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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세상에서 벌어지는
세 아이의 소리 없는 전쟁을 통해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해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악플 전쟁』
< 2018년 12월 27일, 이규희 선생님 집필실에서...>
이규희 작가 인터뷰
교과서 속의 작가, 지면으로 만나다!
1952년 충남 천안에서 태어나 강원도 태백, 영월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성균관대학교 사서교육원을 졸업했다. 1978년 소년중앙문학상에 동화 '연꽃등'이 당선되어 동화작가가 되었다.
지은 책으로는 '난 이제부터 남자다', '아버지가 없는 나라로 가고 싶다', '어린 임금의 눈물', '흙으로 만든 귀', 아빠 좀 빌려주세요', '내 이름은 직지', '독립군 소녀 해주', 할머니의 수요일', '가을이네 장 담그기', 기미년 태극기 특공대', '사비성을 지키는 아이들', '장진호에서 온 아이', '마니토를 찾아라', '대한제국이 사라진 날', '진짜 친구 찾기' 등 100여 권을 펴냈으며, 세종아동문학상, 이주홍문학상, 방정환문학상, 가톨릭문학상, 윤석중문학상 등을 받았다.
어린이문예 : 안녕하십니까? 어느덧 2022년의 마지막 달입니다. 작가님은 한 해를 보내며 기뻤던 일이나 아쉬운 일은 없으셨나요? 《어린이문예》 독자들과 인사 나누어 주십시오.
이규희 작가 :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렇게 만나게 되어 참 기뻐요! 정말 한 해의 끝자락이 보이는 12월이네요. 저는 올 한 해 『악플 전쟁』으로 전국에 있는 많은 어린이를 만나고 왔답니다. 강의하러 갈 때면 어린이들이 저를 반갑게 맞이해주고, 제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고, 사인 한 장을 받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저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곤 해요. 어린이들에게 얻은 밝은 기운으로 힘을 내어 또다시 좋은 작품을 써야지 하는 다짐도 해보고요. 독자를 만나는 건 작가에게 최고의 기쁨이자 보람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음, 올해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건 바로 나오기로 했던 책 몇 권이 내년으로 미뤄진 점이랍니다. 빨리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안달이 났지만, 출판사 사정, 그림 작가들의 사정으로 출간 계획이 미뤄진 거예요.
하지만 다행히 『안 뺏겨! 개인정보』와 『신비한 문방구』 두 권은 올해 안에 나왔답니다! 아, 그 책들이 독자들을 만날 생각을 하니 벌써 가슴이 두근두근, 콩닥콩닥하네요! 여러분, 도서관에 가서 꼭 빌려서 읽어주세요!
어린이문예 : 작가님은 천안에서 태어나 강원도 태백, 영월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알고 있습니다. 태백이나 영월과 관련된 특별한 추억이 궁금합니다.
이규희 작가 : 네. 3학년 2학기에 강원도 태백으로 전학을 갔을 때의 그 놀라움과 낯섦은 지금도 잊히지 않아요. 탄광 지대였던 그곳은 빼곡하게 높은 산이 둘러쳐져 있고 석탄 때문에 냇물도 거리도 지붕도 온통 까만색이었거든요. 친구들과 친척들이 있는 고향 천안을 떠난 제 마음도 온통 까만 색이었지요. 더군다나 친구들은 제가 도시에서 온 깍쟁이인 줄 아는지 잘 놀아주지도 않고요. 그러다가 영월로 전학을 갔는데, 거기서는 어린 단종 임금의 유배지인 청령포, 사약을 받고 돌아가신 관풍헌, 돌아가신 후 묻힌 장릉이 있어서 더욱 애잔한 기분이 들었어요. 저도 마치 단종처럼 유배를 온 듯 늘 슬펐고요. 저는 늘 집 앞의 동강에 나가 햇볕을 받아 따끈따끈해진 자갈밭에 앉아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기도 하고, 강가에 핀 꽃들을 보며 혼자 무언가를 상상도 하곤, 친구들과 소꿉장난하곤 했어요. 지금도 가끔 우리 집에서 단종의 유배지인 청령포 가는 길에 자두꽃이 하늘하늘 피어있던 모습이 떠올라요. 여름이면 몰래 자두를 따서 입술이 빨갛게 물들도록 깨물어 먹던 모습도요.
