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신문 교육모임의 조사에 의하면 학생들은 방과 후에도 주로 공부에 매달리고, 봉사활동이나 취미·동아리활동에 보내는 시간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본보 6월 27일자 12면 보도). <설악신문>은 바람직한 방과 후 시간의 활용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봉사와 취미·동아리활동으로 나름 의미 있는 학교생활을 하고 있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장애 있지만 남을 위해 봉사하는 이남지(설악여중 1년)=이양은 연골무형증이란 장애를 지니고 있지만, 매주 토·일요일은 자신 보다 남을 위해 시간을 보낸다. 토요일엔 금강장애인센터에서 장애인 친구들과 놀거나 어른들의 심부름을 하고, 일요일엔 하루 4시간씩 반야노인요양원에서 할머니들의 식사를 돕고 말벗도 돼주고 청소도 하며 지낸다. 처음엔 봉사시간을 채우기 위해 언니를 따라 갔다가 너무 재미있어 계속하게 됐다고 했다.
“집에서 막내딸로 받은 많은 사랑을 남에게 나눠줄 수 있어 뿌듯해요. 집에서 컴퓨터를 하거나 TV를 보는 것보다 봉사하는 게 좋잖아요.”

◆1년에 240시간 봉사 최경환(속초중 3년)=초등학교 6학년 때 고모를 따라 처음 시작한 교동 먹거리촌 노인 국수 봉사를 지금도 매주 일요일마다 거르지 않고 하고 있다. 최군은 오전 9시부터 나와 오후 1시까지 설거지, 국수 나르기, 커피 드리기 등의 봉사활동을 한다.
속초시사회복지협의회 청소년복지학교를 수료한 최군은 토요일에는 오전 10~12시까지 봉사 관련 교육을 받고, 격주로 속초해오미21이 여는 나눔장터에서 질서 유지, 안내, 쓰레기 수거, 뒷정리 등을 맡아 하고 있다. 그는 특히 장애우 친구들과 소풍을 가 함께 밥을 먹으며 서로를 알아갔던 그 때가 너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봉사를 많이 한다고 공부에 지장을 주는 건 아니에요. 공부는 스스로가 시간계획을 잘 세워서 하기 나름인 것 같아요. 봉사를 하면 기분이 뿌듯하고, 자기반성도 하게 돼요.”
◆비걸 활동, 웹툰 연재, UCC 제작 고슬기(속초여중 2년)=네이버 웹툰 ‘도전만화’에 들어가면 ‘하늘과 손잡고’란 연재 웹툰을 만날 수 있다.
친한 친구나 부모와 있었던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그린 웹툰이다. 글·그림 고슬기다. 고양은 웹툰 외에도 중1 목련제 때 ‘비보이’들의 공연을 본 후 ‘비걸’에도 관심을 갖게 돼 배우고 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시작한 UCC 제작은 이젠 학교에서 내로라 할 정도다. 학교 축제나 과제물 제작 때 도맡아 한다. 올 여름방학 땐 영화와 뮤직비디오에 도전해볼 생각이다.
그는 “남들이 못하는 걸 스스로 배워서 한다는 것이 너무 좋다”며 “부모님이 스트레스를 주지 않고 믿어주신다”고 말했다. 고양의 장래 꿈은 글을 쓰는 것이다.
◆3년 째 학생회 활동 함유진(설악여중 3년)=함양은 설악여중 학생자치회 체육부장이다. 입학 후 담임선생님의 제안으로 면접을 본 후 1학년 대표를 맡았다. 2학년 때는 체육차장을 지냈다.
학생회 활동을 하다 보니 경험이 쌓이고 욕심도 생기고 재미도 있어 3년 째 하게 됐다. 학생회 체육부장으로 체육대회와 학생회 연합체육대회 등을 기획하고 진행하면서 스스로 학생 문화를 만들어가는 자부심을 느낀다.
“학교에서 유일하게 3년 째 학생회 활동을 하고 있어요. 학생회에 대해 가장 잘 알기 때문에 제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이 많아요. 리더십이 있다는 얘기도 많이 듣고요. 허드렛일도 많이 해야 하지만, 학생회와 친구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보람돼요.”
사회복지사가 꿈이라는 함양은 “학생회 활동 때문에 성적이 떨어졌다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시간계획을 잘 세워 공부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시사토론반, ‘자유로운 영혼’ 회장 유현진(속초고 3년)=유군은 지난해 3월 친구들과 의기투합해 시사토론반을 만들었다. “시사토론반을 통해 토론 방법을 배우고 지적 호기심도 충족시키지만, 무엇보다 앞으로 어른이 되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지 방향을 세우는데 도움이 돼요.” 작년까지는 지도 교사가 추천해 주는 책을 읽고 정리해 발표하다, 올해부터는 언론사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온 이슈들을 주제로 제한시간을 두고 찬반토론을 벌인다. 매주 야간자율학습시간(오후 6시20분~10시) 가운데 1시간을 내 빈 교실에서 토론을 한다. 야자시간을 빼기가 어려워 회원을 잃기도 했고, 토론방식을 놓고 의견충돌도 있었지만, 토론을 통해 해결했다. “교직원 회의실, 바닷가 앞 카페, 오래된 정자, 어디서든 토론을 했어요. 우리의 피를 끓게 만드는 주제가 세상에 너무나도 많았어요.” 그동안 에리히 프롬의 <자유로부터의 도피>를 시작으로 김선우의 <캔들플라워>, 강수돌의 <경쟁은 어떻게 내면화 되는가?>,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JUSTICE)> 등을 읽었다.

◆연극동아리, ‘누에고치’ 연출가 이다빈(속초여고 2년)=속초여고 연극동아리 ‘누에고치’는 지난달 17일 폐막한 제20회 강원도청소년연극제에서 대상을 수상해 오는 8월 10~20일 서울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열리는 제15회 전국청소년연극제에 도 대표로 출전한다.
이양은 대상작 ‘김 선생님 지금 뭐 하세요’(엄인희 작)의 연출을 맡았다. 연극제 5일전 작품이 바뀌어 매일 새벽까지 연습을 이어가야 했다. 방학을 하면 전국연극제를 준비해야 한다.
장래 희망이 연극이나 영화 연출인 그는 고교 진학 후 스스로 연극부에 가입했다. 작년엔 <종이비행기>란 작품에서 교장역과 조연출을 맡았다.
“연극 동아리를 하면 친구들과 친해져요. 그리고 소극적이던 학생들도 무대에 서면서 적극적인 성격으로 변하고요.”
장재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