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만원 없으면 죽었을지도” 생계비 대출 첫날, 서민들은 울었다
신용등급 하위 20% 대상 ‘긴급 생계비 대출’ 첫날
류재민 기자 홍준기 기자 입력 2023.03.28. 03:00 조선일보
“이번에 받은 50만원이 없었으면 정말 죽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신용 등급이 낮은 취약 계층에게 최대 100만원을 빌려주는 소액 생계비 대출 첫날인 27일 오전. 서울 중구 서민금융진흥원 중앙센터에서 50만원의 대출을 받은 40대 이모씨는 흐느끼며 이같이 말했다. 이씨는 지난해 돌아가신 어머니 병원비와 간병비 때문에 쌓인 빚을 갚기 위해 ‘휴대폰깡’에 손을 댔다. 본인 명의로 휴대전화를 1대 개통해 불법 사금융 업자에게 넘기고 300만원을 받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불법 사금융 업자는 이씨 명의로 8대를 개통하고, 1500만원을 소액 결제하는 수법으로 돈을 빼갔다. 빚이 1500만원으로 불어난 이씨는 빚독촉하는 추심업자들을 피해 일정한 주거가 없는 떠돌이 신세가 됐다. 이씨는 “금리가 다소 높긴 하지만 그래도 급한 돈을 오늘 상담하자마자 받을 수 있게 된 것만으로 만족한다”며 “대출받은 돈으로 떠돌이 생활을 끝내고 싸구려 고시원에라도 들어가 정착해보려 한다”고 했다.
저소득·저신용자를 위한 소액 생계비 대출 접수가 시작된 27일 서울 중구 서민금융진흥원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 오토바이 헬멧을 쓴 한 시민이 상담을 기다리고 있다. 22~24일 사흘 동안 2만5000여 신청자가 몰리며 4주간 상담 예약이 거의 찼다. /김지호 기자
이날 시작된 소액 생계비 대출은 신용 평점이 하위 20%이고 연소득 3500만원 이하인 사람을 대상으로 급전을 빌려준다. 앞으로 4주 동안의 상담 예약을 지난 22~24일 받았는데 2만5144명이 신청했다. 4주간 상담할 수 있는 인원의 98%가 사흘 만에 꽉 찬 것이다. 그만큼 급하게 돈을 빌리려는 사람이 많았던 것이다.
이날 예약을 한 1264명 중 1164명이 센터를 찾아 상담을 받았다. 실제로 대출을 받은 것은 1126명이다. 금융위는 “대출을 받지 못한 62명은 신용등급이나 소득 기준이 맞지 않는 사람, 세금 체납자 등”이라고 했다. 대출을 받은 사람 중 764명은 50만원을 빌렸지만, 362명은 병원비 등 급한 사용처를 입증하고 50만원 이상을 빌렸다. 그래서 첫날 1인당 평균 대출 금액은 65만1000원이었다.
◇“서울 살지만 대출 빨리 받으려 대전에 신청”
소액 생계비 대출은 다른 정책 금융 상품과 달리 현재 금융사에 연체 중인 대출이 있어도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서울에 살고 있지만 하루라도 빨리 대출을 받기 위해 대전에 있는 센터로 상담 신청을 했다”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날 서민금융진흥원 상담센터에는 인터넷 예약을 못 한 사람들이 직접 찾아와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60대 권모씨는 “너무 답답해서 여기 직접 찾아왔다”며 “전화를 열번 넘게 했는데 계속 먹통이었고, 인터넷은 할 줄 몰라 도저히 방법이 없었다”고 했다.
처음에는 50만원까지 빌려주고, 이자를 6개월 이상 성실하게 납부하면 50만원을 더 빌려준다. 하지만 병원비·학자금 등이 급하게 필요하다는 점을 증명하면 처음부터 100만원을 빌려준다. 금리는 연 15.9%지만, 온라인 금융교육을 이수하고 이자를 잘 갚으면 연 9.4%까지 낮아진다.
한국자산관리공사의 기부금 500억원에 은행권 기부금 500억원을 합친 1000억원이 소액 생계비 대출의 재원이다. 모든 사람이 100만원을 빌릴 경우 최소 10만명이 소액 생계비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필요 시 추가 재원에 대해 관계 기관과 협의할 것”이라며 대출을 확대할 뜻을 밝혔다.
금융위는 단순히 돈을 빌려주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복지 지원이나 취업 연계 등 ‘시너지 효과’를 가져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금융위는 “첫날 대출 과정에서 채무조정 상담신청 536건, 복지연계 248건, 취업지원 109건, 휴면예금 조회 92건 등 부수적인 효과도 있었다”고 밝혔다.
◇근본적인 해결책 될까
정부가 이 대출을 출시한 것은 불법 사금융 피해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본인 명의로 개설한 휴대전화를 대포폰(차명 휴대전화)으로 넘기고 소액을 빌리는 ‘휴대폰깡’이 대표적이다. 불법 사금융 업자들이 이런 대출을 ‘내구제대출(나를 스스로 구제하는 대출)’이라고 부르지만, 실상은 이름과 달리 취약 계층을 더 깊은 수렁으로 몰아넣는 악질적인 수법이다. 금융 당국에선 “대포폰으로 소액 결제를 하기 때문에 빌린 돈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갚아야 하고, 대포폰이 범죄에 악용되면 형사처벌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경찰에 적발된 대포폰은 2020년 8923대였는데, 2021년에는 5만5141대로 급증했다.
금융감독원 불법 사금융 피해 신고 센터에 접수된 불법 대출 신고 건수도 지난해 1만350건으로 1만건을 넘어섰다. 2019년(4986건)의 2배가 넘는다. 정상적인 금융사가 받을 수 있는 법정 최고 금리가 연 20%까지 낮아진 가운데, 지난해부터 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신용도가 낮은 취약 계층은 아예 돈을 빌릴 수 없는 경우가 크게 늘자 불법 사금융 피해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불법 사금융 금리는 연 수백~수천%에 이른다.
강태수 카이스트 금융전문대학원 교수는 “금리가 연 15%대인 소액 생계비 대출이 인기를 끄는 것은 그만큼 불법 사금융으로 밀려날 위기에 처한 국민이 많다는 뜻”이라며 “합법적인 금융회사들이 취약 계층 대출을 외면하지 않도록 20%로 묶여있는 법정 최고 금리를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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