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2004> 새로운 전술, 새로운 흐름
[iMBCsports 2004-07-03 16:53:00]
전 세계 축구팬들을 잠못이루게 했던 원흉(?) 2004유럽선수권대회(이하 유로2004)가 5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벌어지는 대망의 결승전만을 남겨놓고 있다. 포르투갈과 그리스의 대결로 압축된 가운데, 총 31경기의 일정 중 30경기를 소화한 것. 이번 대회에 특징적으로 나타난 새로운 전술 및 흐름 등은 이미 만천하에 공개된 셈이다.
▲ 4-2-3-1 홍수, '중원에서 승부한다!'
'유럽축구의 향연' 챔피언스리그 및 UEFA컵을 통해 드러났듯이 이번 대회에서도 내노라는 '전통의 강호'들은 대부분이 4-2-3-1 전술 내지는 이와 유사한 시스템을 사용했다. 결승에 선착한 포르투갈을 비롯해 스페인과 이탈리아, 덴마크 등이 전자의 경우이고, 4-2-2-2의 프랑스, 4-1-3-2의 체코, 4-3-2-1의 네덜란드가 후자다.
공통점은 대부분의 팀들이 원톱을 선호했다는 것. 투톱의 프랑스나 체코의 경우에도 앙리(프랑스)나 바로스(체코)가 다소 처진 2선에 위치했던 점을 감안하면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즉 파괴력 넘치는 공격수를 원톱에 배치하고 미드필더 숫자를 강화해 현대축구에서 중요시되는 중원싸움에 심혈을 기울였던 셈이다.
이들 팀들의 최종성적과는 상관없이 4-2-3-1 시스템을 사용하는 팀들이 확산추세에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원싸움에 패하고는 경기에 이기기 힘들다는 '불문율'이 이번 대회를 통해 더욱 설득력을 지니게 된 것. 비록 좋은 결과를 양산하지 못했지만 개인역량이 뛰어난 일부 스타선수들이 중원에서 '프리롤'의 임무를 수행한 것도 일맥 상통하는 얘기다. 중앙 미드필더들의 부진으로 원톱이 고립됐던 팀들은 여지없이 패배의 고배를 마셨고, 반대의 경우 승리하는 횟수가 많았다. 이는 전투적인 중앙요원의 부재로 고심하고 있는 한국축구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 수비의 대인방어 '과거로의 회귀?'
최근 수년간 찾아보기 힘들던 대인방어가 모처럼 모습을 드러냈다. 선두주자는 '돌풍의 팀' 그리스다. 다양한 전술을 사용하지만 그리스의 주전법인 5백을 살펴보면, 중앙의 델라스가 수비라인을 전체적으로 진두지휘하고 좌우에 포진하는 카프시스와 세이타리디스는 상대 전방 공격수를 철저히 대인마크한 것. 대인방어로 공간이 생길 듯 하면 좌우 윙백들이 여지없이 수비에 가담, 벌어진 틈을 원천봉쇄했다.
그리스 뿐만이 아니다. 각 팀들은 명성이 자자한 공격수들의 움직임을 최소화하기 위해 적극적인 수비를 펼치기를 주저하지 않았는데, 사정권 안에 들어왔다 싶으면 여지없이 찰싹 달라붙어 공격수의 활동폭을 제한시켰다. 라울(스페인), 비에리(이탈리아), 앙리(프랑스), 오웬(잉글랜드) 등 스타급 선수들의 부진과 루니(잉글랜드), 바로스(체코), 카사노(이탈리아), 호나우두(포르투갈) 등 신예들의 반란은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 잠그기 금지 '지키다간 당한다!'
이번 대회를 통해 드러난 또 하나의 특징은 경기 막판 동점골, 내지는 역전골이 무수히 터져 나왔다는 점이다. 지단의 마술쇼가 연출된 프랑스와 잉글랜드의 경기가 그랬고, 이탈리아의 조별리그 탈락에 영향을 끼친 스웨덴과 이탈리아전도 그랬다. 8강 토너먼트의 최대카드로 꼽혔던 포르투갈과 잉글랜드전도 마찬가지였고 2일 종료된 체코와 그리스의 준결승전 역시 연장전에 들어가서야 결승골이 터졌다.
준결승에서 네덜란드를 상대로 수비요원 쿠투와 페티트를 투입, 1점을 지킨 포르투갈만이 예외일 정도로 이러한 현상은 이번 대회 내내 지속되면서 팬들에게 유로2004를 기억에 남는 대회로 각인시키는 배경이 됐다. 이는 현대축구에서 차지하는 '강철체력'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는 대목이며, 반발력이 뛰어난 볼을 탄생시킨 FIFA와 UEFA의 공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단판승부로 벌어지는 대회 특성상 '모 아니면 도'식의 공격적인 축구를 구사한 '명장'들의 노력도 무관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