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낸사람 동방문학 운영자
괘상(卦象)으로 본 ‘천화동인’과 ‘화천대유’의 본질적 차이에 관하여
화천대유괘 괘상
천화동인(天火同人)은 상괘(上卦)가 건(乾)이고, 하괘(下卦)가 리(离)인데 화천대유(火天大有)는 그 상하가 뒤바뀐 것이다. 곧, 상괘가 리이고 하괘가 건이다. 그럼으로써 하나는 ‘동인(同人)’이 되었고, 다른 하나는 ‘대유(大有)’가 되었다. 여기서 동인은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고, 대유는 ‘큰 것’을 많이 가짐이다. 다시 여기서 큰 것이란 ‘양효(陽爻)’이고, 양효란 강건한, 하늘을 따르는 믿음과 능력을 갖춘 인물(人物)이며, 동시에 재물(財物)이다.
천화동인괘 괘상
천화동인 괘의 주인공은 육이효(六二爻)이지만 화천대유 괘의 주인공은 육오효(六五爻)이다. 동인과 대유는 똑같이 양효(陽爻) 다섯 개와 음효(陰爻) 한 개씩으로 이루어졌는데 하나뿐인 음효의 위치 곧 자리만 다를 뿐이다. 결과적으로, 동인과 대유의 차이는 상·하괘의 차이이며, 동시에 육이효와 육오효의 차이이다. 그런데 육이효가 주인(主人)이었을 때는 상괘(上卦)인 건(乾)에, 바꿔 말하면 양효(陽爻)들에 호응하여 뜻을 같이하는 동인이 되지만 육오효가 주인이 되었을 때는 그 육오효가 다섯 양효의 전폭적인 지지와 성원을 받는다. 이 양효들이 자발적으로 주인을 섬기는 것이다. 그러니까, 스스로 알아서 육오효 군주를 보좌하고 협력하는 자들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 육이효는, 자리도 바르고 부드러운 중도(中道) 곧 유중(柔中)을 얻은 홍일점으로 군자라면, 육오호는, 비록 자리는 바르지 못하나 부드러운 중도 곧 유중을 얻은 홍일점으로 여왕이다.
부드러운 군자(君子)는 강건(剛健)한 양효들에 순종하듯 뜻을 같이하는 동인이 되어 서로 호응하지만, 부드러운 여왕은 강건한 양효들이 알아서 자발적으로 보좌하고 협력하는 부하들을 거느린다. 그래서 군자는 동인이 되고, 여왕은 대유가 되는 것이다.
이런 관계를 세속적인 인간사로 빗대어 말하자면, 다섯 명의 강건한 남자들 속에 한 명의 여성이 있는데 이 여자는 자리가 바르고 세상 사는 이치를 깨달아서 지나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은, 그야말로 언제나 반듯하고 정숙하다. 그런데 자신을 에워싸고 있는 강건한 사내들과 뜻을 같이하여 서로 호응하는,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 그럼으로써 스스로 동인 곧 한 무리의 패가 되는데 그녀가 바로 육이효이다.
그런가 하면, 다섯 명의 강건한 남자들 속에 한 명의 부드러운 여자가 그 중심에 있는데 이 여자는 강력한 리더십을 요구하는 자리에 있어서 썩 잘 어울리지는 않지만 역시 세상 사는 이치를 깨달아 누구하고도 친화하고 언제나 부드럽고 상냥하다. 그런데 그 지위가 높아 좋은 활동이나 역할이 기대되는 사람이다. 그래서일까, 그녀를 에워싸고 있는 남자들이 알아서 그녀에게 협력하고, 필요하면 언제든 도움을 준다. 소위, 그녀에게 충성을 다하는 것이다. 그녀 입장에서 보면, 쓸만한 능력자들을, 바꿔말해, 신하들을 많이 거느리는 셈이다. 그래서 그녀는 부자(富者)인 대유가 된 것이다.
이처럼 동인과 대유의 차이는, 양효와 음효 사이의 관계로서 양효들의 세상에서 음효가 그들과 뜻을 같이하여 자연스럽게 한 무리가 되면 동인이 되는 것이고, 그 양효들이 하나뿐인 지체 높은 음효에게 충성을 다하는 관계가 성립되면 인적 물적 부자인 대유가 되는 것이다.
동인과 대유는 여성이 주인공이며, 홍일점으로서 하늘의 공명정대함을 지향하는, 강건한 남성들과의 관계에서 그 운명이 결정된다. 그러나 동인이 된 육이효는 그 집단, 그 조직의 중심이 되어서 강건한 양효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성원을 받는 육오효, 여왕이 될 수도 있다. 모든 일은 스스로 하기에 달려있다.
-2021. 09. 28.
이시환(단전 & 계사전 연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