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사고가 아니라 사람입니다. 대부분 재난에서 우리가 흔히 깨닫는 진실이기도 합니다. 살아가면서 우리가 피할 수 없는 재난이 있습니다. 최근의 지진으로 인한 막대한 인명피해를 비롯하여 태풍 홍수 화산폭발 등등 어디서 어떻게 일어날지 모르는 자연재앙은 어쩔 도리 없이 당해야 합니다. 그러나 사실 그런 재앙 속에서도 얼마든지 피해 규모를 줄일 수 있는 길이 있었음을 압니다. 그럼에도 그 예상을 뛰어넘는 피해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뻔히 지진 지역임을 알면서도 그에 대비 없이 마구잡이 건물을 짓는다면 그것은 자연재난이라기보다 인재이기도 합니다. 사람이 만들어낸 재난입니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나지요?
옛날에 고층빌딩 화재사건을 그린 영화가 있습니다. 불을 피하려다 수백 미터 꼭대기에서 떨어지는 사람들을 보며 소름이 돋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 때 화재 원인이 무엇이었지요? 공사비 아끼려고 싸구려 전선을 사용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실 영화 속의 이야기만이 아닙니다. 그런 일이 우리네 현실 속에서 실재하고 있으니까요. 다른 것 없습니다. 돈 좀 더 벌자고 꼼수부리다 당하는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얼마나 어리석은 일입니까? 그런데 자기 목숨이 거기에 달리지 않았기에 서슴없이 그 짓을 합니다. 자기 생명은 걱정 없으니 그 다음에는 돈에만 신경을 쓰는 것입니다. 좀 더 아끼고 좀 더 벌자는 욕심입니다. 그 뒤에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하여는 관심 없습니다.
유명한 다이아몬드 광산에 폭발 사고가 발생합니다. 다수의 광부들이 그 안에 갇힙니다. 수를 헤아립니다. 26명. 뉴스로 알려집니다. 한두 명도 아닌 26명이나. 아무튼 대형사고입니다. 즉각 구조작업에 들어갑니다. 그러나 필요한 장비가 있습니다. 30시간 내에 그 장비가 도착해야 구조가 가능합니다. 장비의 무게만도 30톤이 넘습니다. 가장 빠르고 좋은 방법이 비행기 수송입니다. 그러나 근처에 비행기가 안착할 수 있는 비행장이 없습니다. 하기야 그만한 무게를 견딜 수 있는 비행기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헬기는? 비행기도 안 되는데 헬기가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더 말이 안 됩니다. 그러면 그대로 포기해요?
찾아낸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육로 수송입니다. 문제는 시간입니다. 골든 타임이 30시간입니다. 그 시간이 지나면 광산에 갇힌 사람들은 산소 부족으로 모두 사망할 것입니다. 시간을 지켜야 의미가 있습니다. 찾아낸 방법이 하나 있기는 한데 위험천만한 일입니다. 얼어있는 호수 위를 달리는 것입니다. 왜 위험한가 하니 그 때가 해빙기라는 것입니다. 30톤이 넘는 장비를 실은 대형 트레일러가 녹으려는 얼음판을 가만두겠습니까? 대형 트레일러 자체도 몇 톤은 나갈 것입니다. 그 어마어마한 무게를 가지고 살얼음 위를 달려야 한다고요? 누가 감히 도전하겠습니까? 광부들 구하기 전에 자기네가 먼저 저 나라로 갈 수 있습니다.
세상은 참 묘하기도 합니다. 때에 맞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중동전 참전용사였다가 장애를 입은 동생의 꿈을 이뤄주고자 돈이 필요했던 ‘마이크’ 오랜 트러커 경력의 수송 회사 오너 `골든로드` 그리고 광산에 갇혀있는 광부들 중에 남동생이 있는 원주민 ‘탄투’ 세 사람이 도전합니다. 그들 셋 중에 하나라도 도착하면 되는 것입니다. 모두 살아서 도착하면 운송비는 삼분될 것이고 아무튼 남은 사람들이 운송비를 나눠 갖는 조건입니다. 골든로드는 사명감에, 마이크는 돈이 필요해서 그리고 탄투는 동생을 구하려는 목적이 있습니다. 그렇게 대형 트레일러 3대가 출발합니다. 시간은 30시간, 쉴 시간이 없습니다. 소위 ‘황소주행’을 해야 합니다.
그들 외에 보험회사 직원이라는 남자가 동행합니다. 도대체 이 위험한 모험에 보험회사 직원이 왜 따라가야 하지요? 아무튼 광산회사에서 지시한 것이니 그런가보다 하고 동승시킵니다. 그가 어떠한 사람인가 하는 것은 그 위험한 여행 중에 드러납니다. 시간도 촉박하지만 때가 때이니만큼 멈출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가만 서 있으면 얼음판이 트레일러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꺼질 수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금이 가면 따라가는 차들에게 치명타가 됩니다. 그리고 자칫 모두가 물속으로 빠질 수 있습니다. 멈추어서는 안 됩니다. 그런데 맨 뒤에 따라가던 골든로드의 트레일러가 멈춥니다. 연료를 잘못 넣었다는 것이지요. 누가? 탄투가 뒤집어씁니다.
사실 자연이 주는 위험은 서로 도우며 이겨나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이간질이나 탐심은 막을 길이 없습니다. 또 한편 광산 내부에서는 산소를 아끼고자 인원을 줄이자는 의견이 생깁니다. 가망 없는 환자들을 일찍 처리하자는 것이지요. 그러자, 말자, 의견다툼이 생깁니다. 그 와중에 회사의 농간이 드러납니다. 밖에서도 안에서도 모두가 악덕기업의 계산에 의해서 이 위험한 극이 벌어지고 있다는 말입니다. 광활한 얼음판, 무시무시한 눈 폭풍과 눈사태 등등 위험에 닥치면서 제일 무서운 것은 자연재앙이 아니라 바로 인간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습니다. 영화 ‘아이스 로드’(The Ice Road)를 보았습니다. 2021년 작입니다. 코로나19 시대의 작품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