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케이 임직원 여러분,
2021년이 가고 있습니다.
보통 이런 때에 우리는 '다사다난했던' 이런 표현을 쓰는데 금년은 한마디로 '답답했던' 한 해였습니다.
마스크로 답답했고,코로나가 언제 진정이 될지 몰라 답답했고,부동산 값이 언제까지 오를지 몰라 답답했습니다.
대선후보들의 찌질함에 답답했고,이런 찬스를 잘 이용하는 은행이나 가진 사람에 답답했습니다.
우리 회사는 마스크,소독기를 위시한 PPE 사업에 답답했고,외주로 생산하는 선글라스의 품질이나 납기로 답답했으며,스포츠안경
의 영업에 답답했습니다.
그런데 그 답답함을 조금씩 풀어주는 일들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주로 생산하는 고글과 PT가 사상최초로 1억불을 넘겼고,최고의 이익을 남겼으며,
베트남 공장이 가동을 시작해 금년은 적자지만 내년은 손익분기점을 넘길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대구공장(왜관)이 완공돼 새해부터 가동이 되면서 선글라스 사업이 흑자로 전환됨은 물론이고,자체 브랜드 사업을
자체생산으로 전환함으로써 시장대응력을 키울 수 있게 됐습니다.
십수년 중국사업이 모든 이익의 원천이었던 구조가 국내사업,베트남 사업으로 분산되어가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공급부족으로 인플레가 만연하는 가운데 반사적으로 수출산업은 호황을 누렸습니다.그러나 코로나로 인한
자영업,여행업 등의 침체로 많은 사람이 빚덩이에 올라앉거나 사업을 접었습니다.여전히 부동산값은 내릴줄을 모르고
명품,고급차 같은 부자들을 위한 소비시장은 급성장을 했습니다.
이동의 자유가 제약되면서 배달산업(플랫폼 비지네스)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발품을 팔아서 물건을 사던 시대에서 모바일로 물건을 사는 시대로 전환이 되고 있습니다.
소위 양극화라고 해서 잘사는 사람은 점점 더 잘살고,어려운 사람은 더 어려워지는 상황이 지속이 되고 있습니다.
여러분에게 가장 큰 관심사는 무엇입니까?
일반적 여론조사에 의하면 주거문제,양질의 안정적 일자리,일과 사생활의 조화(워라벨),결혼 자녀교육,부모 노후문제등이
관심이 높은 사안들입니다.뉴스에 자주 나오는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 하는 것은 별로 시급한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아니 누가 대통령이 되든 주거,일자리,근무시간,교육,고령화 문제에 대해 해법을 주지 못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오지케이의 경영에도 누가 대통령이 되든 크게 영향이 없습니다.귀찮게만 하지 않으면 다행이지요.
여러분의 관심사와 회사의 입장에 대해 한번 정리를 해볼까요.
1. 주거문제: 솔직히 별로 해법이 없습니다.1년에 개인당 몇억이 집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하다면 회사는 그것에 협력할 자신이 없습니다.
단지 몇십억씩 하는 서울에 살아야 하느냐 하는 문제에 대해서라면 조금은 해법을 내놓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2022년부터 회사는 원주와 대구부근에 법인 소유의 아파트를 매년 3~5채 정도 구입을 해서 직원들이 저렴한 임대료로 살 수 있게 할 생각입니다.국가적으로 얘기하면 공공임대주택을 늘리는 것과 같은 의미지요.내가 사서 집값이 오르는 혜택을 좀 봐야겠다는 직원에 대해서는 회사는 대책이 없습니다. 알아서 하라고 할밖에.
그래서 한 10년 지나서 회사가 소유하고 직원에게 싸게 빌려주는 집이 40~50채 있으면 훨씬 안정적인 주거여건이 되지 않겠느냐 하는 생각입니다.
