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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도쿄 예술 고등학교.
두사람이 나란히 아침 식사를 하는데 무언가 어색했다. 부부라면, 뭔가 따뜻하면서 다정한 눈빛을 주고, 받아야 하는데.. 두사람은 아무 사이가 아니다. 빚을 받고, 갚아야 하는 관계랄까?
반찬은 간단했지만 그래도 사람의 성의를 봐서라도 맛있다라는 인사라도 해주어야 정상 아닌가? 그가 아무런 반응이 없자 은근히 기대했던 아신은 구시렁 거리며 TV를 키려고 했다. 그러자, 묵묵히 먹고있던 그가 아신에게 말했다.
"오늘 부터 일배워."
"네? 학교는요?"
"1년 죽어라 일해봤자 1억은 만들 수 없어. 시간 낭비야."
"그래도! 수능은 꼭 봐야해요. 나 고3인데…."
"……."
대학교는 못가더라도 고등학교만큼은 끝까지 마쳐야 했다. 중졸로 세상을 살아갔다간 나중에 모델이 된다해도 모두에게 놀림거리가 될 것이 뻔했다. 그것만큼은 자존심 쎈 아신에게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잠시, 고민을 하는 슈헤이에게 온갖 애교를 부리는 아신이었다. 10분을 조르고 또 졸라서 겨우 얻어낸 그의 한마디.
"어쩔수없군."
"야호!"
"오늘부터 '도쿄예고'로 가라. 전학소속은 미리 해놓았으니까."
"뭐야, 미리 결정된 일이었으면서 튕긴거예요?"
"그런 단어는 또 어디서 배운거야?"
"드라마요."
하여튼, 드라마가 애들을 망친다. 슈헤이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내저었다. 아신이 설겆이를 하는 도중, 슈헤이는 벽장에 걸어 놓은 교복을 꺼냈다. 파란색과 하얀색의 무늬인 세일러 교복이 상당히 예쁘다. 하얀 소매에 가운데는 빨간 리본이 달려 있다. 치마의 길이는 일부러 길게 잡았다. 다른 놈들에게 아신의 날씬한 다리를 보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사소한 일까지 생각하는 슈헤이였다. 한국에서는 보지 못한 예쁜 교복이 마음에 들었다. 그녀는 기분이 좋았던지 꺅꺅거리며 입기 시작한다. 옷을 갈아 입으면서 그녀는 조금 아쉬워 했다. 치마의 길이가 조금 짧았으면 더 예뻤을텐데.. 라고 중얼 거렸다. 아신은 방에서 나와 슈헤이를 찾았다.
"아저씨, 나 어때요?"
"!"
아신이 등장하자 그는 넋을 잃었다. 바람에 휘날리 듯 그녀의 생머리가 찰랑 거린다. 기분좋은 샴푸 냄새가 그를 자극한다. 그녀의 모습이 마치 슬로우 모드로 보여졌다. 그러나, 아신의 다음 말에 이미지가 유리조각 처럼 깨져 버렸다.
"뿅갔죠? 그렇죠? 크하하하! 나의 아름다움은 누구라도 반해버리지!"
"까불지마."
"아파요.. 어? 넥타이 내가 매줄게요!"
"……."
아신의 헛소리에 그는 꿀밤을 먹였다. 꽤나 아팠는지 울상을 짓다가도 밝아지는 아신 이었다. 그것이 아신만의 장점이었다. 변하지 않은 그녀의 모습에 그는 작게 웃는다. 슈헤이의 넥타이를 능숙한 솜씨로 이리,저리 손길이 바빠진다. 예쁜 아신의 손이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옛날, 조그맣던 아기 손이 지금은 숙녀티가 나는 예쁜 손으로 변했다. 저 자그만한 손으로 슈헤이의 손을 잡았을 때, 어찌나 따뜻했던지. 또한번 가슴이 뭉클해진다. 아신이 마무리를 지으며 넥타이를 당기자 그의 목이 조여왔다. 켁켁 거리는 그에게 혀를 낼름 거리는 아신.
"벌이예요. 어서 가요!"
"데려다 주는 것도 이번이 마지막이야."
"에이, 치사하다. 한집에 살면서 그러기예요?"
