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나리꽃 - 요염한 슬픔
--- 시 / 리 울 김형태
키 작은 암자가 보이는 솔숲 언덕길 주홍빛 참나리가 고개 숙여 웃고 있다. 각선미 자랑하는 멋진 몸매에 함초롬히 이슬 머금은 주근깨 얼굴, 생기발랄한 노을빛 향기까지...
그런데, 아무리 더워도 그렇지 아침부터 치마를 너무 걷어올린 것 아닌가? 햇빛처럼 뚝뚝 떨어지는 요염한 몸짓
고고한 표범의 화신인가? 짙은 화장에 살짝 깨문 금빛 입술, 뱀의 긴 혀처럼 감미로운 손짓까지
어김없는 마릴린 먼로의 화려한 자태 꽃꽃이 바늘로 찌르듯 대체 누굴 유혹하는 검붉은 미소인가?
시리도록 눈부신 은보라빛 욕망에 길 나선 긴꼬리제비나비 지족선사처럼 질끈 한번 파계할 법도 하건만 그러나 뜨거운 슬픔 읽어낸 화담선생 선뜻 다가가지 못하고 계속 서성이자
답신하듯 염화미소 던지고는 염주알 같은 검은 주아만 반짝반짝 깨지도록 매만지는 황진이
키 작은 암자가 보이는 솔숲 언덕길에 나리 나리 참나리 아니, 진이 진이 황진이꽃
* 참나리 : 백합과 백합속. 나리꽃 가운데 가장 아름다워 '참나리' 라고 부른다. * 특징 : 꽃잎이 뒤로 젖혀지고, '주아'라는 까만 열매가 달린다. * 꽃말 : 순결. 깨끗한 마음 * [참고] "전해지는 황진이와 서경덕 이야기"
황진이는 용모가 출중했고 뛰어난 총명성과 민감한 예술적 재능을 두루 갖춘 여성이었다. 노래뿐만 아니라 학문에도 정통했고 詩에도 능했다. 당대를 풍미했던 사내들은 그저 황진이의 손목이라도 한번 잡아 보려고 보채기 일쑤였다. 그녀는 최고의 스타였던 것. “자네, 황진이 하고 하룻밤 지내보았는가?” 당시 선비들은 그녀와의 풋사랑을 대단한 감투처럼 여겼다고 한다.
황진이의 첫남자는 평범한 동네 총각이었다. 그는 황진이를 짝사랑하다 그만 상사병에 걸려 세상을 떠나고 만다. 마지막 이생을 떠나가는 길목, 황진이 집 앞에서 상여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이 놀라 허둥대고 있는데, 황진이가 술잔을 들고 다가가서 관에 절을 하고 자신의 속옷을 올려 놓자 그제서야 움직였다고 한다. 이 일을 계기로 황진이는 세상 모든 남자들의 애인이 되기로 마음 먹고 기녀세계에 발을 들여 놓는다. 그로부터 자유분방한 삶은 시작되었고 뭇 남성들의 애간장을 녹인다. 황진이의 남자는 많지만 그 중 유명한 게 바로 지족선사와 서화담(경덕)이다. 10년 동안 도를 닦아 '생불'이라 불리던 지족선사는 그만 황진이의 유혹에 넘어가 파계승으로 전락하는 창피를 당한다. 반면 당대의 대학자 화담 서경덕은 끝끝내 황진이의 유혹을 물리친다. 유혹에 실패한 황진이는 서화담의 인품에 매료되어 사제지간으로 남아 만남을 계속했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