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0.19. 나무날. 날씨: 파란 하늘과 가을 햇살이 지리산, 섬진강과 잘 어울린다. 아침 저녁으로 차지만 괜찮다.
아침체조ㅡ아침밥ㅡ아침열기ㅡ감 따기, 성두마을 둘러보기, 대나무 자르기ㅡ점심ㅡ섬진강 재첩 잡기ㅡ씻기ㅡ밧줄 걸기ㅡ저녁ㅡ일기쓰기ㅡ밤탐험ㅡ마침회ㅡ교사마침회
[하동 자연속하교 이틀째-감 실컷 먹고, 대나무 자르고, 섬진감 재첩 실컷 잡고, 맛있고 신나는 밤탐험]
새벽 닭울음소리가 들린다. 아이들은 곤히 잘 자고 있다. 드넓은 운동장을 보면 늘 부럽다. 밥 당번이 6시 30분에 일어나는데 일찍 일어난 아이들이 일찍부터 운동장에서 야구를 하고 있다. 7시 30분 아침 체조와 택견으로 아침운동을 하는데 여자 어린이들이 늦게 나온다. 먼저 온 어린이들은 먼저 운동을 하고 나중에 온 어린이들은 따로 했다. 운동장을 한 바퀴 달려보거나 걷거나 충분히 몸을 푼 뒤 8시 밥을 먹는다. 부엌과 식당이 넓어 상 차리고 정리하기가 편하다.
아침나절은 성두마을 둘러보기다. 감 따러 가는 차안에서 시우가 빨리 속도를 내라 한다.
“선생님 빨리 가요. 속도를 더 내요.”
“왜?”
“아니 권진숙 선생님이 따라와요.”
“당연히 뒷 차니까 따라와야지. 그런데 왜 속도를 내라는 거지?”
“아니 권진숙 선생님 차가 따라오니까 빨리 가버려요.”
“권진숙 선생님이 오면 어떤데 그래?”
“아니 권진숙 선생님이 내 자유를 막 막아요”
“엉? 어떻게 막는데?”
“이거 해라 저거 해라 막 그래요. 공부도 많이 해야 한다고요. 권진숙 선생님이 자유를 따먹어요.”
조수석에 탄 문선 선생님과 함께 시우 말이 웃겨서 한참을 웃는다.
“그렇군. 그런데 시우야 자연속학교에서 몇 밤을 자고 가면 좋을지 생각했어? 여섯 밤, 일곱 밤, 여덟 밤, 아홉 밤, 열 밤 중에서 고르면?”
“한 밤.”
여전히 변함없다.
성두마을에 들어서니 아침 활동을 나가는 높은 학년 아이들을 만나 반갑다. 높은 학년 잠집에 들렸다 감나무밭으로 가니 왕규식 선생님이 감을 따고 있다. 감 따 먹을 생각에 기분이 좋은 우리 낮은 학년 어린이들이라 마음이 바쁘다. 어떤 감을 따야 하는지 설명을 듣고 저마다 감을 따먹는데 손이 바쁘다. 오제랑 현우는 순식간에 서너 개를 먹었다며 자랑한다. 홍시를 찾는 재미도 있다. 꾸준히 익은 감을 따서 꾸러미 회원들에게 발송하기도 했고, 아직 감이 덜 익은 탓에 감이 아직 작기도 하고 낮은 학년이라 감 따는 일을 도울 게 없다. 두 분이 귀농해서 감농사를 지은 티가 난다. 덕분에 마을 어른들이 우리 아이들을 따듯하게 안아주고 품어주는 자연속학교가 풍요롭다. 감을 실컷 먹고 성두마을을 둘러본다. 성두마을을 돌 때면 늘 가는 길에 탱자도 줍고 밤을 줍는데 밤은 모두 벌레 먹어서 먹을 게 없다. 탱자를 주워 아이들에게 선생이 어릴 적 탱자로 놀던 이야기, 탱자나무로 만든 회초리를 맞으면 정말 아프다는 이야기도 해주니 아이들 눈이 반짝거린다. 탱자 향이 좋아 주워서 주머니에 넣으니 아이들도 탱자를 반긴다. 예전에 탱자를 맛만 보랬더니 많이 먹어서 배가 아팠던 녀석이 떠올랐다. 늘 가던 마을 제각 쪽으로 가서 으름을 찾는데 으름이 따 떨어지고 보이지 않는다. 아쉽다. 추자를 줍던 골짜기도 사람 발길이 안 닿아서 들어가기가 편하지 않다. 들머리까지만 함께 가고 선생이 고랑으로 들어가 추자와 굵은 밤을 주워서 주머니에 담아왔다. 벌레 먹은 것도 있지만 우면산 밤 크기와 견줄 수 없을 만큼 굵어 아이들이 놀란다. 마을은 여전한데 마을 어른들이 많이 돌아가신 건 어느 시골이나 비슷하다. 예전에는 밥 줍는 할머니가 계셨는데. 왕규식 선생님 집으로 돌아와 대나무숲으로 가서 대나무를 잘랐다. 아이들마다 원하는 길이로 잘라주는데 스물네 개를 자르니 땀이 난다. 대나무 지팡이로 아이들은 또 신나는 놀이를 만들어낼 것인데 벌써 막대기를 부딪히거나 총처럼 모양을 잡아 한 소리를 듣는다. 다 잘라주고 대나무숲으로 들어가 굵은 대나무를 하나를 잘랐다. 마음은 대통밥을 해주고 싶은데 잠집 식당 도구가 부실해서 될까 싶지만 먼저 채비만 해놓는다.
