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달이와 다롱이
백화 문상희 (콩트)
오늘도 어김없이 용달이는 7시에 일어나서
속이 편한 죽 한 그릇을 먹고 일 나갈 준비를 했다.
점심에 먹을 고구마, 빵 쪼가리, 우유와 캔커피
그리고 얼린 물을 비닐봉지에 챙겼다.
용달이는 사먹는 음식보다 차에서 수시로
먹을수 있는 기호식품이 더 편했기 때문이다.
"덜그럭 덜그럭 부스럭부스럭!"
"아빠, 일 나가시는 거예요?"
"그래, 흥일아!
이따가 냉장고에 국하고 반찬 꺼내서 밥 챙겨 먹어라!"
"네~,
아빠 다녀오세요!"
"그래, 알았다 흥일아!"
덜그럭 거리는 소리에 늦둥이가 잠에서 깼나 보다.
용달이는 늦둥이와 둘이서 살고 있다.
"다롱아, 일 나가자!
네가 예전에 자가용으로 있을 때 편했을 텐데
나에게 와서 무거운 짐도 실어야 하고
또 하루종일 더운데 에어컨까지 켜느라
고생이 많구나 다롱아!
어제도 다롱이 너 덕분에 이십만 원을 벌었잖니?
그래서 어제 번 돈은 큰맘먹고 문학단체에
기부했단다.
모두가 네 덕분이야 고맙다 다롱아~!"
"씨씨씨, 부르릉~!"
다롱이가 힘차게 대답을 했다.
용달이는 언제나 일을 시작하기 전에 점검을 하고
시동을 거는 일이 일상이었다.
다롱이는 용달이가 귀여운 다마스라서 다롱이라고
이름을 지어줬다.
"다롱아?
오늘은 또 어디 가는 콜을 받아볼까?
여하튼 오늘도 네가 수고를 많이 해줘야겠구나!"
용달이는 퇴직 후 쥐꼬리만 한 국민연금과
퇴직금으로 버티다가 아직은 일을 할 수 있고
또 민생고를 해결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용달차를 구입했다.
그것은 얼마나 살지는 모르겠지만 노년의 풍요로운
삶을 위해서이기도 하다.
용달이는 용달차를 하고부터 스스로 용달이라고
개명까지 해버렸다.
"띵똥, 새로운 오더!
09시 상차 11시 하차
출발지: 구리시, 도착지: 강남 모 백화점
요금 5만 원, 지하 3층 고기 상자 검품장 납품
오늘은 좀처럼 오지 않던 제2의 화물 엡에서
첫 콜이 들어왔다.
요금도 좋아 받고서 출근시간 때 차랑 정체를
뚫고 도착했지만 검품장과 출차신고를 하는
보안실을 찾느라 넓은 지하주차장을 물어물어
몇 바퀴를 돌아야 했다.
"다롱아!
어려운 첫 콜을 수행하느라 고생 많았다."
첫 콜을 마쳤지만 예상대로 용달이가 주로 받는
메인 콜에서 바로 콜을 주지 않았다.
이유는 다른 콜을 받으면 AI 컴퓨터가 이를 감지하고
페널티로 좋은 콜과 가까운 콜을 주지 않는 것이다.
용달이는 시대가 바뀌어 AI에게 지배당하는
것을 실감해야 했다.
용달이는 어쩔 수 없이 두 번째 콜도 제3의
화물 앱에서 콜을 받았다.
이번에는 강남에서 분당으로 가는 콜이었다.
이번 역시 백화점 납품 콜이었는데 백화점이
세일 기간이라 지하 주차장 진입 차량 정체로
지하 5층까지 내려가는데 30분 이상 소요되었다.
용달이와 다롱이는 어렵게 두 번째 콜을 수행했다.
"다롱아!
어디 한적한 곳에 가서 다음 콜을 기다려보자꾸나!"
용달이는 한참을 뺑뺑돌아 한적한 주택가에
정차를 하고 싸가지고 온 새참을 먹었다.
"다롱아!
에어컨 켜고 운행하느라 힘들었지?"
너도 좀 쉬도록 해라!"
용달이는 시동을 끄고 담배 한 대를 피우며 주차
카메라가 없기에 약 20분간 동네를 한 바퀴 돌았다.
아니나 다를까, 혹시나가 역시나였고
원래가 점심시간엔 콜이 없는 시간이었지만
오후 2시가 되어도 콜은 들어오지 않았다.
"다롱아?
여기 위치가 안 좋은 것 같은데 우리 다른 곳으로 가볼까?
낚시도 고기가 안 잡히면 자리를 옮기잖아 다롱아!"
용달이는 미신 같은 생각이 들어 자리를 옮겼다.
그러고도 한참이 지나서 주로 받던 메인 콜에서
어쩐 일로 콜이 들어왔다.
"새로운 오더,
출발지: 과천, 목적지: 동대문구 중랑천 제1체육공원
16시 상차, 18시 하차 요금:5만 원
배송 물품: 얼린 물 50 상자.
용달이는 요금도 좋았지만 과천까지 거리가 너무 멀어
처음엔 받지를 않았다.
콜이 연속해서 세 번이 들어왔지만 아무도 콜을
받지 않았다.
용달이는 이상하다고 생각을 하면서 자세히 콜을
살펴보았다.
사람들이 콜을 받지 않는 것을 그제야 알았다.
이유는, 목적지 근처에 가서도 5km의 나들목을
돌아서 와야 했고 눈에 들어오는 것은
"주의, 진입로 좁음,,이었다.
