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토 아빠스 기념일: 내면의 소란을 잠재우는 불타는 숯불
PACOMIO
성 베네딕토 아빠스 기념일 (연중 제14주간 토요일)
1독서: 이사 6,1-8 <나는 입술이 더러운 사람인데, 임금이신 만군의 주님을 내 눈으로 뵙다니!>
복음: 마태 10,24-33 <육신을 죽이는 자들을 두려워하지 마라.>
제목: 내면의 소란을 잠재우는 불타는 숯불
1. 거룩함 앞에서 마주하는 비천함
우리는 살면서 문득 자신의 초라함을 마주합니다. 남들에게 말 못 할 부족함과 숨겨진 허물 때문입니다. 마음 한구석이 텅 빈 채 홀로 끙끙 앓기도 합니다. 사막 교부 마토에스는 중요한 영성 법칙을 전합니다. 인간이 하느님께 가까이 다가갈수록 자신을 더 죄인으로 보게 됩니다. 이사야 예언자도 천상 성전에서 주님의 영광을 마주했을 때 깊은 절망과 두려움에 사로잡혔습니다. "큰일났구나. 나는 이제 망했다. 나는 입술이 더러운 사람이다."(이사 6,5) 거룩한 빛 앞에 서면 나의 어둠이 가장 먼저 보이기 때문입니다.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불안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참된 겸손을 배웁니다.
2. 제단의 숯불과 스승의 학교
하느님은 절망하는 우리를 그대로 버려두지 않으십니다. 세라핌 천사가 제단에서 타오르는 숯을 가져와 이사야의 입술에 댑니다. "자, 이것이 너의 입술에 닿았으니 너의 죄는 없어지고 너의 죄악은 사라졌다."(이사 6,7) 동방의 교부들은 이 불타는 숯을 우리가 모시는 성체성사의 예표로 바라보았습니다. 미사 중 영성체를 통해 그리스도의 성체라는 뜨거운 숯불이 우리 입술과 마음에 닿습니다. 혼자 감당하기엔 벅찬 일상과 영혼의 상처가 이 신비로운 성찬의 잔치에서 정화되고 치유됩니다. 오늘 기억하는 베네딕토 성인은 수도원을 주님을 섬기기를 배우는 학교라고 불렀습니다. "제자는 스승보다 높지 않고 종은 주인보다 높지 않다."(마태 10,24) 우리는 이 은총의 배움터에서 평생 주님의 자비를 배우는 영원한 제자입니다.
3. 두려움 없는 의탁과 파견의 삶
마음의 정화를 체험한 이에게는 세상의 시련을 이길 담대한 힘이 생깁니다. 주님께서는 우리 머리카락까지 다 세어 두실 정도로 세심히 돌보십니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마라. 너희는 수많은 참새보다 더 귀하다."(마태 10,31) 지상 삶의 온갖 걱정과 막막함을 하늘 아버지 손에 온전히 내어맡길 때 마음의 참된 평온이 찾아옵니다. 정화된 이사야가 "제가 있지 않습니까? 저를 보내십시오"(이사 6,8)라고 망설임 없이 자원했던 것처럼, 우리도 삶의 자리로 기쁘게 나아가야 합니다.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우리의 정성과 진실한 삶 전체가 바로 복음의 증언입니다. 침묵 중에 귓속말로 들은 주님의 사랑을 일상의 지붕 위에서 당당히 선포하며, 우리는 함께 기도하며 나아갑시다.
[성 베네딕도회 요셉수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