2. 일자리: 오지케이가 양질의 일자리인지에 대해서는 아마 20% 정도가 그렇다고 할 것이고 80%는 그렇지 않다고 할 것입니다.대신 안정적인 일자리인가 하는 것에 대해서는 80% 이상이 그렇다고 할 것입니다.다들 알다시피 기업은 이익을 내야 운영이 됩니다.중국사업은 이익을 내지만 내년에는 매출이 대폭 줄어듭니다.미래를 위한 투자가(인재와 설비,기술) 필요하지요. 적자나는 한국사업을 보충해주는 일만 하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즉,한국사업부의 임금상승과 수익개선은 동시에 진행이 돼야한다는 것입니다.
수익을 낼 수 있는 일을 누가 만들어야 하느냐 하는 것은 직급이 높을수록 책임이 크다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든,팀웍을 만들든,외부에서 역량을 빌려오든 수익원을 창출을 해야 합니다.원시시대에 우리 가족구성상 아빠가 먹이를 외부에서 구해와야 식구가 살 수 있었던 여건과 같은 것이지요.
3. 근무시간(워라밸): 우리 회사는 그렇게 장시간 근무를 하는 여건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소위 유럽형 근무(주 35시간)제를 채택을 할 수는 없겠지만 재택과 연차를 잘 병행을 해서 고정적인 근무시간을 줄일 수는 있을 것입니다.당연히 그래도 되는 수익을 창출하는 것을 전제로.
4. 자녀교육(본인의 재교육을 포함): 결혼을 안하는 사람,자녀를 안갖거나 적게 갖는 사람,수도권에 살려고 하는 사람들이 공히 얘기하고 있는 것이 교육입니다.나는 우리 회사에 일류대학을 나온 사람이 없어서 실적이 부진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그리고 누가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 잘 모르고 알고싶지도 않습니다.대신 누가 어떤 능력을 갖고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주 관심이 많고 그에 상응하는 대우를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대기업이든,중소기업이든,공공기관이든 같은 입장 아닐까요.좋은 대학을 나오면 모든 것이 보장되는 사회는 이미 지났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은가요.
벚꽃지는 순서로 대학은 망한다 이런 표현이 있지요.그런데 그것도 옛말이라는군요.
대학이 필요없는 사회, 이것이 미래사회라는 겁니다.
원격으로 대기업의 교육이나 하버드,MIT,서울대학의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사회에서 서울에 있는 무슨 대학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캠퍼스 생활의 낭만,젊은 날의 우정,이런 것을 꿈꾼다면,원만한 인격을 쌓기위한 인문학을 공부한다면 또 모르지만.
5. 오래 사는 문제: 내가 여기에 해당하는 사람입니다. 내가 세상에(국가에) 기여하는 방법은 빨리 죽거나 건강하게 살아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병원입원실 차지하지 않고,국민건강보험 축내지 않고 살다가 조용히 가주는 것입니다.
아무런 생산성이 없는 사람들이 서울에서 살고 있습니다. 지하철 공짜로 타고,조금만 아프면 병원에 가고,광화문에 모여서 태극기 흔들고,감놔라 배놔라 하고 있습니다. 강원도 평창에 모여서 좋은 공기 쐬고,산책 자주 하고,주변에 작은 병원 있으면 충분할 일입니다.그런데 그걸 받아들일 부자노인은 거의 없어 보입니다.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임종을 맞는 것이 인간의 최고의 행복일 것인데 요즘은 병원에서 홀로 죽어갑니다.가족이 아니라면 친구라도 가까히 지내면서 살다가 가야 하지 않을까요.
미래산업이라는 메타버스,지금 최고의 성과를 올리는 SNS,잠시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스마트폰,이런 것들이 생산성을 향상시키거나,행복을 증가시키는데 어떤 기여를 할까요.나는 정신만 황폐하게 만든다고 생각을 합니다.세상 모르는 소리거나 일부러 외면하고 싶은 얘기라고 해도 할말이 없습니다.실제 내 전화기는 하루 종일 매너모드이고,전화를 받는 일은 하루 서너 차례에 불과해서 주변에 불평을 듣지만 나는 그렇게 불편하지 않습니다. 혹 그렇게 때문에 회사실적에 안좋은 영향을 주는 것이라면 재고해봐야 할 것 같기도 하지만.
