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연휴가 마무리되는 시점의 2월 5일 토요일 오후에 좋은 강연회가 있다고 해서 시간을 내서들으러 갔다.
강사는 전 KBS 사장 정연주 선생님 이였다. 평소 신문에서 그 분 칼럼을 빼놓지 않고 읽기도 했고 또한 이번 강연 주제가 “언론과 권력”에 대한 것이어서 강연회에 참석하게 된 것이다.
지난 1월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 강연회 때도 꽤 많은 분들이 오셨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설연휴임에도 불구하고 좌석 뒷 공간과 앉을 자리가 부족한 것을 예상하여 맨 앞좌석의 앞에 놓인 의자까지 사람들로 채워져 강연회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민중의례과 간단한 소개 후 정연주 전 KBS 사장님의 강연이 시작되었다.
강연을 메모하려고 했지만 한마디도 놓치지 않고 복습하려면 동영상 촬영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분들에게도 나중에 유투브 같은 곳에 동영상을 올리면 강연 내용을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촬영하기로 했다. 동영상 촬영에는 며칠 전 산 아이폰이 요긴하게 쓰였다.
강연 처음에는 1970년대 동아일보 입사해서 현실에서 맞닥뜨린 언론 검열과 통제 속에 기자로서의 무력감, 자괴감 속에서 언론자유수호를 위해 행동하지 않을 수 없게 된 배경과 사실들을 알려주셨다.
그 말씀 가운데 언론이라면 꼭 해야 하는 것 두 가지 기능이 있다고 하셨다.
첫번째는 사실보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무릇 모든 종류의 권력(정권, 자본권력, 언론권력, 종교권력, 학원권력, 문화권력 등)에 대한 비판 기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판하지 않으면 권력은 절대 부패하게 되어 있다. 그 말씀을 하시면서 요즈음 종교권력의 부패에 대해서 예를 들으셨다. 4대강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라고 하셨다. 4대강에 대한 사실보도와 비판이 없으니 미래에 엄청난 문제가 야기될 것이라는 의미로 말씀하셨다.
이 두 가지를 하지 않으면 언론이라 말할 수 없다고 하셨다. 1970년대에는 바로 그 기능이 없었다. 그래서 그 당시 언론을 언론이라고 말할 수 없는 시절이였다.
이 기능을 제대로 하면 언론이 공론적인 역할을 하게 되어 민주주의 다양한 의견을 종합하게 되고 사회 공동체가 더 좋은 방향으로 가는 길이 제시되게 한다고 하셨다.
하지만 언론의 핵심적인 두 가지 기능을 하지 않으면 권력의 앞잡이가 된다고 하셨다.
권력의 앞잡이 “Agent of Power”라고 하시면서 이 낱말 자체는 미국 인디애나 대학 알출(Altschull) 교수가 쓴 책의 제목이라고 하셨다.
“Agent” 라는 단어를 요즈음 흔히 미국 드라마에서 보는 FBI의 에이전트와 관련하여 연상해 보면 권력의 앞잡이라기보다 권력의 요원으로서 앞잡이보다 권력을 유지시켜 주고 권력자체가 된다는 의미를 부여하셨다.
과거 정치권력, 군부권력 등 기득권 세력의 권력을 유지 지속시켜주는 역할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권력화하는 것이 바로 한국의 조중동과 같은 언론들이다.
우리나라 언론들의 현실이 조중동을 비롯하여 방송, 경제지들이 거의 다 90%가 가진자, 재벌 등의 세력의 가치나 지향하는 것을 추구한다고 말씀하셨다.
