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취미생활
―대박요양원·7
정치산
하루에도 몇 번씩 씻고 또 씻고, 빨고 또 빠는 그녀의 취미가 또다시 시작된다. 퇴근 후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그녀의 취미다. 그녀의 취미는 샤워와 빨래다. 13평 기숙사가 그녀 때문에 매일 출렁출렁 잠긴다. 주변의 째진 가재미눈이나 불평불만 가시는 무시해버린다. 그녀는 30평 옆집 수도요금의 몇 배를 내고도 줄이지 못한다. 한번 걸쳤던 블라우스도, 한번 걸쳤던 바지도, 작업복도, 속옷도 바로바로 세탁기로 직행한다. 몇 톤의 물을 퍼 올리며 다시 또 씻기를 반복한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그녀의 취미생활은 주변의 불평불만이 그녀를 에워싸야만 끝이 난다. 유년의 옥수수밭에서 옥수수잎이 부스스 그녀를 훑고 간 후부터 시작된 취미이다. 옥수수잎이 새겨놓은 꺼끄러운 문신을 지우고 지우면서 지워지기를 고대했지만, 습관이 된 그녀의 취미는 13평 기숙사를 바다로 만들어 출렁출렁 춤추게 한다.
그녀들의 대화
―대박요양원·8
어제만 줬어도 떠날 수도 있었을 긴데. 너무 늦었단 말이지. 아무래도 여러모로 늦는가벼. 늦었지. 늦었어. 늦었구 말구. 그러니까 똥쌍피 빨리 먹으라고 했잖여. 고렇게 쌀 줄 알았어. 넘 먹어 재끼더라니. 그러게. 넘 오래 잡고 있더라니. 그렇지 그러니까 뺏기지. 뺏기긴 누가 뺏겨. 그년이 요사를 떤 게지. 내두 그래 요사 떨었음 이 처진 안됐어. 그 몹쓸 놈의 인간. 이제 와서 뭐하겠노. 뭐하긴 뭐하노. 끝까지 가봐야 알제. 우찌 그걸 지금 알겄노. 니나 내나 다 같은 처지 아이가. 얼른 받아 챙겨야지. 그거 받아 뭐에 쓰노. 뭐에 쓰긴 남은 자식들이라도 건사해야지. 그걸 이제사 주면 어따 써 먹노. 일찍 좀 주지. 와 멍청하게 패를 내노. 나까지 망하고로. 이제 와서 어쩌라고. 날개옷이 넘쳐나는 병동 옆, 재봉틀 돌아가는 소리가 요란하다. 궁금해서 엿보던 참새들이 화들짝 놀라 달아난다.
—계간 『시에』 2012년 겨울호
정치산
경북 안동 출생. 2011년 『리토피아』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