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왜 그렇게 불만에 가득찬 시선을 보내고,
이해를 못하겠다는 식으로 반응을 했는지 알겠더군요.
하지만 제 경우에는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지금까지
본 한국 드라마 중에서 가장 신선하며, 가장 장르적인
결말이었습니다. 요즘 세대의 코드 정도로 통하는 sf가
드라마 작가에게까지 마수를 뻗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결말 부분에서 태영이 신문에서 [신데렐라는 있다]라는
기사를 봅니다. 신문에는 분명히 태영과 기주의 사진이
버젓이 나 있는데도 태영은 알아보지를 못하죠. 이것으로
현재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는 세계가 이전까지의 세계와는
유리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시나리오를 쓰는 태영을 도플갱어로 볼 수도 있지만,
태영이 자신과 똑같이 생긴 인물을 못 알아본다는 점에서
무리가 따릅니다. 이 경우에는 시청자가 보기에는 똑같이
생겼지만 등장인물이 보기에는 완전한 별개 인물로
보인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 옳습니다. 이를테면 연극의
[방백]과 같다고 하겠습니다.
결국 결말에서 다루어지는 세계는 바로 이전 세계의
[평행우주], [평행세계], [페러렐 월드]인 것입니다.
이로 인해 둘의 사랑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게 되고,
그 이후의 전개는 평행세계이므로, 완전히 달라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시청자에게 자신만의 이야기를
구축할 여지를 남긴 것입니다.
김정은이 인터뷰하기를,
"19화 까지의 강태영은 김정은이었지만, 20화의 강태영은
바로 여러분입니다."
라고 했습니다.
단순한 재귀적 결말에서 벗어나 완전한 [새 세계]를
구축하도록 한 [파리의 연인]은 정말 재밌었습니다.
이 결말은 어떤 결말보다도 더 나은 결말이며,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유일한 결말입니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이 불만을 품고 혼란스러워 하는
것은 장르적인 생각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파리의 연인]을 발판 삼아 더 많은 한국 드라마가
장르로부터 모티프를 얻기를 바라겠습니다. 그러면
제가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드라마가 더 많아질테니까
말입니다.
첫댓글 제가 꼬리로 쓴 글과는 별개로, 말로우드님의 시각은 독특해서 재미있어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