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성석제
간만에 성석제의 소설을 읽었단다.
성석제. 이 분은 글을 참 재미있게 쓰는 분이야.
이번에도 만수의 주변사람들이 번갈아 가면서 화자로 나와 이야기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면서,
글에서는 유머를 가득 머금고 있었단다.
그리고 우리나라 굴곡진 서민들의 삶, 역사가 묻어 있었어.
아빠의 어린시절도 생각나게 하는 글로 인해 잠시 추억에 잠기기도 했단다.
그리고 열린 결론은 읽은 이들에게 좋은 토론거리를 주었다고 생각이 든단다.
그런데, 아빠 주변에는 같이 토론할 사람이 없네...^^
1. 개운리에서...
한강다리에서 한 투명인간이 또다른 투명인간을 알아본다.
그는 한강다리에서 자살을 하려고 한다.
그가 누구인지 알아본다.
그의 이름은 김.만.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한단다.
김만수에 관한 이야기....
때는 일제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단다.
왜냐하면 김만수의 할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를 해야하기 때문이야.
만수의 할아버지는 부잣집 아들로, 일제시대때 서울로 유학을 갔다가
독립운동에 연루되어 옥살이를 하였고,
옥살이 이후에는 경찰들에 시달려 가세가 기울고 말았어.
그래서 할아버지는 가족들을 이끌고 야반도주를 해서 개운리라는 화전민이 일군 동네에 정착했단다.
할아버지는 그곳에서 아이들을 상대로 학문을 가르치려고 했지만,
다들 시큰둥하였고, 정작 할아버지의 아들,
즉 만수의 아버지도 공부를 싫어했고, 농사 짓는데 열심이었단다.
만수의 아버지는 개운리에서 만난 여인과 결혼을 하였고,
그들은 3남3녀를 낳았고, 그중에 넷째가 만수였단다.
백수, 금희, 명희, 만수, 석수, 옥희... 이렇게 여섯남매..
만수는 갓태어났을 때부터 머리만 크고, 다른 신체부위를 허약했고, 성장도 더디어
오히려 동생인 석수보다는 체형이 작았단다.
큰형인 백수는 그야말로 모범생의 전형이었어.
착해서 동생들도 잘 돌봐주고, 공부도 잘해서 중학교도 수석으로 입학했단다.
비록 가난하지만, 백수는 집안의 희망이었어.
할아버지까지 나서서 백수의 교육을 위해 헌신을 하였고, 중고등학교를 도시로 유학을 갔고,
당당히 명문대까지 합격을 했단다.
하지만, 만만치 않은 등록금이 문제였어.
할아버지의 결단으로 소를 팔아서 입학금과 하숙비를 마련했지만,
다음 학기부터는 자신이 벌어야겠다고 막노동을 하고, 피까지 팔아서 돈을 벌었지만 역부족이었어.
결국 백수는 휴학을 하고 자원해서 베트남전쟁에 참전했단다.
하지만, 그곳에서 고엽제의 직접적인 피해를 입고, 그만 병에 걸려 죽고 말았어.
만수네 집은 난리가 났지.
할아버지는 심하게 괴로워하고, 자책했고, 아버지는 분노하면서 할아버지 탓을 했어.
이 일로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심한 갈등을 겪었고,
아버지는 아이들만 데리고 개운리를 떠나 서울로 오기로 했단다.
개운리에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어머니만 남았고,
아버지는 아이들을 다섯을 모두 데리고 서울 쪽방촌에 정착하여 개운리때보다 더 가난한 생활을 시작했단다.
2. 굴곡진 젊은날
서울에 올라온 이후 아버지는 직업도 없이 날마다 술만 먹고 지내셨어.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다시 고향으로 가신 이후 안오셨어.
서울에는 오남매만 생활하게 되었단다.
백수형이 죽기 전에 베트남에 준 재봉틀로 큰 누나가 돈을 벌어 어렵게 생계를 이끌어갔어.
그런데 어느날 연탄가스을 맡게 되었고, 그 후유증으로
똑똑하던 둘째누나 명희누나가 바보가 되어 고향으로 내려가야했어.
명희누나의 덕으로 만수는 중학교도 졸업하고 공업고등학교까지 들어갔는데 말이야.
큰 누나 금희는 트럭운전수와 결혼을 하고,
이제 서울집에는 만수, 석수, 옥희만 남았고,
만수는 어느덧 가장 역할을 해야 했으며, 동생들의 학비를 책임져야 했어.
