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련설(愛蓮說)
작가=주돈이(周敦頤) 또는 주염계(周濂溪)
수륙에 자라나는 초목의 꽃 가운데 사랑할 만한 것이 매우 많다.
水陸草木之花, 可愛者甚蕃.
수륙초목지화, 가애자심번.
진나라의 도연명은 유독 국화를 사랑했다.
晉陶淵明獨愛菊.
진도연명독애국.
당나라 이래로 세상 사람들은 모란을 매우 사랑했다.
自李唐來, 世人甚愛牧丹.
자이당래, 세인심애목단.
나는 연꽃이 진흙에서 나오지만 그것에 물들지 않고,
予獨愛蓮之出於淤泥而不染,
여독애련지출어어니이불염,
* 予獨愛蓮之는 “나는 연꽃이 ~하는 점을 홀로 사랑한다”라고 해석해
可遠觀而不可褻玩焉까지 이어지는 연꽃의 특징을 나열한 뒤에
마지막으로 풀어주는 것이 자연스럽다. 出於淤泥而不染은
군자가 세속과 타협해 더럽혀지지 않음을 비유한다.
맑은 잔물결에 씻기었지만 요염하지 않으며,
濯淸漣而不夭,
탁청련이불요,
* 맑은 내면을 가지고 있지만 겉을 꾸미지 않는다.
요염하지 않다(不夭)는 남에게 잘 보이려고 치장하지 않는
행동을 의미한다고 보면 될 듯싶다.
겉은 단지 외모나 몸가짐을 가리키기보다 곡학아세하여 영달하지 않는
지조까지 포함한다. 바로 앞 出於淤泥而不染이 표상하는 태도와
비슷하게 되어 중복되는 감이 있다.
가운데는 비어있고 밖은 곧아,
中通外直,
중통외직,
* 잡된 생각이 없고 영묘하여 어둡지 않으며(虛靈不昧),
행동이 올곧다. 사욕이 없고 강직한 모습을 말한다.
덩굴지지 않고 가지를 뻗어내지 않으며,
不蔓不枝,
불만부지,
* 이익 때문에 편당(偏黨)을 지어 영달을 추구하지 않는다.
향기는 멀수록 더욱 맑고,
香遠益淸,
향원익청,
* 아름다운 덕이 멀리 알려진다. 명심보감에
“사향을 지녔으면 저절로 향기로운데 어찌 바람을 맞아
서 있을 필요가 있겠는가(有麝自然香 何必當風立)?”라는
구절이 있는데 뜻이 상통한다.
우뚝하게 말쑥이 서 있어서,
亭亭淨植,
정정정식,
* 치우치지 않고 정결하게 바른 길을 걸어나가는 당당한 풍모.
멀리서 바라볼 수는 있어도 가까이서 함부로 가지고
놀 수는 없는 것을 홀로 사랑한다.
可遠觀而不可褻翫焉.
가원관이불가설완언.
* 우러러 볼 수는 있어도 무례하게 대할 수 없는 위엄 있는 모습.
나는 말한다, “국화는 꽃 중의 은둔하는 자와 같다.
予謂, “菊, 花之隱逸者也.
여위, “국, 화지은일자야.
모란은 꽃 중의 부귀한 자와 같다.
牧丹, 花之富貴者也.
목단, 화지부귀자야.
연꽃은 꽃 중의 군자와 같다.”
蓮, 花之君子者也.”
연, 화지군자자야.”
아! 국화에 대한 사랑은 도연명 이후에 들은 적이 드물다.
噫! 菊之愛, 陶後鮮有聞.
희! 국지애, 도후선유문.
연꽃에 대한 사랑은 나와 뜻을 함께 하는 자가 몇 사람인가?
蓮之愛, 同予者何人?
연지애, 동여자하인?
모란을 사랑하는 사람은 많은 것이 마땅하다.
牧丹之愛, 宜乎衆矣.
목단지애, 의호중의.