강연이 한참 진행되는 가운데 귀가 번뜩이는 통계가 한 가지를 말씀해 주셨다. 1995년 3월 20일(1987년 6월 항쟁 후 약 7년 후의 시기) 조선일보사가 회사 노동조합 조합원인 기자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했다고 한다. 그 설문가운데 두 가지 설문 문항을 말씀해 주셨는데 첫 번째
조선일보의 편집권이 독립되어 있다고 생각하는가? (확대해서 생각해 보면 언론 자유 있는가?) 그 설문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 매우 독립되어 있다. 0%
○ 그냥 독립되어 있다. 12.7%
○ 보통이다 33.8%
○ 독립되어 있지 못하다. 4.5%
○ 매우 독립되어 있지 못하다. 49.4%
“독립되어 있지 못하다”와 “매우 독립되어 있지 못하다라”는 답변을 합하면 53.9% 이라는 수치가 나온다. 1995년 조선일보 기자의 절반이 조금 넘는 숫자가 조선일보의 편집권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편집권이 독립되지 못하게 하는 원흉이 뭐냐? 말하자면 근본원인을 짚어보는 질문을 했는데 만일 그와 같은 질문을 1970년대나 독재권력 또는 전두환 정권 시절이었다면 조선일보 편집권 독립을 없애 가장 큰 원흉은 당연히 정치 권력이 되는 것이 뻔할 것이다. 결과는 정치권력이라는 답변은 2.9%으로 나왔다. 통계상 거의 무시해도 될 만한 수치다. 그렇다면 조선일보 편집권을 가장 저해하는 사람은 누구냐? 정연주 선생님께서 토요일에 한 말대로 옮기면 “방씨요. 경영진이 62.4% 나왔습니다.” 세습 족벌 사주가 편집권을 독립되지 못하게 한다는 의견이 62.4%가 나왔다는 것이다. 그다음은 중앙이나 편집부 데스크 22.4% 라고 나왔다.
1995년 봄에는 6월 민주항쟁이 있은 지 7년이 넘게 되는 시점이고 한겨레신문 같은 독립언론이 창간하여 안착되는 시기였고 언론사의 편집권은 정치권력은 무관할 정도로 언론의 자유가 폭넓게 있었던 시절이다. 절차적 민주주의도 있었다.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가 많이 뿌리내리고 있었던 시절이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조선일보 편집권은 독립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런 사실에서 유추해 보면 신문사의 사주나 경영진이 편집권의 독립을 보장하지 않는 것은 그 신문이 언론으로서의 존재가치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정연주 선생님께서 각종 여론 조사 발표 자료를 가지고 총괄하여, 대한민국의 37~8% 정도는 정말 하늘이 두 쪽이 나도 콘크리트처럼 절대 변하지 않는 세력 수구 기득권 세력이 존재한다고 하셨다.
그것을 이기려면 깨어있는 시민들의 역할과 그 시민들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고 하셨다.
1997년 DJP 연합, 정권교체, 노무현 대통령 당선 등 과거에도 여러 작은 기적들이 모여서 그것을 이긴 사례가 많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하다고 하셨다.
결국 우리하기 나름이다. 단일 대오를 구성하고 깨어있는 시민의 힘과 행동하는 양심들의 결집의 결과가 우리가 이루려는 민주주의의 큰 뜻이 나타나게 될 것이다.
여론의 다양성을 헤치고 정권의 앞잡이 될지도 모르는 조중동 종편에 대한 반대 운동의 의지를 키울 수 있는 좋은 강연이였다.
거의 2시간 가까이 동영상 촬영했는데 그 중에 인상 깊은 대목만 발췌해서 올려드린다.
첫댓글 조지오웰님 ! 수고 많으셨습니다. 널리 알려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의 언론현실을 일려야갰습니다.
조지오웰님 강연회 내용 정리 하시느랴 수고 많으십니다. 동영상 올려 주심 감사!
수고하셨습니다. 글도 영상도 아주 좋네요
글 잘 쓰셨습니다. 영상 촬영차후에도 부탁드립니다.
멋진 후기랑 동영상 올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전 밖에 있어 강의 못 들었거든요.
역쉬명한 요지,탁월한 분석이 어느 기자 못지 않으십니다.
명성 그대로... 감사드림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