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대륙의 첫 이민자는 종교의 자유를 찾아 미국에 정착한 영국 출신의 청교도 126명인 셈이다. 그들이 개신교에 대한 신념을 지키기 위해 네덜란드로 또 미국으로 죽음을 무릅쓴 항해를 선택했던 것과 오늘날 미국으로 향한 한인 이민자들이 각자의 중요한 목표를 위해 어려움을 무릅쓴 대장정을 시작한 것은 그 용기와 신념 면에서 크게 다를 바 없다.
한인 최초의 이민자는 1903년의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에 정착했다. 생활고 해결을 위해 떠난 멀고도 고단한 항해였다. 그 이후 50~60년대 사이의 이민 사유 역시 크게 다를 바 없었다. 한국보다 경제적으로 발전된 나라에서 물질적으로 좀 더 풍요롭게 살기 위한 것이었다.
70~80년대 초반에는 어지러운 한국 정치에 등을 돌린 이들 최고급 교육을 받고도 한국사회에서 취업할 길이 없어 직업을 찾으러 이민온 지식인 층이 증가했지만 여전히 대부분은 '우리도 한 번 잘 살아보세'의 생존형 이민자들이었다. 80년대 중반 이후 차츰 본국의 경제 발전과 사회 안정으로 주춤해졌던 한인들의 미국이민은 97년 한국의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다시 증가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97년 이후 1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한인들의 이민 유형에 있어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첫째 혈연을 통한 가족 이민보다 자신의 직업적 능력이나 학력을 바탕으로 한 단독 이민이 늘었다는 점이다. 즉 취업이민이나 투자이민이 대세이다.
IMF직후 정리해고 조기퇴직 명예퇴직 등으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졸지에 생활력을 잃게 된 비교적 젊은 가장들이 용기있게 택한 제2의 인생 프로젝트였다.
둘째 주된 이민층이 전 연령층에서 핵심적 생산연령층으로 또 단순노무직에서 전문직종으로 집중화됐다. 이민자들의 나이도 경제활동 연령층으로 낮아지는 추세를 보여 2000년에 들어서 30~40대가 주류를 이뤘다.
이들 중엔 IT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이공계 기술직 등 전문인력이 많았다. IMF이후 '35세 정년'이라는 이공계 위기론이 일자 장래에 대한 불안감과 구직난을 피해 '기회의 땅'을 찾아온 것으로 보인다.
셋째 '자녀 교육'과 '보다 나은 삶의 질'을 찾아 떠나온 이들이다. 미국 이민을 단행한 이들은 과중한 사교육비 경제 불황에 뛰는 물가 청년 취업난 불안한 노후 복지정책 등을 이민 사유로 꼽는다.
모든 한인 이민자들이 처음 이 땅을 밟은 청교도가 가졌던 자유에 대한 갈망과 신념에 대한 뚜렷한 의지를 잊지 말았으면 한다. 그리고 타인에 대한 너그러움을 품어야 한다. 이민자들은 제 각기 다른 이유 다른 꿈을 품고 이민을 결심한다. 누구든 이 곳까지 오려고 많은 준비를 했을 것이고 그 과정에서 숱한 좌절도 겪었을 것이다.
이 곳에서 만나는 한인 이웃들 모두 나와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신념과 의지로 이를 헤쳐나가며 살고 있다.
종교의 자유를 찾아온 청교도들은 정작 나중에 기독교 이외의 다른 종교를 배척하고 핍박하는 과오를 저질렀지만 우리 한인들은 이민이라는 일생일대의 중대한 결정을 내리고 이 사회에 새롭게 뿌리내리기 시작한 새로운 이민자들을 순수한 초기 순례자의 마음가짐으로 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