그런데 참 이상하지요? 그토록 슬프고 마음에 들지 않았던 강원도 태백, 영월에서의 4년여 생활이 지금은 제 동화의 무대가 되었으니까요. 삭막한 도시에서만 살았더라면 저는 지금 같은 동화를 쓰지 못했을 거로 생각해요. 지금도 태백, 영월은 제2의 고향, 마음의 고향으로 남아 있답니다. 정말로 이 세상에 나쁜 경험은 없다는 말이 딱 맞아요.
어린이문예 : 작가님은 어린 시절에 글을 잘 쓰셨나요? 어떻게 해서 동화작가가 되셨나요?
이규희 작가 : 사실 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는 저는 잘하는 게 하나도 없는 소심하고 자존감이 참 낮은 아이였어요. 그저 도서실에 가서 동화책을 빌려다 읽고 또 읽는 게 전부였지요. 그러던 어느 날 교내 백일장을 했는데 거기서 뜻밖의 상을 받게 되고, 문예부 선생님이 상 받은 아이들을 데리고 군 대회 글짓기 대회에 나갔는데 놀랍게도 거기서 또 상을 받았어요. 책을 많이 읽다 보니 저절로 글 쓰는 솜씨가 생겼나 봐요. 그때 담임선생님이 "규희야, 넌 커서 작가가 되면 좋겠구나."라고 말씀해 주셨는데, 그 한마디가 씨앗처럼 가슴에 들어와 자라 작가를 꿈꾸게 되었답니다. 그 후 여러 대회에 나가 상을 받고 조회 시간에 전교생 앞에서 상 받은 글을 낭송하다 보니 저도 모르는 사이에 점점 학교생활에 자신감도 얻고, 아이들과도 잘 지내게 되었고요.
그렇게 어른이 된 어느 날 중앙일보에서 동화를 모집한다는 광고를 본 순간, 어린 시절 태백 연화산에 올라갔다가 암자 앞 마당에서 까까머리 아이가 혼자 사방치기를 하는 모습을 본 기억이 떠올랐답니다. 어쩐지 '그 아이는 부모가 없이 스님과 살지도 몰라. 내가 작품 속에서 그 아이에게 엄마를 찾아주자.' 하는 마음으로 쓴 동화 「연꽃등」이 당선되면서부터 작가가 되었고요. 지금도 내게 작가의 씨앗을 심어준 5학년 때의 담임선생님을 잊을 수 없고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린이문예 : 『악플 전쟁』을 쓰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혹시 작가님은 어린 시절 비슷한 경험을 하신 적이 있나요?
이규희 작가 : 어떤 글짓기 심사를 하면서 한 아이의 글을 읽었어요. 그 아이는 친구들끼리 하는 단톡방에서 자신이 쓴 글에 악플을 다는 아이들 때문에 상처받았다고 했어요. 그 글을 읽는 순간 '어린이 시절부터 악플이 아닌 선플을 다는 습관을 지니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으로 쓰기 시작한 작품이랍니다. 하지만 처음에는 줄거리를 어떻게 이끌어 갈지 막막했어요. 악플이라는 주제도 너무 무겁게 와닿고요. 그러다가 문득 '아, 이 작품은 주인공을 한 사람이 아니라 세 사람으로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서영이, 미라, 민주 캐릭터가 만들어지고, 이야기가 술술 풀려나가면서 작가로서도 그 작품에 푹 빠진 채 글을 쓰게 되었답니다.
제가 어릴 때는 악플이나 왕따 같은 말 대신 따돌림이라는 말을 썼는데, 저는 살아가면서 다행스럽게도 악플이나 왕따, 따돌림을 받은 경험은 없었답니다.
어린이문예 : 『악플 전쟁』의 이야기는 실제로 있었던 일인가요, 작가님의 상상력으로 쓴 것인가요?
이규희 작가 : 이 작품은 악플 때문에 고통받는 피해자, 악플을 다는 가해자, 모든 걸 알고 있으면서 용기가 없어서 말을 못 하는 방관자 이렇게 세 명의 캐릭터를 설정하여 순전히 작가의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요즘 어린이들의 생활을 생생하게 담기 위해 인터뷰 기사나 어린들의 학교생활 등 자료 조사하는데 시간을 많이 들여 어린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쓰려고 노력했답니다. 제 동화를 읽어주는 독자는 바로 어린이들이니까요!
