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Life-slim life, 하루 사용 설명서
‘굶어보면 안다. 밥이 하늘인 걸’
2020년 3월 11일 수요일인 바로 어제의 일로, 오후 8시 14분에 내 핸드폰으로 수신된 카카오톡 메시지의 시작이 그랬다.
우리 문경중학교 18회 동문으로 우리들 ‘재경문경시산악회’에서 머슴이기를 자처하는 이성환 사무국장이 그 메시지를 띄워 보내준 주인공이었다.
고맙게도 이 국장은 우리 학창시절에 참 많이도 들었던 ‘돌아오라 소렌토로’라는 곡을 연주하는 영상까지 붙여주고 있었다.
오케스트라 협연에, 바이올린과 첼로의 선율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 그 영상과 함께, 한 줄 한 줄 그 메시지를 읽어갔다.
첫 문장이 그렇듯, 전제와 결론을 귀납논증으로 풀어내는 문장들이 쭉 그 뒤를 잇고 있었다.
‘목마름에 지쳐보면 안다. 물이 생명인 걸’이라는 문장에, ‘코 막히면 안다. 숨 쉬는 것만도 행복인 걸’이라는 문장에, ‘일이 없어 놀아보면 안다. 일터가 낙원인 걸’이라는 문장에, ‘아파보면 안다. 건강이 엄청 큰 재산인 걸’이라는 문장에, ‘’이라는 문장에, ‘잃은 뒤에 안다. 그것이 참 소중한 걸’이라는 문장에, ‘이별하면 안다. 그이가 천사인 걸’이라는 문장에, ‘지나보면 안다. 고통이 추억인 걸’이라는 문장에, ‘불행해지면 안다. 아주 작은 게 행복인 걸’이라는 문장에, ‘죽음이 닥치면 안다. 내가 세상의 주인인 걸’이라는 문장이, 그 이어진 문장들이었다.
김홍신 작가님 책 "하루 사용 설명서"중에서 인용한 문장이라고 했다.
김 작가님은 나와도 머잖은 인연이다.
11년 전으로 거슬러, 내가 서울남부지방법원 소속의 집행관으로 일하고 있을 때인 2009년 2월에, 집행관으로서의 개 그동안 경험을 담은 에세이집인 ‘집행관일기’를 펴냈을 때, 그 책을 어느 라디오방송에서 베스트셀러로 지목해서 소개를 해준 것으로 인연이 됐었다.
“나도 이 책으로 존대의 어법을 배웠어요.”
김 작가님은 내가 ‘집행관일기’를 펴내면서, 문장의 끝을 ‘했다.’라는 식의 평어로 표기하지를 않고 ‘했습니다.’라는 식의 존대로 표기한 것에 대해, 그렇게 칭찬도 아끼지 않으셨다.
이 국장의 그 메시지는, 나로 하여금 지난날 김 작가님과의 그 인연을 떠올리게 해줬다.
그 고마움에, 내 이리 답을 했다.
‘고맙네. 좋은 글 알려줘서... 김홍신 그 분, 나와도 깊은 인연이 있어. 요새는 자주 못 만나지만, 한 때 밥자리 친구이기도 했지.’
내가 ‘집행관일기’를 펴내던 그 즈음에, 이미 그 법명이 널리 알려진 법륜스님을 추앙하는 사업가인 송영희라는 여인의 사업설명회에 발걸음을 한 적이 있었다.
그 설명회에 연사로 초빙된 김 작가와 어쩌다 같은 테이블에 앉게 되어 밥자리를 했던 사연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날의 만남에서, 우린 서로 겹친 인연을 반가워했었다.
그리고 참 많은 대화를 했었다.
나보다 한 살 나이가 더 많은 김 작가는 그 자리에서 충청남도 공주에서 태어나 논산에서 문학소년으로 학창시절을 보낸 사실, 건국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ROTC 학군단으로 국방의 의무를 마친 사실, 그리고 우리나라 최초의 밀리언셀러가 된 소설 ‘인간시장’의 집필에 대한 자신의 지난날 경험담을 속 시원하게 털어놓기도 했었다.
그렇게 이 국장의 메시지에 대한 답을 하고난 뒤, 인터넷 Daum사이트에서 김 작가의 ‘하루 사용 설명서’라는 그 책을 검색해봤다.
‘고통, 상처, 갈등, 아픔… 삶에서 피할 수 없는 감정들을 존경과 사랑, 감동과 기쁨으로 바꿔 함께 사는 삶을 만든다! 나 자신을 보듬고 발전하는 삶을 살게 해주는 김홍신의 인생 다짐’
책 소개의 글이 그랬다.
책 표지에는 다음과 같은 부제를 붙여놓고 있었다.
‘내 삶을 사랑하는 365가지 방법’
참 많은 이야기들을 담아놓고 있는가보다 했다.
