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자 수필 문득.723 --- 눈밭에 새소리는 처량하다
눈밭에 새소리는 처량하다. 귀를 간지럽히거나 귀여움이 묻어나는 울음소리가 아니고 감미로운 노랫소리도 아니다. 어딘가 쓸쓸하면서도 처량한 소리다. 먹이를 찾는 피로가 쌓인 애절한 목소리다. 빈 가지를 더듬더듬 옮겨 다닌다. 심지 않고 가꾸지 않고 저장하지 않은 날짐승이다. 혹독한 추위를 이기면서 겨울을 나려면 배불리 먹어야 하는데 마땅치 않다. 눈이 자꾸 쌓이면 풀은 이불을 덮은 것처럼 훈훈하다고 하는데, 새는 먹이 구하기에 한 끼니가 눈물겹다. 간혹 던져주는 먹이에 감지덕지한 날이다. 목소리가 작아지면서 날아갈 기력도 떨어진다. 새소리가 흥겹고 감미롭기보다는 처량하다. 새소리는 철 따라 다르다. 듣는이의 기분 따라 다르다. 분위기를 타는 셈이다. 냇가에서 넋을 놓은 듯 우두커니 서 있는 백로의 껑충한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아 처량하기는 마찬가지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괜스레 안쓰러운 마음에 궁금하기조차 하다. 그래서 겨울이 더 냉랭하니 춥게 느껴진다. 그것도 겨울이 깊어지면 풀숲 덤불에 웅크리고 있을 새가 죽은 듯이 견디다 봄이 되어야 비로소 날개를 퍼덕거린다. 사람이야 옷을 껴입고 기름진 음식을 포식하며 방안의 온도를 높이고 있으니 다소 불편해도 겨울나기에 큰 어려움은 없다. 눈이 오길 기다리며 눈과 함께 겨울을 즐기며 나돌기도 한다. 새는 미리 준비를 않는다. 닥치는 대로 살아간다. 번연히 겨울이 올 것을 알 텐데 준비가 없다. 이런 것이 사람과 다르다. 사람은 저축하고 비축하면서 윤택한 삶을 만들어간다. 꾸미고 즐기고 행복이라는 고고한 향기를 뿜어낸다. 그러면서 우쭐하고 빛나며 가치가 상승한다. 생명의 존엄성을 안다. 다투면서 경쟁하는 것도 궁극적으로는 삶의 가치를 높이며 인간적인 삶에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것이 겨울의 눈밭으로 국한될 일이 아니라 극히 일부인 것이다. 매사 조심스러우며 소홀히 할 수 없다. 절대적으로 기본이 있는가 하면, 상대적으로 경쟁이 있다. 사람은 밥만 먹고 사는 것이 아니다. |
첫댓글 새똥때문에 무척이나 난감할때가 많은데 선생님께서는 그 소리에도 공감을 담으시네요. 항상 존경스럽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