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에 온지 4일차
지난 번 까지 근무하던 곳에 태양전지 시설이 들어서는 바람에
새로운 지역을 선정하여 옮기는 번거로운 기간이었다.
10여년 이상을 비워 놓은 배수지 건물,
주 출입문과 화장실 문이 떨어져 나가 상부 유리창은 깨어진 채로 쓰러져 나뒹굴고
변기도 탱크부분은 파손된 체 거기다 배설물까지 말라붙어있고
방바닥은 새카맣게 먼지가 쌓여있다.
사무실이라고는 4평정도 되는 방을 사용해야한다.
금년도 사용은 12월 19일 철수 예정이지만 앞으로 내년에도 이곳을 이용해야한다.
이곳의 산불진화 임무는 매년 2월 1일부터 5월 말일까지
그리고 11월 중순에 들어와 12월 하순 경에 끝나는 주기로 진행된다.
물론 내년에도 내가 이곳으로 와야 한다. 기타인원은 바뀔 수도 있다.
다행이 이번 구성 팀에 이런 잡다한 일을 잘하는 갑장이 편성되어오는 바람에
일이 한결 잘 되는 셈이다.
그는 살아온 경륜으로 스스로 알아서 잘 처리하는 성격의 소유자다.
다 그러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간혹 있는데
이런 경우 그런 사람과 팀이 구성되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어제는 공구상가에 가서 돼지꼬리 전열기를 구입해 다가 물통에 담가 물을 데워 사용했다.
오늘 아침 지난주에 혼사를 치룬 두 동기생한데 축의금을 넣으러 내려갔는데
농협 365를 찾는다. 지나가는 학생한테 물어도 모른다. 또 아저씨한테 물어도 모른다.
이 골목 저 골목 헤매는데 길가에 난전들이 펼쳐진다.
한 아주머니에게 물으니 친절하게 가르쳐 준다.
고마워서 돌아오는 길에 뭔가를 구입해야하겠다고 마음먹는다.
마침 조그마하고 먹음직스럽게 잘 생긴 고구마가 보인다.
적어도 85세 정도로 뵈는 주름살이 많은 할머니다.
“할머니 안녕하세요? 오늘 개시했어요?” 전을 펼치던 할머니 물끄러미 쳐다보신다.
할머니 귀가 잘 안 들리시는 구나 감 잡고 큰 소리로
“할머니 오늘 개시하셨냐구요?”
“아니 아직 못했어.”
“제가 개시해 드릴게요. 제가 손님을 몰고 오니께 오늘 손님 많이 올 겁니다.”
“응 그려 고마워 어떤 때는 지랄 같은 사람이 개시할 때는 하루 종일 지랄 같은 사람들만 올 때도 있어”
“고구마 참하네요. 봉지하나 주세요.”
봉지를 받아들고 매끄럽고 잘 생긴 것들을 주섬주섬 골라 넣으면서
“할머니 고구마가 얼라 고추만하네요.”
할머니는 뭔 말인지 못 알아들었는지 얼굴을 쳐다본다.
또 큰소리로 “고구마가 알라 고추만 하다고요.”
할머니 씨익 웃으시며 “알라 고추가 그렇게 굵어? 어른 꺼 보다는 크지”
“아녀 할머니 제꺼 보다 작아요. 했더니 할머니 한참을 웃으신다.
봉지를 저울에 올리고 “얼맙니까?”
“키로에 5천원인데 많네. 6천원”
“네에 여기 만 원짜립니다.”
4천원을 거슬러 받는데 물건들 위에 교차로 신문 뭉치가 던져진다.
“이 신문은 뭐하는데요?” 하고 허리를 펴며 돌아보는데 아주머니다.
“우리 딸년이여 종이는 장사하는데 필요한 거제”
“할머니 또 올게요. 많이 파세요.”
앞으로 부식 재료가 필요할 경우 자주 이용하리라.
올라오자마자 한 팀이 알루미늄 호일로 감싸고 난로위에 올려놓는다.
첫댓글 짚시님 훌륭한 직업을 갖으셨군요
글 재밌게 읽고갑니다.ㅎ
과한 칭찬에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세요.
그동안 다른데로 가셨다가 다시 안산으로 오셨나보군요.
오랜만에 친정 온 기분이시겠어요.
안산 하면 그 묘령의 여인이 생각나시지않나요? ㅎ
가끔 산행가서 소방 헬기가 뜨면 짚시님 생각이 떠오르더라구요.
새로운 안산 생활에서 즐거운 이야기가 많이 생겨
삶의 이야기가 풍요로워졌으면 좋겠습니다. ^*^
네애 그동안 이리저리 떠돌아 댕기다가 또 불 끄러 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새살림이 늘 모든게 갖춰지지만은 않지요? 그러나 새로운것에 대한 희망이 있음을 글을 통하여 느끼고 갑니다~~^*^
네에 또 새로운 기분으로 준비하고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새살림에 티브이가 ?
혹시 개비하고 처치 곤란한 티브이 있으신분 착불로 ㅎㅎ
삶의 진솔한 모습을 보는것 같아 행복합니다.
장사하시는 분들은...첫번째로 물건을 구입하시는 분(개시)은 잊지 못하실것같아요...
님께서는 참 정이 많은 분이시네요!
ㅎㅎ 정 하면 또 짚시정이라고 한번 맺으면 잊지못하고 다 잘 해주고 싶은 거
한편으론 그게 탈이되기도해요
그넘의 정 때문에 ㅎㅎ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