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롱살롱
최정란
까리하게¹ 해 줘, 자글자글한 입이 깔깔거린다
깔롱쟁이 소녀가 숱 없는 하얀 머리칼을 들이대자
거울 속 깔롱²이 콜리플라워로 피어난다
난 전생에서부터 따라왔어, 서로 오랜 단골이라고
뽀글뽀글 흰 꽃들이 우긴다
좁은 골목 안에 녹슨 징처럼 걸려있는 작은 간판을
유서 깊은 깔롱쟁이는 용케도 찾아낸다
얼굴의 절반은 머릿빨, 깔롱지론을 펼치는 미용사가
회전의자 셋, 거울 셋, 세면대 하나로 구성된
깔롱의 마법사라라는 소문은 바람의 세계에서도 유명한지
백구두를 신은 단골 신사 바람의 뒤를 따라
용문신이 쭈그러진 건달 바람이 불쑥 까치집을 맡긴다
웃자란 가지를 자르는 정원사처럼
남쪽 해와 북쪽 그늘의 균형을 맞춘 가위를 내려놓은
미용사의 손이 바람의 머리 밑을 헤집는다
가볍게 헝클어 주기만 해도 엄지를 치켜 올리는 서풍과 달리
최후의 모히칸처럼 벼슬을 붉게 세운 맨드라미는
여름 한철 다녀가는 까다로운 단골손님,
스프레이를 한껏 뿌려주어도 칭찬 없지만 해마다 찾아온다
도나 노비스 파쳄³, 바람의 웨이브를 굵게 감은 미사곡의
흐린 악보가 골목을 탄력 있게 휘감는다
깔롱을 등에 진 저녁이 전쟁의 긴 속보를 따라 부른다
¹ 부산지역어, 예쁘게 매력있게
² 부산지역어, 멋. 동사형은 깔롱지기다.
³ Dona Nobis Pacem 우리에게 평화를 주소서
최정란
경북 상주 출생. 2003 <국제신문> 신춘문예 등단.
시집 『장미키스』『입술거울』『여우장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