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지공장 소년
함태숙
열 손가락과 열 개의 발가락이 썩어가네요
뭉개지네요 세계는 달의 환처럼 길을 둘들 말아 올리고 흐릿하게 밤의 평면을 갖습니다 모든 장소에서 도달하는 한 줌의 기억처럼
호스에 물줄기를 이어 옵니다 길고 긴 눈동자에서 끊임없이 물줄기를 대어주네요
열 손가락과 열 개의 발가락 위로 흐르는 무성의 노래네요 가늘게 이어지는 거친 슬픔이네요 다 흐르고 섬유질만 남은 몸이란
여기 폭력을 가해서 변형되는 형질이 있다면 몽글거리며 오르는 하얀 피처럼 극약을 삼킨 빛처럼 마비된 채 굳어가는 하얀 동작들 하얀 가위 아래 분절되는 언어처럼
열 손가락과 열 개의 발가락이 썩네요 투명하게 이어지는 하루들이 한꺼번에 몰락하는 바로 그 얼굴이네요 모든 어둠에서부터 떠나 온 발의 더미들처럼 부재의 표면들처럼
그러나 왜 뛰고 있을까요 팔딱팔딱 무한의 기계처럼 잘리고 썰려도 심장은
눈물에서 기다랗게 굴러나오는 눈동자들 하얀 뜰채에 펴 보네요 잘 마르고 있을까요 열 손가락과 열 개의 발가락 쿵쿵 찧으며 하얀 죽음을 제작하는 마음 보이실까요
하기 전에 무서워 말자다독이며 다독이며
무서울까 심장을 하얗게 뽑아내고 다가오는 소년의
캘린더
pathological 로드
함태숙
세포와 코드 사이에 불 꺼진 부티끄가 있습니다
샹젤리제와 리투아니아 루이비똥과 청담의 가로수가
은밀해지는 지형학적 거리가
저로 말씀드리자면
피부를 벗겨내고 오리고
연골을 잘라 붙이는 오를랑과 같다 할까요
표절은 하지 않습니다만
저는 오로지 저의 디엔에이와만 경합합니다만
오타는 반역입니다
존칭에 주의해 주시길
동선과 각도는 미학적 판단에 따르시오
사물은 보기보다 가까이에 있습니다
전시적 여사 시점입니다
순방과 순방 사이에는 혼방이 있습니다
3층과 17층에 동시에 출현합니다 커텐을 칠 필요도 없는
넓은 평수 위를, 거대한 붕괴의 인테리어 위를
내가 입힌 미래가 바지를 거꾸로 하고 걸어 갑니다
하기스를 붙이고
퇴행처럼 보입니까
저 퍼포먼스를 사랑합니다 역사가 똥을 지리며 다가오는
모습에 주목해 주세요
권력이라니요 시대정신입니다
초법적인 아트입니다
여사님 말씀입니다
걷고 있습니다
세계의 얼굴을 퀼트로 붙이고
화염이 오르는 코올타르를 재단하여
소음과 구호와 비명이 난무하는
난발하는 꽃입니다
말하는 드레스입니다
큐알 코드를 찍어보세요 부위마다 다른 사건이 출현하는
나의 삶은 나의 컨텐츠
컨텐츠 드레스입니다
단두대라니요 가능할까요
명심하세요 신중하기 바랍니다 부디
나는 걷지 않습니다
다만 입고 있을 뿐입니다
서초동 법조거리를
소재와 정신 사이에는
바케트 처럼 긴 리비도가
빵을 나눕니다
비스킷을 대용합니다
광장의 베이커리를 입고
전 전 정권부터 부풀어 오르는 식용 모신 처럼
머신 처럼
사랑이 얼마나 힘든 수발인지를 알기나 한단 말입니까
머리 뒤에 머리가 하나 더 붙어있는
가채 같은 지옥을 올리고
내가 당신들을
당신들의 환타지를
신명나게 열고 있는 것이 보여지지 않느냔 말입니다
내가 걷지 않는 거리에 빛을 흘리고 서 있는 모습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