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달 목사
목회에서 은퇴한 후 교인들에게 잊혀진 목사가 되었다면 나는 그를 건달 목사라고 정의한다.
신학교를 졸업하고 영락교회 청년부 전도사로 부임했을 때 나를 놀라게 한 것이 있었다. 대예배에 참석한 후 청년부 성경공부 모임에 출석하는 청년들이 750명이나 되었기 때문이다. 당시 소망교회, 충현교회, 여의도 순복음교회 청년부 모임은 100여명 정도였다.
청년들이 많다 보니 문제를 가지고 있는 청년들도 많았다. 그러나 나는 전혀 그들을 돌보지 못했다. 그냥 방치상태였다. 30여명이나 되는 임원과 행사준비만으로도 벅찼기 때문이다. 39년 전 청년부 1년 행사 결산이 4,500만 원이었다.
말(성경공부)과 볼펜(행정)으로 하는 사역은 예수님의 사역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서 심한 갈등을 느꼈다.
ㅇㅇ교회 부목사로 사역할 때였다. 부임하면서 내 교구를 심방했는데 장로님과 권사님들로부터 놀라운 얘기를 듣게 되었다. 전임 목사님은 결핵으로 돌아가셨지만 “천사 같으신 목사님이셨다”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천사 같으신 목사님은 100여명의 교인을 데리고 초라한 단층 예배당에서 목회를 하셨다. 그러나 현직 목사님이 부임하고 나서는 1,000여명의 출석 교인과 3층 본당과 4층 교육관과 주차장까지 확보했다. 그러나 교인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목사님은 현직 목사가 아닌 천사 같으신 목사님이었다.
당신은 “말과 볼펜”으로 사역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십중팔구 은퇴한 후 교인들의 기억에서 잊혀진 건달 목사가 되기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