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샘레터 74]‘간비십격奸婢十格’이라는 사자성어
2023년 내년의 간지干支는 계묘癸卯입니다. 그러니까 토끼띠의 해, 제가 사랑하는 막내여동생이 환갑(회갑)이 되는 해이지요. 최근 국보급 전각예술인 지인으로부터 배운 사자성어四字成語가 ‘간비십격奸婢十格’과 ‘옥토도약玉免擣藥’인데, 생각만 해도 피식피식 웃음이 납니다. 이렇게 별스런 사자성어가 있는 줄은 생각도 못했거든요. 사자성어는 세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아주 쉬운 것(작심삼일, 조삼모사 등), 좀 어려운 것, 아주 어려운 것(정민 교수의 ‘석복’이나 ‘일침’이라는 책에 나오는 성어들) 등이 있는데, 간비십격은 재밌는 성어라 하겠습니다.
'간비십격奸婢十格'의 뜻은 이렇습니다.
한 선비가 여종과 밀통을 하다 아내에게 한번 들킨 후 할 때마다 들통이 났답니다. 친구에게 무슨 좋은 방법이 없겠냐고 묻자 친구가 알려준 10가지 요령이 곧 간비십격입니다.
1. 기호탐육격飢虎貪肉格: 굶주린 호랑이가 고기를 탐하듯, 여종을 품으려는 결심의 단계입니다.
2. 백로규어격白鷺窺魚格: 백로가 고기를 엿보듯, 품으려는 여종이 어디에 있는가를 잘 엿보아 두어야 하겠지요.
3. 노호청빙격老狐聽氷格: 아내가 깊은 잠이 들었는지를 엿보고 살핌이, 물고기를 잡으려는 늙은 여우가 얼음판에 귀를 대고 얼음아래 노니는 고기 소리를 듣듯 해야 합니다.
4. 한선탈각격寒蟬脫殼格: 밤중에 아내 몰래 몸을 살그머니 이불에서 빼어내는 것이 매미가 허물을 벗듯 해야겠지요.
5. 영묘농서격靈猫弄鼠格: 여체를 온갖 체위로 희롱함이 마치 고양이가 쥐를 희롱하듯 해야 하구요.
6. 창응박치격蒼鷹搏雉格: 매가 꿩을 낚아채듯, 여체를 희롱하다 번개처럼 빠르게 눕히는 과단성이 있어야 하느니라.
7. 옥토도약격玉兎搗藥格: 눕혀놓은 여체의 옥문玉門에 양陽物을 진퇴시킴이 옥토끼가 약방아를 찧듯 해야 하느니라.
8. 여룡토주격驪龍吐珠格: 양물을 진퇴시키다 사정射精을 할때에는 용이 여의주를 토해내듯 시원하게 해야 하느니라.
9. 오우천월격吳牛喘月格: 사정 후 피로하여 급해진 숨결을 오나라의 소가 달빛을 머금듯 빨리 조용하게 안정시켜야 합니다.
10. 노마환가격老馬還家格: 이제 숨결을 고르게 했으면 자기 방으로 돌아가 아내 옆에 조용히 잠들기를 늙은 말이 집에 돌아갈 때와 같이 조심스러이 하면 들키지 않을 것이라고 충고 아닌 충고를 해준 데에서 이 사자성어가 나왔다는 것입니다.
하여, 이 친구를 그때부터 ‘십격선생十格先生’이라고 부르며 공경했다는 이야기가 『고금소총古今笑叢』이라는 ‘19금禁 책’에 전해 내려온다는 것입니다. 별로 어려운 한자도 없지요. 이 기회에 한자 공부도 함 하시죠.
주릴 기, 탐할 탐, 백로 로, 엿볼 규, 여우 호, 매미 선, 허물 각, 고양이 묘, 희롱할 롱, 쥐 서, 푸를 창, 매 응, 칠 박, 꿩 치, 찧을 도, 머금을 천, 돌아올 환 정도가 눈에 좀 낯선가요?
아무튼, 전각예술인이 계묘년을 맞아 연하장에 쓴 글씨가 <옥토도약>인데, 사자성어의 유래나 출처에 상관없이 “달나라 옥토끼 부부가/우리의 선약을/찧고 있네”라고 설명을 써놓았습니다. 참, 멋진 전각 그림과 글씨이더군요. “어디에서 이런 재미난 사자성어를 찾았느냐?”고 물었더니, 빙그레 웃으며 “이태백의 <파주문월把酒問月>에서 따왔다”고 하더군요. 역쉬 고수高手입니다. 유홍준님이 말했듯 '인생도처유상수'입니다. <파주문월>의 원문을 실으면 골치 아프다며 짜증을 낼 것같아 번역문을 싣습니다.
푸르디 푸른 하늘에 달이 떠있은지 얼마런가.
나는 지금 술잔을 멈추고 한번 물어본다네
사람은 밝은 달을 휘어잡을 수가 없는데
달은 되레 사람을 따라다니네
밝고 환한 것이 날아가는 거울처럼 단청집을 찾아와
푸르스름한 안개 다 걷어버리고 맑고도 휘황한 빛을 발하네
다만 밤에만 바다 위를 떠오르는 것을 볼 수 있을 뿐
새벽이면 구름 사이로 빠져 들어감을 어찌 알리
옥토끼는 불사약을 가을이고 봄이고 마냥 찧고 있는데
항아아씨는 외로이 살며 누구랑 이웃하고 있으려나
지금 사람은 옛적의 달을 볼 수 없지만
옛사람이나 지금 사람이나 흐르는 물같은 것이니
다같이 밝은 달을 보면서 모두 이런 것을 느꼈을 것을
오직 노래하며 술 마시고 있을 때는
달빛이 오래도록 금빛 술통 속을 비춰주길 바란다네
역쉬 이태백李太白(701-762)입니다. 술꾼들을 흔히 ‘주酒태백’이라 한 것도 이태백 때문인, 중국 최고의 고전시인. 1000수를 넘게 남겼다지요. 호수의 달을 뜨려고 물에 빠져 죽었다지요. 이 <파주문월> 시에 ‘옥토도약’이 나오더군요. 불사약을 찧고 있는 옥토끼부부. 작가가 그린 토끼를 자세히 보시면 암수를 확실히 구별할 수 있습니다. 왼쪽 토끼의 가슴에 청천의 유방乳房이 그려 있습니다. 재밌죠? 달나라 토끼도 2023년, 내년 한 해 동안 우리의 건강과 행운 그리고 발전을 위하여 불로장생하는 선약仙藥을 찧고 있으니, 모든 것이 잘 되겠지요. 이렇게 멋드러진 연하장이 필요하신 분들은 저에게 연락하세요. 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