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뉴저지주 프린스턴 [1]
계절이 여러번 바뀌고 엄마가 스스로 요리를 할 수 없게 되면서 나는 엄마를 위해 정기적으로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엄마는 내가 음식 준비에 돈이나 시간을 지나치게 많이 쓰는 걸 달가워하지 않았지만, 명절만큼은 시치를 허락했다. "좋아, 크리스마스는 1년에 딱 한 번 뿐이니까 최고로 좋은 고기를 사자." 엄마는 말했다. 소고기 안심 요리가 우리의 전통이 되었고, 나는 보통 레드와인 소스를 곁들였는데, 어느 해에는 옛날 생각이나서 자연산 버섯을 구입했다. 크리스마스이브 날 엄마 집 문을 열자마자 알렸다.
"엄마 소고기에 곁들일 버섯요리를 할거예요!"
"오, 정말? 어떤 버섯을 샀어?"
"꾀꼬리 버섯을 샀어요."
"꾀꼬리버섯? 얼마 줬는데?"
"아, 진짜 비쌌어요. 엄마는 모르는 게 나을 거 같은데." 나는 엄마에게 값을 얘기하는 걸 늘 꺼렸지만 거짓말을 할 수는 없었다. "홀푸드 마켓에서 500그램에 40달러예요."
"500그램에 40달러?! 우와!"
"너무 비싸지,알아요. 그래도 명절이잖아."
"500그램에 40달러! 난 수천 킬로그램이나 땄었는데! 너도 기억나지?"
"정말 그렇게 많았어요?"
"그럼, 훨씬 더 많았지!" 엄마에겐 내 질문이 탐탁지 않은 듯했다.
"수천이 넘었을지도 몰라, 수만은 됐을 걸."
달콤씁쓸한 추억이었다. 이 무렵 엄마는 12년 동안이나 은둔생활을 하고 있었다.
"내가 너 주려고 요리했던 거 기억나니?"엄마가 물었다. "버섯을 베이컨이랑 양파랑 같이 요리해서 덮밥으로 해줬잖아. 너랑 오빠랑 정말 좋아했지."
"네 정말 맛있었어요, 엄마 요리 최고잖아요."
"500달러에 40달러!" 엄마는 흥분하기 시작했다 "쳇! 그렇게 대단한 버섯도 아닌데 말이야. 포치니 아니고, 포치니야 그렇다 쳐도 꾀꼬리를 500그램에 40달러나 받는다고?"
"엄마, 신경쓰지마, 우리 저녁이나 맛있게 먹어요."
"믿을 수가 없네" 엄마는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 "지금 같으면 나도 엄청나게 벌 수 있을 텐데."
더 많은 계절이 지나고 엄마가 은둔생활을 한 시간이 엄마가 자연 속에서 구속받지 않고 산 시간보다 더 길어졌다. 나는 이렇게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엄마가 숲에서의 감각을 아직 기억하는지, 그 야생의 기질은 결국 사라져버렸는지 생각해 보았다. 이따금 처음 봄비가 내리면 창밖을 내다보며 먼 나무를 바라보는 엄마의 눈에서 내가 익히 아는 그 갈증을 본다.
동북부에는 침엽수가 드문 반면 느릅나무가 많았는데 느릅나무는 죽으면 가장 여리고 섬세한 버섯에 생명을 준다. 엄마는 숨을 쉬면서 거의 들리지도 않을 크기로 그 이름을 속삭이곤 했다.
곰보버섯, 느타리버섯, 먹물버섯.
엄마는 집 담장 너머의 지평선을 상상하며 소리 내어 묻곤 했다.
"저기 밖에는 뭐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