만수는 학교를 졸업하고 세차장에서 일했는데,
근면하고 성실하고 꼼꼼한 그의 세차실력때문에 인기가 많았어.
그러다가 군대를 갔단다.
만수는 전경으로 군생활을 했는데, 교통계에서 일하게 되었고,
거기서 삥땅을 뜯은 돈으로 석수와 옥희를 뒷바라지했을 뿐만 아니라,
집도 전세집으로 옮겼단다.
삥땅이라는 것이 나쁜 짓인데, 순수한 만수가 그것으로 집안의 생계를 유지하다보니 짠한 기분마저 들더구나.
만수는 탈영병 진압시 우연히 끼어들어 등에 총상을 입고 병원에 있다가 제대를 했단다.
제대전 세차장에서 잠시 일하다가 그만두고,
군대에서 인연을 맺은 상사의 알선으로 자동자 부품 공장의 관리직으로 취직을 했단다.
이 일로는 동생들 학비와 생활비가 부족해서
주말에는 세차장에서 일했는데, 역시 인기가 좋았단다.
만수가 관리직에 있었지만, 우주 최고의 긍정적인 마음과 착한 품성,
자신의 자세를 낮추는 대인관계로 생산직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인기가 좋았단다.
그리고 그는 그렇게 자신의 맡은 바 역할을 다하며 동생들을 뒷바라지 하는데 혼신을 다했어.
자신의 개인적인 생활을 뒤로하고,
자신이 생각하기에 맞다고 생각하는 일들은 궂은 일이라도 나서서 일했어.
그러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만수를 좋아하게 된거지.
...
한편 석수는 만수형의 도움으로 명문국립대에 들어갔고,
미래를 위한 포석으로 공장에서 일하는 '공활'을 했어.
그러다가 노동운동을 위해 위장취업을 한 오영주를 만나 동거생활을 하였다가
경찰에 붙들려 모진 고문을 당했어.
그렇게 모진 고문을 하지 않아도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는 모두 이야기할 자세가 되어 있었는데 말이야.
그는 전향하여 보안사에서 일하게 되었고,
그 이후 가족들을 포함하여 그동안 지내왔던 모든 사람들과 연락을 끊고 지냈어.
오직 자신만을 위해서 살기로 했지.
...
석수가 사라진 뒤, 오영주도 감옥에 갇히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석수의 아이 태석을 낳았어.
오영주는 아버지한테 혼나서 아들 태석을 만수에게 떠넘기고 떠나게 되었어.
만수는 어린 태석까지 도맡아 보살여야 했어.
석수마저 떠난 서울집....
막내 옥희도 만수의 도움으로 대학에 입학을 하였고,
옥희도 노동운동을 한다고 위장취업을 해서 일하다가 그때 만난 노동자와 만나 결혼을 했는데,
남편이 노동운동하다 찍힌 사람이라서 취업도 할 수 없고 집에서 빈둥거릴 수밖에 없었어.
그렇다보니 결혼 비용도 모두 만수가 대주었단다.
그렇게 동생들만 보살피다가 그의 젊음은 다 갔다고 해서 그를 기다린 것은 행복과 안정이 아니었어.
3. 투명인간
만수의 절친한 회사동료 이장수가 노조를 만들다가 경찰에 불들려가고,
그 이장수로부터 버림 받은 송진주라는 여인마저 만수가 보살펴주었어.
회사 구내식당에 취업을 시켜주었는데, 송진주가 요리를 엄청 잘해서
회사 식당밥이 맛있다고 소문이 나기까지 했어.
그런데, 송진주와 만수 사이의 안좋은 소문이 나서,
송진주에게 회사식당은 그만두고 만수의 동생 옥회와 함께 기사 식당을 하겠끔 해주었어.
그리고 송진주의 솜씨로 인해 그 식당을 날로 번창을 했단다.
그러는 사이 만수와 진주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어 결혼을 했어.
만수에게는 행복이 찾아올만도 한데, 또다른 시련이 기다렸단다.
만수가 다니던 회사가 어려움에 봉착을 해서 사장마저 다 떠나버렸어.
만수를 비롯하여 일곱명만이 끝까지 회사를 살리겠다고 남아 있었지만,
그들에게 돌아온 건 수억원의 손해배상액이었어.
이후 만수는 그 손해배상액을 벌기 위해
또다시 몇년동안 하루 20시간씩 일했어.
그리고 간신히 그 손해배상액을 모두 갚았단다.
