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 현충원의 벚꽃 구경.

[경산]

수요일 오전 바삐 병원 일을 마치고 버스를 타서 국립 현충원 앞에서 내린다.

벚꽃 축제 행사기간이 4월 11일부터 17일까지 일주일 동안

야간 개장도 하고 여러 행사들이 있으나

오히려 덜 붐비고 꽃구경은 이때가 좋다.

종합행정민원실에 들러 처가 편한 운동화로 갈아 신고 짐을 맡기고

나는 오랜 만에 찾는 선배 묘역의 안내 지도를 받고 출발.

오늘은 버들 벚꽃 꽃길 산책로로 간다.

초입의 정원을 지나

근사한 모습의 소나무도 찍어 보고

보이기 시작하는 버들(수양)벚꽃.

지난번에 들리지 못하였던 참군인 채명신 장군 묘소에 왔다.

원래 제 1 묘역은 사병들이 묻혀 있는 곳이나

그 앞자리에 특별히 자리를 잡았다.

나의 친구는 채장군이 2군 사령관이실때 당번병.

무덤 앞에는 생화들도 즐비하고

참배를 마치고 떠나기 전 다시 한번 뒤돌아 본다.

작약은 꽃도 우아하지만 올라오는 꽃대가 참 예쁘다.

오랑캐 꽃도 피어 있다.

요건 꽃봉우리인가? 무슨 꽃나무이지?

약간 높은 자리에서 국립 현충원에서 안식을 취하고 있는 호국 영령들을 본다.

나라에서 모든 관리를 책임지고 있으니 영광스러운 자리에 묻혀 얼마나 좋은가?

그늘진 곳에서는 아직 목련 봉우리가 닫혀있다.

가는 길에 늘어진 개나리도 보고

이인호 소령은 청룡부대에서 대위로 수류탄을 몸으로 막아 순직하신분.

출생지가 나의 외가가 있던 청도 고수동.

나의 선배도 청룡부대로 순직하였다.

여기에 글을 쓰신 한솔 이효상 은 우리 선배님이고

다방면에 재능이 있으신 분으로 우리가 중고등 다닐때 특강도 해주셨다.

당신의 아드님이 신부님.

여기는 벌써 연록색으로 바뀌고 있다.

겹 진달래?

박정희 전대통령 묘소에 들러 참배를 한다.
좌청룡, 우백호에 한강물이 흘러 들어오는 것이 보이는 국립 현충원 최고의 명당이다.

그러니 따님도 대통령이 되었지.

이 시의 일부를 전재 한다.

산 옆의 외따른 골짜기에
혼자 누워 있는 국군을 본다.
아무 말 아무 움직임 없이
하늘을 향해 눈을 감은 국군을 본다

누런 유니포옴 햇빛에 반짝이는 어깨의 표지
그대는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소위 였구나.
가슴에선 아직도 더운 피가 뿜어 나온다.
장미 냄새보다 더 짙은 피의 향기여!
엎드려 그 젊은 죽음을 통곡하며
듣노라! 그대가 주고 간 마지막 말을……

나는 죽었노라 스물다섯 젊은 나이에
대한민국의 아들로 숨을 마치었노라
질식하는 구름과 원수가
밀려오는 조국의 산맥을 지키다가
드디어 드디어 숨지었노라

내 손에는 범치 못할 총자루,
내 머리엔 깨지지 않을 철모가 씌워져
원수와 싸우기에 한 번도 비겁하지 않았노라
그보다도 내 피 속엔 더 강한 혼이 소리쳐
달리었노라 산과 골짜기 무덤과 가시 숲을
이순신(李舜臣) 같이 나폴레옹 같이 시이저 같이
조국의 위험을 막기 위해 밤낮으로 앞으로 앞으로 진격! 진격!
원수를 밀어 가며 싸웠노라
나는 더 가고 싶었노라 저 머나먼 하늘까지
밀어서 밀어서 폭풍우같이
뻗어 가고 싶었노라 

중략

내게는 어머니 아버지 귀여운 동생들도 있노라
어여삐 사랑하는 소녀도 있었노라
내 청춘은 봉오리지어 가까운 내 사람들과
이 땅에 피어 살고 싶었었나니
내 나라의 새들과 함께
자라고 노래하고 싶었노라
그래서 더 용감히 싸웠노라 그러다가 죽었노라
아무도 나의 죽음을 아는 이는 없으리라
그러나 나의 조국 나의 사랑이여!
숨지어 넘어진 이 얼굴의 땀방울을
지나가는 미풍이 이처럼 다정하게 씻어 주고
저 푸른 별들이 밤새 내 외롬을 위안해 주지 않는가

후략

항상 여기에 올때마다 들리는 곳.

아웅산 사태때 돌아가신 당신은 나의 20년 선배이시다.

20주기에도 초대 받아 갔었다.

제주도가 원산지인 구상나무

직박구리가 물장구를 치고 놀고 있다 카메라를 가져다 대니 날아가 버렸다.

정문을 빠져 나오는데 누가 '형님' 한다.

백수 후배가 그림 수업을 마치고 구내를 넘어 가려고.

호젓이 처와 함께 벚꽃구경 잘했다.

[inchul]

작년 이맘 때 강북도로를 달리다 현충원 쪽을 보고 희뿌연 색체가 만연한 것을 보고 깜짝 놀란 일이 있는데 바로 그것이 현충원의 벚꽃이었다. 어느 덧 또 일년의 세월이 지났음을 직감한다. 한도 많은 세월 좀 빨리 가면 어떠랴!
소크라테스는 젊은 이들을 오도하고 있다는 누명을 쓰고 당시 위정자들이 내리는 사약을 마시는 자리에서 슬피 우는 젊은 제자들에게 '나는 죽으며 너희는 산다, 그러나 죽는 내가 좋은 것인지 사는 너희들이 더 좋은 것인지는 아무도 알 길이 없노라' 라고 했는데 가는 세월이 뭐 그리 대수겠는가?

[철산]

채명신 장군..... 귀감이 되는 훌륭한 장군이었지요, 그런데, 이 나라가 좌빨 세상이 되어가는 것을 보시고는, 어떤 느낌이셨을까요 ?

[경산]

나는 국립 현충원에 비교적 자주 들리는 편이지요. 여기는 계절에 따라 풍광도 다르고.
제일 위쪽에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 그 아래에 이승만 대통령 묘역,
그 사이에 비집고 들어온 모 대통령 묘역, 여기는 한번도 들려보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