고속으로 주행하는 동부간선도로 1차로에서
진입을 해야 했고 또한 진입로를 놓치게 되면
이번에는 10km를 다시 돌아와서 들어가야 했다.
그래서 아무도 콜을 받지 않았던 것이었다.
"다롱아!
우리 집 근처 콜이니까 이 콜을 받아서 배송하고
퇴근을 하도록 하자꾸나"
용달이는 콜을 수락한 후 전화 통화를 했다.
"여보세요?
콜 오더를 받은 다마스 용달차입니다.
여기는 성남시 백현동입니다.
과천까지 30분 소요되는데 괜찮을까요?"
"네 ~,
괜찮으니까 빨리만 와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콜을 부른 사람은 아무도 콜을 받지 않아서
안달이 났었는데 아주 반가운 목소리였다
용달이와 다롱이는 고속도로를 이용해서
30분 만에 과천에 도착했다.
용달이는 직원과 함께 얼음물이 녹지 않도록
비닐로 싸서 상차를 하고 동대문구 목적지로 향했다.
"기사님!
행사장에서 얼린물을 빨리 가져오라고 난리가 났으니
빠른 배송 부탁드립니다."
"예,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해서 가도록 하겠습니다."
용달이는 빨리 가려고 했지만 금요일 오후
퇴근시간이 되어 서울로 가는 고속도로는
그야말로 주차장이었다.
용달이는 차선을 바꿔가며 최선을 다해서 목적지로 향했다.
6시쯤 되어 중랑천 제1체육공원 맞은편에 왔으나
또 5km 정도 나들목을 돌아서 와야 했다.
차들이 씽씽 달리는 위험한 동부간선도로 1차로에서
비상등을 켜고 서행을 하니 뒤차들이 빵빵 거리며
번쩍번쩍 상향등을 켜면서 난리가 난 것이다.
용달이는 몇십 년 운전을 한 프로급 기사였으나
잘 보이지도 않는 1차선 진입로를 놓치게 되면
이번에는 10km를 다시 돌아와야 하기에
용달이는 바짝 긴장을 했다.
"다롱아!
분명 여기쯤 진입로가 있을 텐데 말이야!"
용달이는 다롱이 에게 그렇게 중얼거리며
뒤차들을 무시한 채 두리번거렸다.
그때 출입구가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그것은 출입구 전방 10m 지점에
좌측 비상주차 공터와 착시현상이 일어나
긴장한 탓에 깜빡 지나치고 말았다.
용달이는 어쩔 수 없이 공터에 주차를 시켰다.
차들이 씽씽 달리는 위험한 동부간선도로에서
후진은 언감생심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다롱아!
나도 이런 실수를 할 때도 있구나!"
용달이는 주차를 시킨 후 행사장 담당자에게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얼음물 실은 다마스 용달차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실수로 진입로를 지나쳤습니다.
혹시 자동차가 있으면 행사장 후방 200m로
와주실 수 있나요?"
"아니요?
지금 스텝들이 바빠서 갈 수도 없고 얼음물이
떨어졌으니 빨리 좀 가져오세요!"
그렇게 말을 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목적지까지 배송하는 게 용달이의 임무라서
어쩔 수 없이 손수레로 옮기기로 했다.
용달이는 동부간선도로 분리대 철책을 넘어
얼음물 box를 옮겨놓고 열개씩 손수레로
200m를 다섯 번 나눠서 옮겨야 했다.
용달이는 행사장에 얼린 생수를 모두 옮겨놓고
무더운 여름이라서 땀범벅에 완전 녹초가 되었다.
용달이는 다롱이 차에서 에어컨을 켜고
땀을 식히며 정신을 가다듬었으나
이번엔 50m 우전방 나들목으로
나가야 하는 위험한 모험 운전을 해야 했다
용달이는 5분쯤 기다리며 도로에 차의 흐름이
끊어지기를 기다렸다 기회가 와서 급발진으로
장안동으로 나가는 나들목으로 진입을 했다.
용달이는 등골이 오싹하는 모험 운전을 하고 나니
콜이고 나발이고 바로 집으로 향했다.
용달이는 집에 도착해서도 차에서 내리지를 못하고
오늘 일을 되짚어 보았고
멍하게 30분을 넋 놓고 앉아서 쉬어야 했다.
"다롱아?
오늘 내가 바보짓을 해서 다롱이 너를 위험하게
해서 미안하다.
나는 내가 좋아서 시작한 용달차 운전이니까
원망도 후회도 없단다 다롱아!"
그때 용달이가 90% 이상 의존하는 화물 앱에서
내일 상차 콜이 들어왔다.
"띵똥,
새로운 오더!
충남 당진 15만 원,
내일 아침 10시 상차 14시 하차"
"다롱아!
오늘 뒈지도록 고생했다고 위로 콜이 들어왔단다.
네가 살던 제주도는 아니지만 내일은
다롱이 너 바다구경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시원한 바람불면 경치 좋은곳으로 콜 받아서
여행삼아 차박도하고 그러자꾸나 다롱아 ~!"
다롱이는 신차로 출고되어 제주도 감귤 농장에서
삼 년간 일꾼들 새참, 점심을 실어 나르는 편안한
일을 하다가 용달이에게 중고차로 팔려온 것이다.
또한 다마스는 다용도로 사용할수 있는 단종된
차종이라서 더욱 귀한 대접을 받는다.
다롱이는 바다구경 소리에
"빵~, 하고 반갑게 인사를 했다.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