어린이문예 : 책의 제목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 제목을 『악플 전쟁』으로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이규희 작가 : 아, 정말 이 작품은 제목을 짓기가 어려웠어요. 다른 작품들은 대부분 시작할 때부터 미리 제목을 정해놓고 쓰는데 이 작품은 완전 반대였어요. 원고를 다 완성하고도 마땅한 제목이 떠오르지 않아 출판사 편집주, 영업부와 회의를 거쳐 『악플 전쟁』이라는 제목을 뽑아낼 수 있었으니까요. 사실 전 처음에는 이 제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답니다. 악플, 전쟁이라는 두 단어가 너무 부정적이고 강한 느낌이 들어서였지요. 하지만 지금은 제 작품을 가장 잘 나타낸 제목이라고 생각하고 있답니다.
어린이문예 : 만약 작가님의 자녀가 책 속의 서영이처럼 전학을 오자마자 악플로 괴롭힘을 당한다면 어떻게 대처하라고 하셨을까요?
이규희 작가 : 저는 작품의 긴장과 재미를 위해서 아이들끼리 서로 이 문제를 풀어 나가도록 했어요. 하지만 만약 제 자녀뿐 아니라 다른 어린이들에게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일이 커지기 전에 부모임이나 선생님께 손을 내밀어 도움을 받아야만 한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어린이들은 아직 어리기 때문에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있으니까요. 괜히 혼자 끙끙대며 해결하려다간 눈덩이를 뭉치면 점점 큰 눈덩이가 되듯 일이 더 커질 수도 있고요. 그러니 여러분 주위에는 손만 내밀면 내 손을 따스하게 잡아줄 어른이 있다는 걸 꼭 기억해줬으면 좋겠어요.
어린이문예 : 미라와 서영이의 관계를 처음에 나쁜 관계, 친하지 않은 관계로 만든 이유가 있나요?
이규희 작가 : 미라와 서영이는 서로 캐릭터가 정반대인 아이들이에요. 미라는 가정에서 사랑받지 못하는 대신 아이들에게 으스대고, 잘난 척하며 인정받고 싶어 하는 아이였지요. 하지만 서영이는 늘 다른 아이들을 배려하고 이해하는 밝은 아이였고요. 이 둘을 처음부터 친하게 설정하지 않은 건 작품의 재미를 위해서였어요. '악플'이라는 주제를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우선 '악플'을 다는 미라 같은 악역이 있어야만 했으니까요. 하지만 전 늘 '나쁜 어린이는 없다'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미라를 끝까지 나쁜 아이로 남겨둘 수가 없었어요. 미라가 자신이 한 일을 뉘우치고 서영이에게 미안함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나는 장차 미라가 달라지리라 믿고 있답니다.
어린이문예 : 작가님이 가장 마음에 들었던 등장인물은 누구인가요?
이규희 작가 : 네, 저는 세 사람의 주인공 중 민주가 가장 마음이 쓰였어요. 민주는 어린 시절의 나처럼 자존감이 낮고 잘하는 것도 없고 수줍음도 많은 아이니까요. 그래서 민주가 '짱오'에 넣어준다는 사탕발림에 넘어가서 분홍색 머리핀을 서영이 가방에 넣는 장면을 쓰면서 속으로 '민주야, 미안해. 정말 미안해. 하지만 너 언제까지 주눅 들어 살 거니? 널 달라지게 해줄 거야.'라고 말하며 썼답니다. 작가는 이처럼 자기가 만든 주인공에게 몰입되어 글을 쓸 때가 참 많답니다. 슬픈 장면을 쓸 때는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무서운 장면을 쓸 때는 잔뜩 움츠리고 쓰기도 하지요.
어린이문예 : 서영이가 마지막에 아버지가 있는 나라로 갔는데 나중에 다시 돌아오는지, 또 서영이가 다시 돌아오는 내용으로 2권을 만드실 계획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이규희 작가 : 네, 서영이가 아프리카에서 몸과 마음이 건강해져서 6학년 때 다시 학교로 돌아오는 걸 상상하며 썼어요. 물론 미라, 민주, 진우 등 여러 아이와 사이좋게 지내리라 믿으면서요. 가끔 강의를 하러 가면 어린이들이 2편은 언제 쓰실 거냐고 물어보곤 해요. 처음에는 다시는 '악플' 같은 이야기는 쓰고 싶지 않았어요. 누군가를 모함하고 시기하고 따돌리고 하는 내용을 쓰려면 작가도 똑같이 마음이 아프거든요. 하지만 요즈음은 서영이가 돌아와서 아이들과 어떤 '특공대'를 만들어서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라든가, 아니면 서영이를 비롯하여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끼리의 달달한 이야기 같은 걸 써볼까 생각 중이랍니다.
