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수필>
- 무식한 사람이 빨리 죽는다. -
권다품(영철)
어느 몹시도 무더운 여름날, 나이가 지긋이 드신 스님 한 분이 시골 길을 걷고 있었다.
햇볕이 강한데다 오랫동안 길을 걷다보니 갈증이 심했다.
겨우 겨우 어느 마을 우물가에 도착해서 물 깃는 할머니께 물 한 바가지를 달라고 했다.
할머니는 시원한 우물물을 한 두레박 퍼서는 물바가지에다 나뭇잎 하나를 띄워 주시면서, "얹힐라, 후후 불어가면서 천천히 잡수이소."하셨다.
스님은 할머니의 지혜로움을 알고는 할머니께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는 나뭇잎을 불어가면서 천천히 물을 마셨다.
그때 어느 청년이 방금 숨이 넘어갈 듯이 헐떡이며 오더니 물 한 바가지를 달라고 했다.
할머니는 역시 스님에게 그랬듯이 나뭇잎 하나를 띄워 주면서 "스님처럼 후후 불어가면서 천천히 마시게." 하면서 건냈다.
청년은 안 그래도 갈증이 나서 죽을 지경인데, 나뭇잎을 넣어주는 것이 짜증이 나서 나뭇잎을 건져서 던져 버리고는 그 차고 시원한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간장이 얼어붙는 듯 정말 시원했다.
그렇게 급하게 물을 절컥벌컥 마시던 청년이 갑자기 가슴을 움켜쥐더니 죽어 버렸다.
덥고 갈증이 심한 상태에서 차가운 물이 급하게 들어가자 몸에 갑자기 이상이 온 것이다.
오래 사신 할머니는 갈증이 날 때는 찬물을 급하게 마시면 몸에 해롭다는 걸 아셨기에, 바가지에다 나뭇잎을 띄워 주시면서 천천히 마시라고 했던 것이다.
오랜 경륜에서 나온 할머니의 지혜를 인정했던 스님은 할머니의 말씀을 고맙게 받아들였고, 갈증이 나는데 나뭇잎을 띄워준다며 짜증을 내며 나뭇잎을 건져서 던져버리고 그 찬물을 급하게 마신 청년은 죽은 것이다.
자신의 무식이 자신을 죽였으니 누구를 원망하겠는가?
우리가 먹는 음식에도 좋은 음식이 있고, 해로운 음식이 있단다.
건강 관련 학자들이 방송에서 "육류보다는 체소나 생선이 좋다. 꼭 육류를 먹으려면 소고기보다는 돼지고기가 좋다."기도 한다.
그런데, 아직도 "잘 먹고 죽은 놈은 때깔도 좋단다."는 5,60년대 옛날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
"모든 병은 먹는데서 온다."라는 말에 "그 사람들 말 다 들으면 세상에 먹을 게 아무것도 없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세요. 소고기가 그렇게 해롭다면, 왜 미국이나 선진국 사람들이 소기고를 그렇게 많이 먹겠으며, 정부에서는 왜 아무 제재도 않고 팔도록 허용하겠어요?"라는 무식한 논리로 자기 똑똑함을 과시하는 사람도 있다.
"세상에서 무식한 놈이 제일 무섭다."는 어른들의 말씀이 생각난다.
"많이 배웠다고 꼭 부자로 사는 것도 아니고, 요새 세상은 무식해도 돈만 많으면 대우받는다."고 말하는 사람도 가끔 본다.
자기만의 생각을 일반화하는 무식함이겠다.
물론, 찬물을 급하게 마신다고 다 갑자기 죽는 것은 아니겠다.
또, 소고기나 육류를 많이 먹는다고 무슨 독약처럼 갑자기 죽지는 않을 것이다.
여러 학자들이나 전문가들의 말을 빌리면, "겉으로 증세가 안 나타나서 그렇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몸이 조금씩 조금씩 망가져가고, 죽어가는 줄도 모르고 죽어갈 수도 있다. 몸에서 이상 증세가 나타나면 이미 늦다고 봐야 한다."고 하기도 한다.
젊어서 건강할 때는 그런 말이 귀에도 안 들어오더마는 세상을 쪼매이 살아보이끼네, 의사나 전문가들 말 무시하는 사람치고 건강한 사람 별로 없는 것 같더라꼬.
주변 친구나 후배중에도 얼마 안 남았다는 소식도 들리는가 하면, 며칠 전에 전화하고 같이 놀았던 사람이 갑자기 죽었다는 연락이 올 때도 있는 거 보이끼네, "무식하면 빨리 죽는다."는 말 그거 예사로 생각하마 안 되겠더라꼬.
2023년 8월 7일 아침 8시 06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