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든 동물이든 자식 사랑은 절대적이다. 우리 속담에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한다.'는 말이 있다. 함함하다가 부드럽다는 뜻이다. 고슴도치 가시가 어찌 부드러울 수 있겠는가? 외국 속담에도 '원숭이가 새끼를 낳아놓고서 귀여운 내 사슴'이라고 한다는 말도 있다. 동물은 일정기간 때가 되면 다 부모 곁을 떠나 독립적으로 살아간다. 네 발 달린 동물은 태어나자마자 걷기 시작한다. 일어서는 순간 어미 젖을 먹으며 적응한다. 어느 정도 어미의 보호를 받고 지내다가 독립한 뒤 자력으로 살다 자연으로 돌아간다. 그에 비하면 인간은 모순이 매우 많다.
유독 사람만이 일평생 자식 걱정에 애면글면이다. 대부분 "결혼시켜 놓으면 부모 역할이 끝날 줄 알았는데, 출가시켜도 끝나지 않는 근심 걱정이 자식"이란다. 자식 관련 속담 중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말도 있다. 그만큼 자녀는 아름다운 열매이자 가시도 많다는 의미이리라. 자식이라는 가시에 찔려 피를 흘리는 부모들도 많다.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고 한다. 나도 나이가 들어갈수록 부모 마음을 이제서야 알 것 같다. 우리 세대는 자녀가 한 둘이다. 부모님 세대는 5~6명이 예사였고, 할아버지 할머니가 사셨던 시절 8~9남매도 예사였다. 어렵던 시절 예전 어른들은 어찌 그 고난의 세월을 용케도 버텨내셨을까?
어버이날을 맞아 여러 생각이 든다. "부모 노릇도 만만치 않지만 자식 노릇도 힘든 시대"라고 여기저기서 하소연을 한다. 대개 부모는 자식을 버리지 못하나 자식은 부모를 쉽게 버리는 세태이다. 너무도 안타깝다. 부모를 일년에 서너 번 찾는 이들도 부지기수이다. 일년 내내 전화 한 통 없는 자식들이 대다수라니 충격이다.
한국인과 일본인을 비교하는 어느 자료를 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인은 부모를 봉으로 안단다. 실컷 가르치고 키워줬더니 "더 안 준다"며 원수가 된다고 한다. 일본인들은 우리에 비해 자립심이 강하다. 부모 돈은 부모 돈, 내 돈은 내돈이라는 의식이 분명하다. 엄청난 차이가 아닌가? 학교 교육도 바뀌어야 하지만 가정교육을 통한 개개인의 통렬한 반성과 회개가 요구된다.
몇 년 전 만난 어느 요양원 할머니가 떠오른다. "나는 일제시대에 태어나 아들 넷을 낳았다. 죽기살기로 키우고 가르쳐서 결혼도 시켰다. 아들이 넷이고 며느리도 넷이나 있다. 손자 손녀는 열 명도 넘는다. 그러나 내가 나이가 들어가니 어느 누구도 나를 돌보겠다는 이가 없다. 내가 잠깐씩 정신이 깜빡거리자 자기들 편하자고 요양원에 데려왔다."
그 할머니는 아들들이 면회를 오면 "나는 여기서 잘 지낸다"고만 하셨단다. 순번을 정해서 찾아오는 아들이 있어 그래도 다행이라고 하셨다. "자식 출세한 집안일수록 요양원 찾아오는 이 드물고 재산 일찍 물려준 사람일수록 늙은 부모 찾아오는 이 없다"고 하며 혀를 차셨다. 내가 어른들과 대화 나누기를 좋아해서인지 그분들은 나에게 마음을 다 털어놓으신다. 연세가 드신 분들일수록 더 외롭다.
일찍이 주자(朱子)는 주자십회(朱子十誨)에서 불효부모사후회(不孝父母死後悔)를 강조했다. '부모님 살아생전에 효도를 다하지 못하면 돌아가신 후에 후회한다'는 뜻이다. 내가 늘 맘속에 품고 있는 자욕양이친부대(子欲養而親不待)라는 시구도 있다. '자식이 부모를 잘 모시고자 하나 부모는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슬프고 처절한 현실이 한스럽다.
한국 사회 어르신들이 느끼는 외로움은 단순한 고독이 아니다. 인생으로부터 가족 특히 '새끼'로부터 버려진 듯한 심리적 박탈감이 더 크다. 나는 효도할 부모님이 다 돌아가셨다. 딸 아들이 있으나 요즘 한국 사회의 세태를 보면 대략 우리 세대의 미래가 눈에 그려진다. 나도 스스로 독립을 준비해야 하리라. 노년기 독립이 숙제인 시대, 한국이 그런 나라가 될 줄이야!
일부 선진국을 제외하고 지구촌은 대부분 3대가 모여 살거나 4대가 같이 산다. 부모님은 거의 신과 동격이다. 권위도 존경심도 절대적이다. 외국에 다니며 내가 신선한 충격을 많이 받았는데 그 중 하나가 어른에 대한 사회적 신뢰와 존경심이었다. 한국 사회는 위아래도 사라지고 거꾸로 어른들이 죄없이 젊은이들의 눈치나 본다. 매우 잘못된 사회이다.
한국은 세대간 단절도 심각한 나라가 되었다. 요즘 70대 이상 어른들이 공통적인 내용으로 서운하고 섭섭한 마음을 표현하신다. "부모는 아예 보이지도 않는지 애완동물이나 끌어안고 있다. 제 새끼한테 하는 거 10분의 1만 해도 효자 소리 듣겠다."며 속으로 피눈물을 흘리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 "손주들 얼굴 한 번 보여달라고 하소연을 열 번쯤 해야 한 번 볼까말까 하다"며 못내 섭섭해 하신다.
교회 십일조처럼 부모에게 수입 10%를 의무적으로 드리게 하면 어떨까? 부모님께 용돈을 드려도 거의 다 알뜰히 모아서 도로 주신다. 10분의 1을 의무적으로 부모 통장에 자동 입금하게 하는 제도는 어떨까? 사업 한다고 부모님 자산을 다 탕진하고 부모가 뒤늦게 종이 박스나 주우러 다니시게 하고 공사장을 전전하게 하는 자식들도 셀 수가 없다.
노인 빈곤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장수시대에 접어들었고 앞으로 점점 격화될 한국 사회의 가족 문제, 어버이날을 맞아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결혼도 하지 않고 자녀도 낳지 않으니 이러다가 장차 어버이날이 사라지는 날이 오는 게 아닐까?
언젠가는 어린이날도 사라질 것이다. 사실 어버이날이나 어린이날은 굳이 필요가 없다. 언제나 어버이는 존경을 받아야 하고 어린이는 사랑을 받아야 한다. 서서히 스승의 날도 소멸할 테니 한국 사회의 인구절벽이 새삼 더 깊이 시름으로 다가온다. 아! 대한민국은 정녕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이연실<지구별 가슴에 품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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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글 감사 합니다
반갑습니다
동트는아침 님 !
다녀가신 고운 멘트
감사합니다 ~
5월의 푸르름과 함께
즐겁고 여유로운
나날들 보내시고
건강하세요
~^^
안녕 하세요..망실봉님
오늘도 좋은 글 담아 주셔서 고맙습니다
수고 많으셨어요
편안한 쉼이 되는 시간 보내세요
반갑습니다
핑크하트 님 !
공유하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
오늘도
기쁨과 보람된 일들로
가득한 좋은하루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