진주는 만수를 믿고 따랐지만, 만수의 식구들까지 돌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어.
석수의 아들 태석은 자폐증을 앓고 있었고, 나이를 먹으면서 더욱 반항이 심해졌어.
그리고 고향 개운리에서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에 어머니와 명희누나가 서울로 올라왔는데,
바보가 된 명희 누나를 진주가 보살폈단다. 쉽지 않은 일이었지.
그래도 만수가 빚 아닌 빚을 모두 갚았으니 이제 살만한가 했는데,
이번에는 진주가 신장병에 걸려 계속 신장투석을 해야했어.
그것으로 돈은 엄청 들어갔고, 다시 막대한 빚이 쌓이기 시작했어.
진주는 몸까지 아프니까 더이상 만수의 식구들을 보살피는 것에 참지 못했어.
태석의 반항에 같이 화를 냈는데, 분노하던 태석이 투명인간이 되었다가 다시 정상이 된거야.
그리고 명희누나도 이런 능력이 있었는데, 명희누나는 투명인간이 되면 제정신마저 찾게 되었어.
...
태석은 학교 생활도 적응을 잘 못했어.
친구의 괴롭힘도 당해서 옥상에서 자살 기도를 했단다.
그리고 병원에 옮겨갔지만, 결국 죽고 말았단다.
다행히 죽기 전에 진주와 화해를 했어.
태석의 주머니에는 유서가 있었는데,
자신의 신장을 키워준 엄마에게 주라는 것이었어.
그렇게 태석의 신장을 기적처럼 진주에게 이식되었고,
진주는 더이상 신장투석을 하지 않아도 되었어.
4. 해피 엔딩
다시 소설은 첫장면으로 돌아와서 한강다리야.
만수를 알아본 그 남자. 그 남자와 만수는 이야기를 나눴어.
만수는 그 남자가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했어.
만수는 태석이가 좋아하는 돼지껍데끼를 사기 위해 한강다리를 건너고 있었대.
이야기를 마치고 만수를 길을 건너는데, 차에 치여 한강다리 아래로 떨어졌어.
하지만 그곳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
만수를 친 운전사도 자신이 무엇인가 친 것 같다는 느낌만 들었단다.
아참, 그 한강다리에 만수를 알아본 그 남자는 바로...
만수의 동생이자 태석의 아빠인 석수였단다.
그렇게 소설은 끝이 났단다.
....
결말 부분이 이해가 가지 않아서, 결말 부분만 다시 읽어봤어.
그리고 내린 결론은 이런 것이었단다.
자살을 시도했던 태석은 죽지 않았다는 것.
다시 읽어보니, 태석이 투명하게 사라졌다는 글이 나오더라구.
신장을 진주에게 이식해주고 태석도 죽지 않고, 투명인간이 된거지.
그리고 만수가 한강다리에서 석수를 만나기 전에
자살한 사람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온 경찰들에 의해 시신은 발견되지 않고
만수의 소지품들만 발견하였던 일도 있었어.
만수가 자신이 투명인간인 것을 이용해서 자살한 척 한거지.
자살시도한 사람들 중에서 시신을 찾지 못하는 경우도 꽤 많다고 경찰들이 이야기하더라구.
그리고 만수는 태석, 영주(영주도 투명인간이 되는 능력이 생겼대), 모두 투명인간으로 살아간거지.
그러면 돈에 대한 걱정도 필요없고, 욕심도 필요없고,
그들이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아닐까?
아빠는 이렇게 결말을 생각하게 되었단다.
그러나, 한가지 아직도 만수가 차에 치인 다음에는 어떻게 된 것인지, 잘 모르겠구나.
그때도 죽지는 않았을거라고 생각이 드는구나.
왜냐하면, 그가 이렇게 이야기했으니까 말이야.
"죽는 건 절대 쉽지 않아요. 사는 게 오히려 쉬워요. 나는 포기한 적이 없어요"
만수는 앞으로 그간 고생을 뒤로 하고 행복한 삶을 살지 않았을까 생각된단다.
너희들이 즐겨 읽는 동화책의 결말처럼 말이야.
"그리고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이렇게 말이야...
책제목 : 투명인간
지은이 : 성석제
펴낸곳 : 창비
페이지 : 372 page
펴낸날 : 2014년 06월 30일
책정가 : 12,000원
읽은날 : 2016.01.07~2015.01.11
글쓴날 : 2016.01.14,1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