어린이문예 : 이 작품으로 인해 독자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교훈은 무엇인가요?
이규희 작가 : 한 마디로 '악플은 부메랑이다' 라고 생각해요. 내가 누군가를 상처를 주고 고통스럽고 슬프게 하면 부메랑처럼 언젠가는 나에게 되돌아온다는 걸 말해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우리가 좀 더 건강하고 아름답고 서로 배려해 주는 세상을 만들려면 악플이 아닌 선플을 다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었어요. 어린 시절부터 선플 다는 습관을 갖게 되면 어른이 되어서도 선플만 다는 사람이 되리라 믿거든요.
어린이문예 : 작가님의 작품 중 국어 교과서에 싣고 싶은 다른 작품이 있나요? 이유와 함께 소개해 주세요.
이규희 작가 : 참 어려운 질문이네요. 사실 작가들에게 자신이 쓴 작품이 교과서에 들어간다는 건 정말 큰 영광이거든요. 저는 일제강점기 나라를 지키기 위해 애쓴 어린이들에 관한 작품을 써왔어요. 그 중에서 『기미년 태극기 특공대』, 『독립군 소녀 해주』, 『대한제국이 사라진 날』 등 그런 작품들이 교과서에 실려서 많은 어린이에게 읽혔으면 정말, 정말 좋겠어요. 그리고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점점 가족, 친척들과 뿔뿔이 흩어져 살고 외롭게 사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어요. 그래서 왕할머니의 100세 생신을 맞이하여 온 가족, 친척들이 모여 흥겹게 웃고 떠드는 모습을 그린 『왕할머니는 100살』이라는 그림책을 썼어요. 그 책도 교과서에 실려 많은 어린이가 읽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랍니다.
어린이문예 : 작가님이 읽은 책 중 가장 감명 깊은 책은 무엇인가요? 어린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을 소개해 주세요.
이규희 작가 : 저는 루시 몽고메리 작가가 쓴 『빨간 머리 앤』을 좋아해요. 한 소녀가 어려움을 딛고 성장해 나가는 모습에서 큰 감동을 받았거든요. 게다가 앤은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실망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늘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유머를 잃지 않는 모습이 참 아름다워 보였어요. 언젠가 『빨간 머리 앤』의 무대인 캐나다 프린스에드워드섬에 가보려고 해요. 그럼 빨간 머리에 깡마르고 주근깨투성이인 앤 설리가 마중을 나와주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하면서요. 물론 저도 언젠가 그런 멋진 동화를 써보는 소망을 가슴에 품고 있답니다.
어린이문예 : 작가님은 역사를 소재로 한 동화를 많이 쓰셨스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앞으로 특별히 쓰고 싶은 동화는 어떤 종류일까요?
이규희 작가 : 이상하게 어릴 때부터 역사를 좋아하고, 역사 속의 인물들에게 마음이 가닿았어요. 아마도 그 첫 시작은 강원도 영월로 전학을 가서 만난 어린 임금 '단종' 때문이 아니었나 해요. 멀고 먼 첩첩산중으로 유배를 온 단종이 얼마나 슬펐을까, 얼마나 한양이 그리웠을까, 상상하는 것만으로 눈물이 났어요. 그래서 동화작가가 된 후 첫 번째로 쓴 역사동화가 바로 『어린 임금의 눈물』이랍니다. 그 후에도 여러 편의 역사동화를 썼어요. 일본에서 열린 아시아 작가들끼리의 세미나가 끝난 후 여행할 때였어요. 아무 생각 없이 '귀무덤'이라는 곳을 갔는데 그때 너무나도 큰 충격을 받았어요. 그 무덤은 바로 정유재란 때 남원, 전주 등에서 조선 사람들의 코와 귀를 베어다가 묻어놓은 무덤이었거든요.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신사 바로 맞은 편에 만들어 놓았는데 죽어서도 자신의 공을 기리기 위해서였대요. 처음에는 '코무덤'이라고 했다가 '귀무덤'으로 바꿨다는데 우리 뜻있는 역사가들이 지금은 다시 '코무덤'으로 바꾸려 노력하고 있답니다. 그걸 보고 너무 분하고 속상해서 오자마자 『남원성의 눈물』이라는 작품을 썼어요.
