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집주인들 11억 하던 아파트 2년 만에 큰 폭으로 하락하다.
한국경제|김은정|2022.08.13.
전국적으로 집값이 하향 조정되는 모습이다. 올 들어 가팔라진 금리 인상과 집값 고점 인식의 확산 영향이다. 대규모 미분양 등으로 골치를 앓던 대구 뿐만이 아니라 수도권마저 슬금슬금 집값이 떨어지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일단 연말까진 집값 하향 조정세가 멈추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이어질 전망인 데다 집값이 더 내려갈 수 있다는 실수요자들의 인식이 변할 만한 이벤트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정부가 오는 16일 대규모 주택 공급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라 '일단은 좀 더 두고 보자'라는 관망세가 퍼져 있는 상태이다.
가장 속앓이를 하는 집주인들은 단연 세종 주민들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올 8월 둘째 주까지 약 20개월 동안 주간 아파트 가격 누계 변동률이 마이너스(-)인 지역은 전국에서 세종(-6.08%)이 유일하다. 세종은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1년간 -0.68%의 아파트 가격 하락 폭을 나타냈다. 올 들어선 누적 5.4% 떨어졌습니다. 지난해보다 빠르게 집값이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올 하반기엔 누적 하락 폭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얘기이다.
최근 집값 하향 조정 소식이 전국 곳곳에서 들리고 있지만 세종 이외에 지난해 집값 상승분을 모두 반납한 지역은 거의 없다. 매수세가 크게 움츠러든 대구조차도 지난 한 해 8.5% 올랐는데, 올 들어선 누적 4.14% 하락한 정도이다.
세종 도담동에 있는 도램15단지힐스테이트(전용 면적 84㎡)는 올 8월 초 6억5000만원에 매매 거래가 체결됐다. 지난 4월 만해도 7억원대 후반, 지난해 말엔 8억원대 중반으로 거래됐던 매물이다. 지난해 1월 중순엔 9억6300만원에 매매 거래가 이뤄졌다. 불과 1년 반 사이에 3억1300만원이 떨어진 것이다. 이 아파트는 2020년 6월에 6억5000만원에 거래된 적이 있다. 세종 아파트 가격이 2년 전으로 돌아간 셈이다.
2년 전 수준으로 돌아간 아파트는 세종에서 도램15단지힐스테이트만 있는 건 아니다. 세종 다정동에 있는 가온4단지e편한세상푸르지오(전용 면적 84㎡)의 경우 지난달 중순 6억7000만원에 매매 계약이 체결됐다. 2020년 말엔 최고가가 11억2000만원에 달한 아파트이다. 2020년 2월 이 아파트가 6억7000만원에 거래된 사례가 있다는 점에 비춰보면 2년 전 집 값으로 낮아진 것이다. 이렇다 보니 세종 집주인들과 공인중개사무소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세종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매수세가 완전히 사라졌는데, 투기과열지구로 묶여 있어 옴짝달싹 못하는 형국"이라며 "집값도 떨어지고 매수세도 없는데 언제까지 규제 지역으로 묶여 있어야 하느냐"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급등 지역부터 상승분을 반납하는 양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최근 몇 년 간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 각종 개발 호재로 강세를 띠던 의왕과 동탄, 광교 등의 집값이 올 들어 하락 전환한 게 대표적이다.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같은 현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호재가 과도하게 집값에 반영된 지역부터 거품이 빠지고 있다"는 시각과 "거래 자체가 전혀 되지 않고, 소수의 급매물로 시장 가격이 형성되는 현재의 모습이 비정상적"이라는 시각이 맞붙고 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기사 내용을 정리하여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