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삼복이 다 지나가는 지금까지 변변히 보신탕을 먹어보지 못했다. 그런데 들리는 얘기로는 전혀 엉뚱한 사람 들이 보신탕에 맛을 들인다고 하니 좋아해 야 할지 질투를 해야 할지 아직 결정을 못했다.
피스컵에 참가한 LA 갤럭시의 선수 중 두 미국 선수가 홍명보 선수와 같이 보신탕집을 찾아갔는데 그들이 어찌나 젓가락질을 빨리 하는지 홍명보 선수가 먹을 틈이 없었다고 한다.
이 일을 두고 일부 네티즌들이 홍명보가 한국의 체면 깎이는 쓸데없는 안내를 했다고 비난을 퍼붓자, 홍명보는 자의로 데려간 것이 아니고 부탁에의해 어쩔 수 없이 안내했다고 해명을 했다.
보신탕집을 찾은 미국 선수 중 한 사람이 골반 뼈 수술을 받았는데 미국에 있을 때부터 뼈 수술 후에는 보신탕이 좋다는 한국사람들의 속설을 여러 번 들은 바 있어서, 한국에 오는 길에 보신탕을 먹게 해 달라고 홍선수에게 신신 부탁을 했고, 홍선수는 이번 기회에 그 부탁을 들어 준 것이라고 한다. 다른 한 선수는 두 사람의 움직임을 보고 “소 팔러 가는데 개 따라가듯” 따라왔는데 오기를 정말 잘했다는 식후감을 발표했다고 한다.
비슷한 시기에 프랑스에서 온 젊은이들이 한국 문화 체험의 일환으로 보신탕 집을 찾았고, 최근에는 한국에서 전지훈련중인 독일의 태권도 국가대표선수단 20여명이 중랑구의 한 보신탕 집에서 전골냄비에 젓가락질을 하는 장면이 신문에 보도되었다.
외국인들이 재미나 경험 삼아 먹어보는 것을 가지고 보신탕이 세계화 될 날이 멀지 않았다고 생각할 사람은 없겠지만 누가 알겠는가, 브릿짓드 바르도가 죽고 나면 보신탕이 호텔메뉴로 등장할 수도 있을지. 그때를 대비해 미리 몇 가지 걱정을 먼저 해본다.
우선 보신탕이라는 이름이 제 이름이 아니다. 개고기, 개장국이라는 제 이름이 있었는데 88올림픽 때 뒷골목으로 쫓겨나가면서 사철탕, 보신탕, 보양탕등으로 두리뭉실한 이름이 되었다. 이름부터 제대로 찾아야 한다. 사실 개장국이란 이름은 고기 장국의 원조 위치에 있다. 소고기를 가지고 개장국 비슷한 국을 끓이면 육개장이 되고 닭고기로 끓이면 닭개장이 되는 것을 보면 분명하다. “개고기 식당”이나 “개장국 전문”이란 간판이 나와야 한다.
다음으로 걱정되는 것은 요즘 서울 시내에서 파는 보신탕은 제대로 된 개장국이나 개고기 요리가 아니다. 들깻잎이나 부추 나물로 고기의 양을 한껏 부풀려 놓고, 고기 자체의 맛을 모르게 고추장 양념에, 식용유, 식초를 듬뿍 뿌리고 겨자까지 쳐서 먹게 하니 이게 어디 개고기 맛이 나겠는가. 고기 양을 늘리려고 허연 기름이 꽉 끼인 도사견 고기를 껍질을 태우지도 않고 그냥 삶아서 내온다. 원래 개고기의 껍질은 따로 벗겨서 불에 살짝 태우면 한주먹 정도로 줄어드는데 이를 고기와 같이 푹 삶으면 제모양이 다시 나온다. 개고기의 가장 맛있는 부위가 북경 오리요리와 마찬가지로 껍질이다.
한국 사람들이 생선회에 초고추장을 듬뿍 찍어 상추쌈을 싸먹는 것을 보고 일본사람들은 “저러려면 왜 사시미를 먹을까?”하고 통탄하듯이 우리나라 보신탕 집의 요리 방법은 불완전한 개고기의 품질과 양을 양념과 채소로 위장하고 있는데 이것을 고쳐야 제대로 요리로서 대접을 받을 수 있다.