12시쯤 잠집으로 돌아와 점심 채비하는 동안 밥 당번 빼고 아이들은 자유롭게 논다. 운동장에서 야구를 하는 남자아이들이 많다. 그런데 놀이터쪽 밧줄 타고 올라가는 놀이를 하다가 아이들 사이 다툼이 생긴다. 먼저 올라간 아이들이 밧줄을 내려주지 않거나, 밧줄을 위에 둬서 올라가려는 아이들이 불편하다. 어제 밤 마침회에서 이미 나온 이야기라 규칙을 지키면 될 테인데 어디 그게 쉬운 일이던가. 끝내 아이들이 달려오더니 선생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더욱이 한 아이가 침을 뱉어서 속상한 아이들이 있다. 본인은 잘못해서 침이 튀겼다는데 많은 아이들이 일부러 뱉었다는 걸 본 터라 절명상으로 침 뱉지 말자는 말을 반복한다. 동무들과 어울려 놀며 규칙을 배우고 스스로 몸짓을 고쳐가는 자연속학교가 시작됨을 알린다.
낮에는 섬진강에 갔다. 섬진강 물이 정말 맑다. 하루 일찍 온 높은 학년이 만들다 둔 대나무뗏목이 보인다. 대나무 색이 예쁘다. 잘 묶어 놨다. 아직 뜰 정도 부력이 나올 채비가 보이지 않는 걸 보니 한 번 더 작업을 할 모양으로 놔둔 것 같다. 족대질과 낚시는 두 번째 섬진강에 올 때 하기로 했다. 물 속에서 헤엄을 치고 놀기에는 차가워 바지를 걷고 들어가 재첩을 잡는다. 와 재첩이 막 나온다. 노다지다. 재첩 잡는 재미에 허리 아픈 줄 모르고 줍는다. 물고기를 찾는 남자 아이들 빼고 모두 재첩잡는 재미에 빠졌다. 이백 개 넘게 주운 어린이들이 많다. 어느 틈에 물고기 찾던 아이들도 재첩을 잡아왔다. 들고 온 감을 새참으로 먹고 잠집으로 돌아와 재첩을 소금에 깨끗하게 씻어 해감을 했다. 바지가 젖은 어린이들이 있어 모두 잠집 큰 목욕탕에 들어가 씻었다. 저녁 먹을 때까지 자유롭게 논다. 역시 운동장에서 야구를 하고, 타이어와 밧줄 타고 올라가는 놀이터에 아이들이 몰려있다. 밧줄을 들고 가서 모두 부르는데 야구하느라 바쁘다. 버마다리를 달고 두꺼운 대나무를 그네로 삼아 밧줄을 걸었다. 버마다리를 걸매듭으로 달고 아이들은 서둘러 야구를 하러 가는데, 도훈이와 병찬이, 이준이가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줄을 잡아준다. 덕분에 그네와 버마다리를 쉽게 달 수 있어 좋다. 돌아갈 때까지 아이들이 놀기 좋은 밧줄놀이터가 되어가겠다.
첫 밤 탐험 하는 날, 활동은 두 가지다. 로켓화덕으로 밤을 굽고, 운동장에서 밤을 느끼는 놀이다. 저마다 먹을 밤 껍질을 벗기라니 너도나도 달려드는데 아이들이 밤에 밤을 굽는다며 웃는다. 윤태, 현우, 오제는 로켓화덕 불 피우기에 푹 빠졌다. 운동장 놀이 대신 줄곧 로켓화덕 불을 피우겠단다. 운동장 어둠 속에서는 닭우리 놀이와 잡기놀이, 숨바꼭질 놀이를 했다. 운동장 곳곳에 손전등을 든 술래가 아이들을 잡으러 다니는 광경이 문득 개똥벌레 날아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에게 반딧불이를 보여주면 좋을텐데 보이지 않는다. 예전에는 있었는데 아쉽다. 선생들이 술래가 되어 술래잡기를 하는데 운동장 나무 뒤 놀이터 밑, 잔디 위 곳곳에 아이들이 몸을 수그리고 숨어있다. 이준이랑 준우를 끝내 찾지 못해 못 찾겠다 꾀꼬리를 부른다. 이번엔 반대로 어린이들이 술래다. 제대로 숨어보려고 야심차게 나무 위로 올라가는데 높이 올라가지 못해 일찍 잡히고 만다. 예전 남해 자연속학교에서 밤탐험에서는 성공했는데 아쉽다. 밤 탐험을 마치고 세 어린이가 구운 밤을 밤참으로 먹고 마침회를 짧게 마친다.
하루가 빨리 잠든다. 재첩국을 끓였는데 일부를 골라 세 분 선생님들이 재첩회무침을 교사마침회에서 내놓는다. 재첩회무침 맛이 좋다. 추억이 쌓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