 일을 잘 못하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이랑 함께 있는 것이 익숙했었는데 이것도 낯설어졌다. 고등학교 다닐 때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학교에 친구들이랑 같이 있다가, 학교 마치면 독서실에 같이 가서 집 가기 전까지 같이 있었다. 그리고 집에 가면 가족들이 있어서 외로울 틈이 없었다. 하지만 대학에 오니 수업이 끝나면 막상 할 것도 없고,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 많아졌다. 나의 생활 패턴을 잡아주는 사람도 없고, 나 혼자만의 시간이 많아져서 1학기에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잘 몰랐었다. 왜 대학을 다니는지도 잘 모르겠고, 삶의 목표가 사라진 기분이었다. 대학을 들어오기 전에는 대학이 목표였는데, 막상 대학에 오니 공허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1학기에는 학교 공부도 안 하고 그냥 시간 죽이기를 하며 보냈었다. 그러다가 종강을 맞이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와서는 시간 죽이기를 하며 사는 것에 익숙해진 나를 바꾸기 위해 알바도 하고 헬스를 시작했다. 2학기가 되어 대학으로 다시 온 나는 마음가짐을 달리했다. 제주도에 와서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은데, 오히려 이 시간을 자기관리 하는 데 쓰자고 말이다. 2학기 초반에는 헬스장을 다니며 몸을 가꾸는 것을 목표로 하며 살았다. 그리고 지금은 시험 기간이라 공부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대학에 와서 익숙했던 것들이 낯설어지면서 많이 당황했었다. 하지만 대학에 간 친구들이랑 이야기해 보니 이건 나만의 문제가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이 낯설음이 익숙해지기 시작하며 요즘은 혼자 보내는 시간이 좋기도 하다. 이 과제를 하며 ‘익숙함을 낯설게 하기’에 대해 생각했는데, 익숙했던 것이 낯설어졌다가도, 또 낯선 것들이 익숙해지며 살아가는 것 같다.
첫댓글 초중등교육과정은 미성숙한 인격을 일반적인 수준에 도달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으므로, 규제 또는 보호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이에 비해 고등교육과정에서는 성인을 대상으로 하여 전문인, 지성인이 될 수 있는 전공, 교양교육과정을 이수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주체적인 판단과 그에 따른 책임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따라서 교육이라는 점에서는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겠지만, 불과 1년 사이에 전혀 다른 경험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이 점을 낯설게 본 것인데요. 그러한 질문을 통해서 교육이 초중등교육, 고등교육에 따라 목표, 방법 등에서 일관되면서도 다른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입니다.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기라는 과제 주제를 드린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