몇 년 전 중국에 출장을 갔다가 머물고 있는 호텔 1층에 북한에서 경영하는 식당이 있다고 해서 일부러 들른 적이 있다. 메뉴를 살펴보니 “단고기” 요리가 있다. 바로 이것이다. 북한에는 못 가지만 북한 요리중에 특징 있는 것을 먹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가 아닌가.
빨간색 원피스 유니폼을 입은 북한 처녀가 내 온 단고기 요리는 남쪽 것과는 많이 달랐다. 뚝배기 같은 그릇에 맑은 고기 국물이 따로 나오고 그 옆에 단고기 수육이 조그만 접시에 담겨 나왔다. 다른 접시에는 풋고추 마늘 등을 저민 접시 가득한 고명이 들어있다. 어떻게 먹느냐고 물었더니 고명은 국물에 넣어서 먹고 수육은 소금에 찍어 먹든지 국물에 넣어서 먹든지 내 취향대로 하면 된다고 한다. 껍질도 조금 놓여있는 수육 맛을 보았더니 냉장고에 보관되어 있었던 냄새가 난다. 가마솥에서 갓 삶아 낸 수육 맛을 기대하기는 어렵겠지. 나는 수육을 국물에 쏟아 넣고 탕을 만들어 먹었다. 맛으로 평가하자면 별로였지만 북한 식은 이런 식 이구나 하는 좋은 경험을 했다.
내가 근무하던 회사는 부산 해운대에 특급호텔을 계열사로 경영하고 있었는데 당시 그 호텔의 사장은 서울대 독문과 출신의 미식가였다. 공교롭게도 그 호텔의 총지배인은 독일어를 쓰는 스위스 사람이었다. 어느 날 총지배인이 보신탕을 먹어보고 실망했다는 얘기를 직원들로부터 듣고 지배인을 불렀다.
어느 집에 가서 누구와 같이 먹었느냐고 물었더니, 호텔의 부장 두 사람과 호텔 가까운 곳에 가서 먹었다고 한다.
“ 너는 잘못된 곳에 가서 엉터리 개고기를 먹은 것이다. 보신탕을 제대로 먹으려면 나를 따라와라, 따라 올 때는 좋은 레드 와인 두 병을 준비해라”
이렇게 하여 그 사장은 낙동강 변의 어느 집으로 지배인을 안내하였다. 그 집에 들어서자 가마솥에서 개고기 삶는 구수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주인 아주머니가 뒷다리 하나를 도마 위에 올려놓고 손으로 뜯어준다. 칼을 대면 고기 맛이 없어진다고 한다. 가마솥에서 끓고 있는 노오란 국물을 한 사발씩 갖다 준다. 방금 뜯은 다리 살을 굵은 소금에 찍어 한입 가득 넣으니 야릇한 향기가 입안에 가득하다.
“자 이제 이 개고기와 레드 와인이 잘 어울리는지 포도주도 한잔 합시다.”
“어떻습니까?”
그 지배인은 오른쪽 엄지 손가락을 위로 치켜들면서 고기 먹는데 말 시키지말아 달라는 표정을 계속 쓰고 있었다고 한다.
첫댓글 전국진 선배님 좋은글 올려 주셔서 잘 보았습니다. 일부 나쁜넘들 때문에 보신탕 자체를 욕 먹이는 꼴이 되어 안타 깝습니다. 어디 믿고 먹을만한 집은 없나요? 앞으로 자주좀 참여 하셔서 사랑방 "군불"좀 지펴 주십시요.
독구 타령이 자주 소개 되는것을 보니 여름철이 한창 인것 같습니다. 보신탕은 사람마다 제일 잘 한다는집이 있다는 열변 때문에 진짜 어느집이 제일 인지 분간이 어려워요. 이것 저것 제쳐놓고 삼계탕이나 몇그룻 하면서 이 여름을 보냅시다. 오랜만에 도움글 올려 주셔서 감사 합니다.
베트남을 여행하면 길거리에서 “개고기” 란 뜻의“thit cho” 라는 간판을 많이 봅니다. 외국인을 위한 회화책에 베트남에서 개고기를 먹어 보지 않았다면 여행하지 않은 것과 같다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입니다
그렇군요. 이 더위 서울 처름의 짝퉁이 아니면 드시고 힘 내세요. 더위 잘 견디어 보세요.서울도 무척 덥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