蕃=우거질 번, 고을 이름 피(다른 표현: 불을 번)
淤= 진흙 어
漣=물놀이 련, 큰물결 란(다른 표현: 잔물결 련)
亭亭=1.우뚝하게 높이 솟은 모양 2.아름다운 모양
褻=속옷 설(다른 표현: 더러울 설)
翫=노리개 완(다른 표현: 희롱할 완)
噫=탄식할 희, 트림할 애, 문득 억(다른 표현: 한숨 쉴 희)
동자(同字)譩
주돈이(Chou Tuni) 중국 송대의 철학자, 석상 모습
자는 무숙(茂叔). 시호는 원공(元公). 주염계(周濂溪)라고도 한다.
중국의 사상 가운데 거의 1,000년 동안 국가의 이념으로 자리잡았던
이학(理學)의 토대를 마련했으며, 또한 부분적으로 신도가(新道家)를
기초로 하여 유교를 다시 체계화했다.
그는 고관의 집안에서 태어나 거의 평생을 고위관직에 몸담았다.
장시[江西]의 남강군 지사(知事) 등을 지내다가
만년에는 루산 산[盧山] 롄화 봉[蓮花峯] 밑에서 은거했다.
관직에 있으면서도 늘 철학연구에 몰두했다.
그는 유교사상을 재구성하면서 도가의 교의와
〈주역 周易〉에 바탕을 두었다.
2권의 주요저서 가운데 하나인 〈태극도설 太極圖說〉
총 40장으로 이루어진 〈통서 通書〉는 유교 교의를
다시 해석하여 성리학의 중심사상인 이학의 바탕을 마련했다.
그에 의하면 성인(聖人)은 외부의 대상에 반응할 때
5상(五常:仁·義·禮·智·信)과 주정(主靜)에 따라서 행한다.
사람의 도덕성의 기초는 신중함(愼)에 있고,
신중함을 통해 사람은 선악을 구분하며 자신을 완전하게 하는 힘을 얻을 수 있다.
간단명료하고 체계적인 형이상학을 통해 유교 이학의 기초를 세웠는데,
이는 이후 성리학을 소생시키고 체계화하는 데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애련설 관련 현판>
전통 건축물의 이름이 걸려 있는 판을 현판(懸板)이라고 부릅니다.
현판에는 각 건축물의 쓰임새와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궁궐 건축물에는 유교적 도덕관이 반영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화유산을 감상할 때 그 현판에 담긴 뜻까지 살펴보면
선조들의 마음을 좀 더 느낄 수 있을 것 같네요.
현판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은 분은 문화재청에서 편집한
『궁궐의 현판과 주련』이라는 세 권 짜리 책을 참조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삼국사기』 백제본기 온조왕조 15년 기사에
“봄 정월에 궁실을 새로 지었는데 검소하면서도 누추하지 않았으며,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았다(十五年 春正月 作新宮室 儉而不陋 華而不侈)”는
말이 나옵니다.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라는 말은
삶의 자세로 삼아봐도 좋겠네요. 정도전 선생도 『조선경국전』에서
“검소하면서도 누추한 지경에 이르지 않고,
화려하면서도 사치스러운 지경에 이르지 않도록 하는 이것이
아름다운 게 되는 것이다(儉而不至於陋 麗而不至於侈 斯爲美矣)”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신이 우리 궁궐에 녹아 들어가 있습니다.
창덕궁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애련정(愛蓮亭)입니다.
애련설 제목을 그대로 따왔습니다. 숙종 임금이 지은
애련정기(愛蓮亭記)에는 주돈이 선생의 애련설을
상당 부분 인용하면서 “나와 뜻이 같은 자는 오직 염
계 선생 한 분뿐(與吾同志者 其惟濂溪一人而已乎)”이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저는 연꽃도 좋지만 자신이 지탱할 만큼의
빗방울을 머금고 나면 미련 없이 비워내는 연꽃잎의 모습도 닮고 싶습니다.
선의 아름다움과 간결미로는 한국 최고의 정자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