"난 옆호에 살아. 기름값 아까워."
"왕치사, 왕쪼잔, 왕짠돌이."
"젠장, 그 단어는 또 어디서 배운거야?"
"젠장, 이거 재밌네. 젠장, 드라마요!"
"…하지마."
어째 아신은 바른말, 고운말보다 욕설부터 배우는 것 같다. 그는 아신의 손을 잡아 이끌며 차에 탔다. 일단 그녀의 보호자이기 때문에 학교까지 함께해야 했다. 아신의 흥겨운 한국 노래 소리가 라디오를 대신하고 있었다. 다음날, 도쿄예고로 향한 두사람. 다행히도 수업시간이라 학생들이 보이지 않았다. 썬글라스를 쓰던 슈헤이가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는 어느새 졸고있는 아신을 흔들어 깨웠다. 침을 질질 흘리며 눈을 뜨는 아신. 얼떨떨한 표정으로 가방을 껴안으며 두리번 거린다. 정신차리고 앞을 보니 어마,어마한 규모의 건물들과 화려한 캠퍼스가 보였다. 슈헤이와 교장실까지 걸어가면서도 주위를 구경하느라 정신 없다. 앞으로 1년동안 다닐 캠퍼스가 마음에 들었다. 슈헤이는 교장과 아신의 담임이 될 선생에게 소개를 마쳤다.
"그럼, 잘부탁드립니다."
"저희야말로, 영광 입니다."
"아신…. 열심히 해."
"갈.. 꺼예요?"
"일해야지. 저녁에 보자."
"하하, 오라버니께서 다정하시네요. 소문과는 달리 의외네요."
"?"
교장의 말에 아신은 고개를 갸웃 거렸다. 뭐가 의외라는 거지? 아신은 물끄러미 무표정의 슈헤이를 올려다 보았다. 아아, 알만하다. 알만해. 그녀는 키득 거리며 슈헤이의 손을 놓았다. 왠지 아쉬운 표정의 그를 보자 환하게 미소 짓는 아신. 그리고는 담임의 뒤에 서서 그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24시간 그녀를 지켜보기도 모자랐지만, 포기해야 했다. 그는 그가 갈 곳으로, 아신은 교실로 향하기 시작했다. 교실에 도착한 아신은 담임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무언가 강한 빛들이 아신의 얼굴을 찌푸리게 했다. 낯선 인물이 등장하자 교실안의 분위기는 더욱 시끄러워졌다. 젠장.. 예술학교라더니.. 하나 같이 평범한 얼굴은 없었다.
"올해, 한국에서 이민왔다. 앞으로 수험을 함께 치르고, 일을 배우게 될텐데 다를 도와주도록 해주세요. "
"안녕? 난 한국인이고, 이름은 민 아신이야. 모델 지망생이지. 잘부탁해."
"그럼, 아신쨩은 아이코쨩 옆이 비었네? 가서 앉으렴."
"네!"
아신은 담임이 가리킨 빈자리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누군가의 발이 나와있어 그녀는 가볍게 뛰어 넘었다. 환영 인사는 아닌거 같고, 시비를 걸꺼면 완벽하게 하던가. 아신은 작게 욕설을 내뱉은 여자에게 고개를 돌렸다. 한국말로 양아치로 보이는 외모와 복장. 정말이지, 날라리는 일본에도 있구나.. 라는걸 깨달았다. 일부러 그녀에게 큰 소리로 비웃음을 보였다.
"저기, 환영식을 치룰꺼면 제대로 해줘. 너무 시시하게 놀지 말자. ok?"
"킥킥."
"너.. 두고봐. 크윽!"
"와아, 너 굉장하다. 쟤가 누군지 아니?"
"아니? 알게 뭐야."
앞으로 짝이 될 아이코가 아신에게 감탄사를 내뱉는다. 아신은 콧방귀를 끼며 아이코를 바라 보았다. 안경을 써서 그런지 범생적인 이미지다. 단발 머리인데 파마를 해서 꽤 귀여운 아이였다. 아이코는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아신 또한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S엔터테인먼트의 악역으로 유명한 연기자야. 에리카라고 하는데. 보시다시피 깡패야. 도코예고의 부캡짱이지."