이처럼 역사 속에서 잊혀진 어떤 사건이나 인물에 관해서 쓰다 보니 어느 틈에 위안부 할머니들을 다룬 『할머니의 수요일』, 『모래시계가 된 위안부 할머니』 등 병자호란 때 소현세자 이야기를 다룬 『왕세자가 돌아온다』, 일제강점기 독립군들의 이야기를 다룬 『독립군 소녀 해주』, 『독립군이 된 세 친구』, 『대한제국이 사라진 날』, 『기미년 태극기 특공대』 등 여러 편을 쓰게 되었답니다. 앞으로는 임금이나 왕자, 왕비가 아닌 역사 속에서 살아간 백성들, 민초들 이야기를 써보려 해요. 그들이 바로 우리의 역사고 우리의 과거이자 미래이니까요.
어린이문예 : 그동안 여러 권의 동화책을 펴내면서 작가님이 일관되게 추구한 가치관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동화를 창작하면서 가장 즐겁고 보람 있었던 일이나 기억에 남으시는 일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이규희 작가 : 동화책 한 권을 펴내려면 나무 한 그루가 사라져야 한다는 말을 들었어요. 그 말을 들은 후부터 '아, 내가 쓴 동화들이 최소한 나무들에게 부끄럽지 않아야 할 텐데.'라는 생각을 많이 해요. 그리고 제가 쓴 이야기들이 요즘 어린이들에게 어떤 울림을 줄 수 있을까, 어린이들에게 재미뿐 아니라 묵직한 감동을 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생각들을 하곤 해요.
가장 보람 있는 일은 무엇보다 어린 독자들이 제 책을 읽고 감동을 받았다, 재미있다고 말해줄 때랍니다. 요즈음 특히 『악플 전쟁』으로 저자와의 만남을 많이 갔는데, 갈 때마다 놀라곤 해요. 책을 읽고 북 트레일러를 만들고, 작품의 주요 내용을 극본으로 고쳐서 연극을 하고, 만화를 그리고 북아트로 멋진 작품을 만드는 걸 보면서 말이어요.
저는 그저 책 한 권 썼을 뿐인데 이처럼 다양한 독후활동을 하다니. 감격하는 순간이지요. 또 한 번은 춘천 도서관에서 협회 세미나를 할 때였어요. 회의장으로 들어가려는데 한 조그만 여자아이가 꽃밭 난간에 걸터앉아 무슨 책인가를 열심히 읽고 있는 거예요.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가까이 다가가 '무슨 책을 읽고 있니?'라고 물었더니 책 표지를 보여주는데 세상에, 제 책을 읽고 있지 뭐예요? 아, 그때의 감동은 정말 말할 수 없었지요. 보이지 않는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제 책을 읽고 있다는 게 정말 놀랍고 뿌듯한 순간이었어요. 그 아이는 '구하나'라는 1학년 어린이였는데 그 후 서로 오랫동안 편지를 주고받으며 지냈답니다. 지금도 잊지 못할 예쁜 독자지요!
어린이문예 : 오래 시간에 걸쳐 유익한 이야기 들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이규희 작가 : 네, 저도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어린이문예》는 역사와 전통이 깊은 잡지라고 알고 있습니다. 아동문학가들에게 도 독자들과 만날 수 있는 귀중한 지면이고요. 저는 앞으로도 마치 사막을 걸어가는 낙타처럼 뚜벅뚜벅 걸어가며 좋은 동화를 쓰기 위해 노력할 거예요. 여러분들도 늘 좋은 책을 가까이 하여 작은 나무가 큰 나무가 되듯, 모두가 마음이 큰 사람들이 되길 바랄게요. 감사합니다.
* 이 원고는 부산 온천초등학교 5학년 어린이들이 『마녀 사냥』으로 국어 수업을 하며 궁금해한 '작가에게 묻고 싶은 질문'을 참고하였습니다. 도움을 준 온천초등학교 5학년 어린이들에게 감사의 인사 전합니다.
첫댓글 이걸 타이핑 하신 선생님의 정성에 박수를,
멋진 이규희샘께 축하를 보냅니다^^
ㅋㅋ 내용이 좋아서 수고를 할만 하다고 생각했어요.
이걸 여기에 실어주다니! 너무 고맙고 감동입니다.
특히 두 사람이 찍은 사진을 보니 충무로 작업실 시절이 떠올라 울컥 하네요.
샘^^ 좋은 인터뷰 글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