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수필]따뜻한 집
삭풍이 휘몰아치는 한겨울 동한의 칼바람이 사위를 내리 짓누르며 어지러이 난무할 제,
사람들은 살을 에는 듯 한 동장군의 기세에 눌려 바깥출입을 자제하고,
대개의 경우 특별한 용무가 없으면 ‘방콕’을 하거나 ‘방굴러대쉬’를 한다.
이럴 때 참으로 요긴한 것이 있으니 바로 따뜻한 햇살의 포근함이다.
마치 통속의 철학자 현인 디오게네스가 정복 군주 알렉산더와 대담할 때,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당신이 가리고 있는 따뜻한 햇살 한 줌’ 입니다.’ 라는
유명한 말이 퍼뜩 떠오른 것은 무슨 까닭일까? 여하튼 우리 집은 따뜻한 집이다.
아침 햇살이 집안 창문과 거실 베란다에 깃들 때부터 해가 꼬박 질 때 까지
그야말로 누런 황금 같은 태양의 물결이 온 집안을 감싸고돌기 때문에
화기가 집안 구석구석 까지 스미고 안온한 기분이 든다.
게다가 베란다 나가서 보이는 해양공원의 아름다움과
포구에 정박해있는 배들 그 위로 나르는 갈매기들,
게다가 밤이 되면 공원의 조화로운 불빛,
통영대교를 끼고 양안(兩岸)을 연이어 점멸(點滅)하는 빨주노초파남보의 조명등은
과연 이곳이 동양의 나폴리요, 해안이 절경임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고 있다.
주거지로서는 최고의 명당이 바로 이곳이다.
이름도 빼어난 미수동(美修洞)이고 보면,
이곳에서 몸과 마음을 아름답게 닦고, 다스리고, 고쳐서
생활의 편리와 즐거움을 누리며 살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인 것이다.
사실 집을 구할 때는 조망(眺望)이 좋고, 남동쪽을 향해 집을 짓든지, 구하든지 해야 한다.
아파트도 취향에 따라 낮은 곳을 구하는 사람도 있지만 높은 곳을 구하면,
여름에 시원하고 또 풍광이 확 뜨여서 그야말로 가슴이 다 시원하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집은 조망(眺望)과 풍경(風景)이 참으로 빼어나다.
여름에는 에어컨과 선풍기가 필요 없을 정도로 시원하고
-방충망을 친 베란다 양쪽 창문을 열어 젖혀놓으면 밤에는 오히려 추울 정도임-,
겨울에는 그야말로 햇살이 하루 종일 집안에 머물고 있으니,
전열기-난로나 온풍기-가 전혀 필요하지가 않다.
거실 소파에서 뒹굴며 신문이나 잡지를 보거나, TV를 시청하면 그야말로 꿀맛이다.
여하튼 풍광하나는 정말로 좋다.
앞에 현대아파트 단지가 있긴 하나 우리 집보다 다 낮은 곳에 위치해 있으니,
조망(眺望) 침해는 물론이요,
앞으로 다른 아파트가 들어설 여지(餘地)도 없으니 그야말로 금상첨화이다.
앞으로 미륵산이 떠 받쳐주고,
사방으로 길이 난 등산로는 매일 즐겨 찾는 두 시간짜리 코스로서
나에게는 적당한 운동 보약을 제공해준다.
집에서 보면 통영 관광 케이블카가 오르내리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여하튼 따뜻한 집에서 기거(寄居)한다는 말은 여간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3요소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住)는
쾌적하고, 조망 좋고, 편안하고, 포근할 때 그야말로 그 본연의 역할을 할 수가 있는 것이다.
어둡다든지, 비좁다든지, 춥다든지 사방이 가로 막혀있다든지 하면 무엇이 좋겠는가?
집은 우선 거주할 때 기분이 좋아야 한다.
그 맑은 기운을 늘 받고 생활할 때
상쾌(爽快), 유쾌(愉快)통쾌(痛快)의 삼쾌(三快)의 세 박자가 조화를 이룰 것이다.
물론 가까이에 텃밭이 있어서 채소를 밥상에 자주 올릴 수 있는 여건이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그렇지 않아도 믿고 먹을 수 있는 먹을거리가 귀한 시절에
자기가 손수 재배한 채소를 먹는다는 것
그것만큼 정신건강과 체력 단련에 좋은 일은 별로 없다.
사람은 따뜻한 햇볕과 함께 흙먼지 냄새도 맡으면서 살게 될 때 건강해지는 것이다.
왜 만병이 소리 소문 없이 구렁이 담 넘어가듯 찾아오는가?
일하기 싫은데서 - 땀 흘리기 싫어하고 불로소득(不勞所得)을 구하고 찾는 그 부패한 마음 때문에 -
오는 것이 아니겠는가?
사람은 이마에 땀을 흘려야 필경 땅의 소산을 먹고,
진토인 흙으로 돌아간다는 만고불변의 진리와 함께,
따뜻한 햇볕을 받고 사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를 깨달을 때
행복의 파랑새는 훨훨 날아와 깃들게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지금 감사로 제사를 드려야만 한다. 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