"일본에도 일진이 있니?"
"그럼, 일본은 더 심해. 조심해. 이지메 당하지 않게."
"난 태권도, 유도. 왠만한 운동은 다 배워놔서 괜찮지롱. 난 민아신이야."
"와아.. 역시 한국인은 대단해! 난 아이코. 잘부탁해."
왠지 좋은 느낌의 아이다. 아이코의 미소도, 친절함도 마음에 든다. 다만, 앞에서 죽어라 노려보는 에리카가 신경에 거슬린다. 쟤는 고개도 안아플까? 아신 또한 마주 노려보며 가운데 손가락을 그녀에게 선물했다. 빨리 헤치워 버리고 자신이 부캡짱으로 올라갈 마음은 있는데, 주인공의 이미지 관리 상 참아야 했다. 유치하게 세력 싸움같은거에 관심 없다. 수험생이 공부나 할것이지, 저 아이는 뭔가 여유있어서 저러는게 아닐까? 아신은 먼저 시비를 걸어오지 않는 이상, 얌전하게 지낼 생각이다. 그녀가 한국에서 괜히 '싸가지 신'이라고 불리웠겠는가? 음흉하게 웃던 아신이 다시 아이코와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제대로 알아 듣지도 못하는 일본어 수업은 대충 모르는 단어만 적어 두는 그녀였다. 어느새, 일본에서의 첫 학교 생활이 끝나가고 있었다.
- 청소 시간 -
아이코가 청소 당번이라 청소가 끝날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창밖을 바라보며 봄바람을 느끼고 있는데 어떤 남자가 아신을 부른다. 이런, 벌써부터 인기 관리 해야하나? 그러나, 착각은 자유다.
꼭 이런 시츄에이션이 있다. 짜증과 화가 치밀어 오를려고 한다. 한방에 날려버릴까? 한국인이라고 무시하는거 아냐? 그럼 죽었어! 아신은 일본어가 아닌 한국어로 온갖 욕석을 퍼부었다. 안내하던 남자가 움찔거리며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결국, 학교 옥상까지 도착 했다. 하아, 순정 만화에서나 일어날 듯한 일이 실제로도 벌어지고 있다. 참고로, 이 소설은 학원물이 아닌 로맨스이다. 작가마저 세상을 한탄한다. 아신은 세명의 여자들을 향해 당당하게 걸어갔다. 에리카는 담배 연기를 아신에게 내뿜는다.
갑자기 에리카의 입에서 '조센징'이 나오자 아신의 눈에 불이 이글 거렸다. 무엇보다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자녀 민.아.신. 한국인 대표로 쪽바리.. 너를 결코 용서할 수 없다. 아신은 에리카의 멱살을 잡아 올려 배게 던지듯 내동댕이 쳤다. 엄청난 충격음과 그녀의 비명 소리가 오싹하게 만든다. 아신은 그녀가 듣도록 일본어로 소리쳤다.
"더이상 까불었다간 네년의 정체를 언론에 폭로할꺼야!"
"날.. 협박하는거냐?"
"그래! 협박이다! 그러니 민아신을 건들지 마. 한국인을 얕보다간 너는 크게 다칠 줄 알아!"
"…꺄악!"
아신은 씩씩 거리며 에리카의 정강이를 찼다. 제길,제길. 감히 무시했다 이거지? 우리 아저씨한테도 다 이르거야. 또 덤벼봐라! 다음에는 녹음기를 준비해야겠어. 날 만만하게 보면 큰 코 다치지. 넌 나한테 찍혔어. 우씨! 아신은 고레,고레 소리를 지르며 교실로 돌아갔다. 충격이 컸던지 아직도 엎드린채 부들,부들 떨고있는 에리카의 눈이 심상치 않다.
첫댓글 아.. 재밌습니다.. 배경.. 혹시...카라님 그림아닌가요?? 좀.. 비슷한것같은데... 하... 궁금해요.. 가르쳐 주세요...;;^^
예~ 마왕일기를 넘 좋아해서요 ㅋㅋ
재미잇어요 ^^
아아~ 흥미진진..+_+
잼서욤 ㅎㅎㅎㅎ
재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