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는 지난해 팀방어율 3.98로 기아에 이어 2위를 달리며 짠물투를 자랑했다. 선발보다는 튼튼한 허리가 뒷받침돼 나온 결과였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갑작스레 불펜이 난조를 보이며 7일 현대에 승리를 헌납했다. 8일 경기에서도 LG는 3회와 4회 2점씩 뽑아내며 앞서나갔으나 난조에 빠진 불펜이 또 문제가 됐다. 6회 그런대로 호투하던 서승화가 사사구 두개를 내주며 1사 1·2루서 내려온 뒤 구원투수 이동현과 류택현이 적시타와 밀어내기 볼넷을 내줘 4-4로 동점을 허용했다. 이쯤 되면 전날 4-0에서 8-4로 역전당한 악몽이 다시 떠오를 법했다. 이 위기에서 팀을 구한 건 구원투수 신윤호와 대타 김상현이었다. 신윤호는 6회 2사 만루의 위기에서 마운드에 올라 정성훈을 내야땅볼로 잡고 불을 끄는 등 2이닝 동안 1안타만을 내주며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신윤호의 호투에 힘을 얻은 LG 타선은 7회 2사후에 최동수가 좌익선상 2루타로 출루하며 기회를 만들었다. 여기서 대타 김상현이 좌중간을 가르는 짜릿한 결승 3루타를 날렸다. 다음 타자인 조인성도 중전 적시타로 김상현을 불러들여 6-4로 다시 역전했다. 8회에도 2점을 보태 8-4로 달아났다. 진필중은 8회 2사 3루서 구원등판해 1.1이닝을 1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아 승리를 지켰다.
▲ LG 시즌 홈구장 첫 승.
▲ LG 신윤호 2002년 10월 13일 광주 기아전 구원승 이후 첫 승.
● LG 신윤호
변화구가 밋밋해 걱정했는데 오늘은 각이 예리했다. 포수 조인성이 특히 잘 이끌었다. 몸상태가 썩 좋지는 않지만 더 나빠지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다. 보직이 셋업맨이든 패전처리든 상관없이 만족한다. 뛸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기쁘다.
[잠실백스톱]
현대 정민태(34)가 두 달 만에 '변신의 꿈'을 씁쓸히 접었다.
그는 플로리다 전지훈련에 참가하면서 큰마음을 먹었다. 짧은 머리로 단정한 모습이었던 그는 올해 프로에 들어온 뒤 처음으로 머리카락을 길러볼 생각을 했다. 항상 똑같은 헤어스타일이라 남들이 보기에도 이미지가 굳어진 데다 스스로도 싫증이 났기 때문이다. 공을 들인 결과 지난 4일 열린 개막전에는 제법 길어진 뒷머리로 한껏 멋을 내기도 했다. 조금만 더 길었으면 80년대 유행하던 장발이 될 뻔했다.
그러나 주위의 반응이 한결같이 썰렁했다. 머리에 젤이나 무스를 바르지 않고 나온 날에는 사람들이 "왜 그리 부스스하냐. 어디 아프냐"며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새치가 많아 염색을 소홀히 하면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됐다. 또 머리 손질을 제대로 하고 나와도 모자를 쓰면 효과가 전혀 없었다.
'남자의 변신'도 무죄라지만 남들도 알아주지 않는 헤어스타일에 그는 7일 눈물을 머금고 뒷머리를 파르라니 깎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