역시 그랬다.
목차를 보고 내 그리 짚었다.
다음은 그 목차다.
작가의 말 / 기쁘게 불러보는 날들 1월 / 혹한을 이겨내고 날아오르길 2월 / 당신을 향해 한 발짝 더 3월 / 꽃을 기다리는 동안 4월 / 사랑할 시간은 많지 않다 5월 / 정성이 깃든 향기 6월 / 맑게 흐르는 다정한 마음들 7월 / 뜨거운 햇살도 시원하다 8월 / 씩씩하게도 여물어가네 9월 / 스스럼없이 나누는 사이 10월 / 지나갔지만 남는 것들 11월 / 따뜻한 추억은 소복이 쌓이고 12월//
김 작가는 책의 초입인 ‘작가의 말’에서 이 책을 펴내게 된 동기를 풀어내놓고 있었다.
다음은 그 대목이다.
세상이 각박하니 누군가 소리 내어 울어도 관심을 갖는 이가 드문 세상이 되었습니다. 근심, 걱정이 많아서 불면증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 얘기를 하고 싶었고 저도 불면증에 시달리기에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썼습니다. 우리가 괴로운 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아서가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꼭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착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내 생각의 함정, 내 마음의 함정에서 스스로 걸어 나와야 합니다. 내 자유와 행복을 누가 훔쳐갔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인생, 재미없으면 비극입니다. 기쁨과 고통도 행복과 불행도 내가 만드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 남의 시선에서 벗어나 괴로움이 없고 자유로운 사람이 되기를 빌어봅니다.//
김 작가님이 책에 담아낼 글의 방향을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곧바로 인터넷도서 YES24 홈페이지로 찾아들어가 10% 할인가인 14,400원에 그 책 한 권을 주문했다.
좀 더 상세하게 김 작가님의 글을 챙겨보고 싶어서이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그동안 우리 맺은 인연의 소중함을 생각했다.
또 하나 이유가 더 있다.
감사해서다.
‘하루 사용 설명서’라는 그 책 제목이 내게 작은 깨우침을 준 것으로, 나는 감사해야 했다.
나는 그동안 온라인에서의 내 글쓰기 공간인 중학교 동기동창 친구들이 어울리는 Daum카페 ‘문중 13회’와, 초등학교 동기동창 친구들이 어울리는 Daum카페 ‘점촌초등학교 8회 벗님들’과, 내가 카페지기로서 관리하는 Daum카페 ‘아침이슬 그리고 햇비’와, 우리 고향땅 문경출신의 산악인들을 중심으로 해서 모이는 ‘재경문경시산악회’ BAND와, 낯익은 사람이나 낯선 사람들을 따로 구분하지 않고 주위 두루 폭 넓게 소통하는 페이스북에, 그날 그날 일기를 쓰듯 숱한 글과 영상들을 게시해왔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다른 글쓴이들의 글에 댓글을 붙여서 감사하기도 하고, 공감하기도 하고, 칭찬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내게 돌아온 것은 섭섭함이었다.
댓글을 안 붙여주는 것으로도 섭섭했지만, 괜한 구설을 지어내어서 뒷말로 험담하는 것들로 섭섭했다.
물론 일부이긴 했지만, 그 섭섭함은 늘 내 가슴에 담겨 있었다.
세월이 흐르면 변하겠지 했다.
그러나 그 변함은 너무나 미미했다.
심지어 Daum카페 ‘점촌초등학교 8회 벗님들’같은 경우는, 개설한지 어언 10년 세월이 되었는데도 아직도 고작 4명의 회원이 가입해 있을 뿐이다.
그 무관심이 내 글 쓸 마음을 꺾고 또 꺾고는 했다.
그래서 그동안 고심을 참 많이 했었다.
글을 쓰는 것이야, 내 생각이 살아 있는 동안에 계속되겠지만, 과연 그 글들을 도무지 무관심한 곳에 내다버리듯 게시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참 많은 마음의 갈팡질팡이 있었다.
그 차에 김 작가님의 그 책과 만나게 된 것이다.
그 제목만으로도 하루 사용을 잘 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었고, 그 중에서도 특히 자신을 비롯한 가까운 주위를 먼저 챙기라는 내용에 치중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 책의 제목은, 나로 하여금 작은 깨우침을 하나 얻을 수 있게 했다.
감사해야했다.
그 감사의 증표로, 이제 내 그 책 한 권을 수중에 넣어야 했다.
그 깨우침, 곧 이랬다.
‘먼저 자신을 위해 그 하루를 소중히 쓰고, 가족을 위해 그 하루를 소중히 써라. 주위는 그 다음이다. 그것이 나이 들어가면서 어차피 스스로 감당해내야 할 slim life의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