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에서 마늘종을 뽑을 때 시커먼 고양이가 도사리고 있어 놀랐는데, 놈도 놀라 도망친다는 것이 바보같이 창고로 숨었어요.
애지중지 가꿔놓은 텃밭에 응가를 하고 흙으로 엉성하게 덮어놓으면 그때마다 작물을 망쳐 놓아 나 혼자 식식거렸기에
그동안의 화풀이를 할 요량으로 문을 닫고 주시하니 위기를 느꼈던지? 격한 냥이의 숨소리가 들렸습니다.
“어지간히 급했구나! 잘못 들어왔지 이놈아” 하자! 갑자기 내게 달려들었어요.
문이 닫혀 못 나가니 빙빙 돌며 눈에 불을 켜는데, 야생이라 다르더군요.
꼬챙이에 엉덩이를 한 대 맞고는 문을 어찌 열었는지? 휙! 사라지는 꼴이 마치 퇴로확보를 못해 식겁 해 보였답니다.
경험상 문 "도르래"가 부드러우면 우리 집 강아지도 주둥이로 문을 옆으로 밀친답니다.
세상에나! 눈 감은 새끼 세 마리가 기어 나오고서야 창고로 뛰어든 연유를 알았죠.
어미가 안 와서 애가 쓰였지만 양심상 유기할 수는 없어 며칠 보살폈는데 지난 주가 한계였나 봅니다.
휴일이라 동사무소 앞에 고양이 박스를 살며시 내려놓고 오며 보니 바로 위에 CCTV가 있지 뭐예요..
“구청으로 가야겠다.”싶어!.” 달려가니 입구에서 막았어요. "반려동물협회로 가져가라." 하면서요.
너무 쉽게 생각했던지 애착이 떨어져 산과 인접한 도로에 유기해 놓고 오는데, 아차! 노상주차한 차들이 많아 분명 블랙박스에 찍혔을 것 같아! 차를 돌려 현장에 가서 도로 갖고 올 때 `복천사`간판이 보였어요.
그렇지! 살생을 금하는 불자들이면 가져갈 것 같아서 절 앞에다 유기하고 뺑소니치다가는 도저히 궁금해 되돌아서면서 느낀 것이? 범죄자들이 이래서 현장을 다시 찾는다는구나! 싶었습니다.
오늘은 오신 부처님 맞이하느라 그런지? 차 안에서 한참을 봐도 박스는 거들떠보지도 않았어요.
새끼들에겐 내가 숙명인지? 어쩔 수없이 다시 집으로 모셔? 왔지요.
여태 어미가 안 나타나기에 “모성, 그것밖에 안 되나?” 싶어 실망했는데, 어럽쇼? 오전에 허약한 한 마리가 죽어 묻어줬습니다.
두 마리는 살려야지 싶고, 나 스스로 뻘 짓거리를 만들었지만 불쌍해서 붙은 눈 씻어 수건으로 닦아주고 우유 먹여주고 자릴 깔아주니 자더군요.
이젠 내가 문을 열면 인기척에 움직이는 걸 보니 새끼들이 나를 느끼는 것 같아요. 실상은 배가 고파 그럴 건데 말입니다.
어서 협회로 가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