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각 붕괴로 이틀간의 경부선 불통과 반쪽 운행 사태를 부른 김천시
감천(甘川)철교에 대해 철도청은 재작년 상당 규모의 보수 공사를
벌였으나, 붕괴된 문제의 하행선 두 교각은 제외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현재 상·하행 열차를 교차 통과시키고 있는 상행선 철교의 교각들도
대부분 보수·보강이 필요한 상태인 것으로 확인돼 운행상 안전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일 철도청의 시설물관리대장에 따르면 감천철교는 1999년 정기점검 때
교각 상당수가 부실한 것으로 판정돼 이듬해 6월15일까지 1억3000만원을
들여 상·하행 13개씩 총 26개 교각 가운데 상행선 1,2,4,7번 및 하행선
1,6,8,10,11번 등 9개 교각을 대폭 보수했던 것으로 돼있다.
철도청 관계자는 “당시 이번에 무너진 하행선 3,4번을 포함해 보다 많은 교각을 동시에 보수해야 바람직했지만, 신청한 시설유지보수 예산이 배정과정에서 많이 삭감돼 시급한 것들을 선별적으로 보완했다”고 말했다.
감천철교를 담당하는 김천시설관리사무소측은 “일제 때 건설된 교각이라 철근없이 콘크리트덩이로만 이뤄져 있어 미세한 균열에도 상당히
신경쓰이는 상황”이라며 “철근이나 콘크리트를 덧씌워 추가 균열을
막고, 물살에 패인 교각 하부의 기초 부분도 보강했다”고 말했다.
철도청은 당시 보수했던 교각들이 이번 폭우에 모두 무사했던 점으로
미뤄, 전체적 보수가 제 때 이뤄졌더라면 붕괴사태는 없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철도전문가들은 “붕괴된 하행선 철교는 경부선 개통 당시
만들었고, 나머지 상행선 철교는 한참 뒤 복선화(複線化) 때 건설한
것”이라며 “하행 철교가 상행 철교보다 교각 기초가 얕기 때문에 보다
면밀한 관찰과 우선적 투자가 필수적이었다”고 아쉬워했다.
감천철교는 작년 말의 정밀안전점검 당시에도 상행선
1,3,5,6,7,8,9,10,13번과 하행선 2,3,4,7,8,11,12,13번 교각 및 육지
연결부분 2군데 등 총 19군데가 완전치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철도청은
이에 따라 이들 교각의 보강을 위한 실시설계를 벌여왔으며, 올 연말부터 내년까지 공사에 나설 계획이었다. 이 가운데 상행선 1,7번 및 하행선 8,11번 등은 2000년 보강작업에도 불구, 재보수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나 당시의 공사마저 부실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특히 하행선 붕괴사고로 상·하행 열차를 교차 통과시키고 있는 상행선
철교의 경우, 13개 교각의 절반이 넘는 9개가 ‘보강 대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현재의 임시방편적 운행이 과연 안전한지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하지만 철도청은 “운행 재개는 현장을 둘러본
전문가들 의견을 종합해 결정한 것”이라며 “작년 말 점검에서 보수
대상이 많아진 것은 조치원~대구간 전철화사업을 위해 추가될 구조물의
영향을 고려했기 때문이지, 현재 상행선 철교가 아주 취약함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폭우로 전국 곳곳에서 빚어진 고속도로·국도의 침수·유실 및 경사면 붕괴사고와 관련, 보다 체계적인 점검 및 관리시스템을
이번에야말로 확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침수로 인해
전면 차단된 채 오는 8일에나 복원될 예정인 동해고속도로는 강릉지역의
피해 복구를 지연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교통개발연구원 김정현
박사는 “삼풍과 성수대교 붕괴사고 이후 건축물 및 교량·터널에 대해선 점검이 강화되고 책임 규명도 가능하지만, 일반 도로는 별 규정도 없이 사고만 반복되고 있다”며 “인명과 시설의 효율적 보호를 위한
종합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