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이 쉐보레 이쿼녹스 시승행사를 열었다. 국내 철수설을 딛고 처음 선보인 신차에 대한 한국지엠의 기대가 행사 전반에 촉촉이 스몄다
“이름부터 균형감 있지 않아요?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날을 의미하는 이쿼녹스? 전체적으로 균형이 잘 이뤄진 차라고 생각하시면 될 거예요.” 지난 19일 열린 쉐보레 이쿼녹스 시승행사에서 만난 한국지엠 관계자는 한껏 상기된 얼굴로 설명에 나섰다. “성능과 효율이 균형을 이뤘고 역동성과 안락함도 균형을 이뤘어요. 안전도 일절 양보하지 않은 차예요.” 군산공장 폐쇄 선언에서 비롯된 철수 스캔들을 겪은 뒤 처음 발표하는 첫 완전 신차라 기대가 큰 듯했다. 말투와 표정, 선택하는 단어 하나하나에 한껏 부푼 마음이 온전히 배어 나왔다.
사실 부푼 기대는 그만의 감정이 아닐 터다. 불쑥 터져 나온 한고비를 나름대로는 어렵게 이겨내고 끌어낸 새 출발이다. 그 출발에 이쿼녹스가 서 있다. 스파크 부분변경 모델이 조금 먼저 나왔지만 의미는 이쿼녹스가 훨씬 크다. 일단은 국내 처음 선보이는 신차다. 시장 규모가 가장 큰 세그먼트인 중형 SUV에 무려 12년 만에 내놓는 완전 새로운 모델이다. 그래서 이쿼녹스가 중요하다.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끌어내야 쉐보레의 다시 딛는 첫걸음에 무게가 실린다. 시승행사를 준비하는 마음이 여느 때와 같지는 않았으리라 여겨졌다.
아침 8시 반부터 시작된 행사는 간단한 시승 안내로 시작됐다. 제품 설명과 질의응답은 시승 후 이어지는 일정이었다. 시승코스는 고속 구간 위주였다. 자유로를 달려 파주로 향하는 코스였는데 자동차 전용도로가 전체 코스의 80%를 차지했다. 사실 그리 선호하는 시승코스는 아니다. 안정성과 가속 및 추월가속 성능 등을 알아보는 데는 유리하겠지만 전체적인 균형감과 트랙션, 조향성, 핸들링, 제동성능 등 다양한 성능과 성향을 알아보기엔 미흡하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지엠에서 왜 이런 코스를 결정했는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136마력을 내는 1.6L 디젤 엔진의 그리 뒤지지 않는 성능과 공인연비보다 높은 실연비 등을 보여주고 싶었던 건 아닐까?
왕복 100km 구간의 시승이 끝난 뒤 제품 설명과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이쿼녹스는 전 세대와 비교해 180kg 가벼워졌다. 그러면서도 차체 강성은 22% 이상 높아졌다. 한국지엠 차량개발본부 조환철 차장은 “이쿼녹스의 고강성 경량 차체는 충돌 사고 충격 에너지를 분산하고 운전자와 동승자를 안전하게 보호할 뿐 아니라, 엔진과 브레이크의 중량 부담을 줄여 제동을 포함한 차량의 전반적인 운동성능과 연비 향상에 기여한다”고 설명했다.
1.6L 디젤 엔진은 요소수 방식 배출가스 제어 시스템을 쓴다. 최고출력 136마력, 최대토크 32.6kg·m를 낸다. 변속기는 6단 자동이고 네바퀴굴림은 전자식이다. 버튼을 눌러 간단하게 구동방식을 앞바퀴 굴림과 네뱌퀴굴림 중 선택할 수 있다. 더불어 주행상황과 도로환경에 맞춰 앞뒤 바퀴 구동력을 자동 분배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구동력 배분이 불필요한 상황에서는 전륜구동으로 운행해 연비를 향상시킨다.
이쿼녹스 가격은 2987만원부터 4040만원이고. 풀옵션 모델은 4240만원이다. 1.6L 디젤 중형 SUV 가격치고는 비싸지 않냐는 질문에 데일 설리번 한국지엠 부사장은 “가격이 아닌 가치를 봐달라”고 당부했다. 과연 시장이 그의 당부에 응답할까? 일단 초도 물량은 거의 매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