지구적으로 기후문제가 심각합니다. 일부 논자들은 과장된 얘기다 이렇게 주장을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게 얘기하고 금년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 기후변화로 인해 목숨을 잃거나 큰 손실을 입었습니다.
내 개인적으로 생선을 좋아하는데 우리가 먹는 생선의 90% 이상은 미세플라스틱을 함유하고 있다고 봐야합니다.생선을 먹으면 플라스틱도 먹는 것이지요.
우리 회사의 제품은 90%이상 플라스틱으로 만듭니다.
덜 쓰거나,재생을 하거나,회수를 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아니 그런 기업이 미래가 있습니다.
우리는 필요없는 물건을 많이 소유하고 있습니다.
나는 넥타이를 50개쯤 갖고 있는데 1년에 넥타이를 매는 날이 일주일이 되지 않습니다.
속옷도,티셔츠도,점퍼도,자켓도 걸려만 있는 것들이 부지기수입니다.
소비가 미덕인 사회가 낳은 결과입니다.
꼭 필요한 물건만 만들어 공급하는 사회,너무 많이 갖지 않으려는 사회는 GDP가 쪼그러듭니다.일자리도 줄어들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세상은 많은 돌봄이 필요합니다. 케어라는 이름이 더 익숙한 서비스이지요.
로봇 도우미,로봇 반려견,무인 자동차,로봇 비서등을 첨단이라고 합니다. 무인점포가 늘어나면서 은행원들이 대폭 감원이 됐습니다.
그냥 편승하려고 하지말고 '꼭 필요한 것인가' 의문을 가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금년도 대졸자 취업률은 65%입니다.
그러나 돌봄노동자는 절대 부족합니다.
새해에 우리가 역점을 둬야할 사업에 어떤 자세로 임할지 생각해보는 관점에서 얘기한 것입니다.
한국의 100여명,중국과 베트남의 천여명이 노력을 해서 금년에 괜찮은 경영성과를 거뒀습니다. 덕분에 내년에는 은행차입금을 전부 상환할 예정입니다.우리보다 훨씬 많은 임금을 받는 은행에 자꾸 돈벌어주는 일을 할 이유는 없으니까.
새해에는 복 조금만 받으세요.
그래야 세상이 편해집니다.
12/31,
회장
첫댓글 그렇게 또 해가 바뀌네요.
새해에도 내외분 모두 건강하시고,
구상하시는 일, 알찬 성과 있기를 기원합니다.
근엄과는 먼, 일상에 와 닿는 회장님의 말씀에 비록 백수지만 옛날을 생각나게 하는 정신이 뻐쩍드는 송년사...(아직도 월급쟁이 근성이 살아 있었네.)
내년에도 신경 썰 일 많아 좋겠습니다, 백수 올림
답답하기는 누구나 똑같이 느끼는 상황에 동감합니다.
몇번씩 읽어봤으니 정신 차려야죠, 감사생활 해야죠.
한해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건승을 빕니다. 고마워요,
코로나를 극복하며 어려운 수출 세계시장을 개척하는 ogk 임인년에 더욱 발전하여 온가족 건강하고 축복이 함께하는 새해가 되길 기원합니다.
박회장의 송년사를 읽어보면 느낌이 많이 와닿습니다. 최고 경영자의 고뇌와 미래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녹아있으면서도 편안하고 설득력 있어요.
오지케이 그룹이 지난 해 어려운 여건임에도 대단한 실적을 거둔 것(은행채무끝)은 역시 박회장의 탁월한 경영능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것 같네요. 축하합니다.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