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의 오조 법연스님은 손상좌 되는 스님이
큰 절에 주지 소임을 맡게 되었음을 말씀드리자
대중을 외호함에 있어서 다음과 같은
네가지를 유념하도록 지침을 주셨다 합니다
*주어진 힘을 다 쓰지 말라
*하늘이 내린 복이라고 다 수용하지 말라
*규율이라 하더라도 다 지키려 하지 말라
*좋은 말이라도 다 하지 말라
나름 주지라는 소임은 사중을 보살피고
대중스님들이 공부하기에 좋은 여건을 마련하는
심부름꾼에 불과한 것임을 알고 살면
그 사중에는 언제나 화목함이 넘쳐날 것이지만
주지가 무슨 큰 벼슬이나 되는 것처럼
전횡을 휘두르려 하는 경우가 된다면
그 절의 앞날은 그리 이쁘지는 않을 것입니다
비슷한 경우로 나라를 맡은 위정자나
정치인 또는 커다란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에서
작게는 한 가정을 이끌어 나가는 일에까지
위에 제시한 지침을 잘 살펴 행할줄 안다면
큰 과오는 멀리하고 뜻하는 바를 성취할 것입니다
내게 주어진 힘이나 복이라고 하는 것은
잠시 머물다가 지나가는 것임을 알고
지나치게 복수용을 누리지 않으면서
누릴수 있는 분수를 나누어 저축하듯 살고
다음 사람에게도 나 못지 않은 역량이 있음을
인정하면서 배려할줄 아는 이라면
독선에 흐르거나 만용을 부려 고집하다가
필경에는 곤란에 빠지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또 아무리 같이 지키기로 정하여
세세하게 만들어 진 규율과 규범이라도
너무 규정만 고집하다가는
대중들의 창의성이나 다양성을 잃게되고
잘 되자고 만든 규정이 오히려
장애가 될 수도 있음도 고려해 볼 사안입니다
부처님께서 정하신 비구 비구니계에서도
소소한 계는 버려도 좋다 하셨다는데
계율 가운데 부처님이 말씀하신
소소한 계가 무엇이냐 하는 문제는 남지만
작은 조항 하나로 인하여 대중의 화합이
흐트러 지는 경우등을 보게 된다면
과감하게 버리는 것을 생각해 볼수 있을 것입니다
또 자기는 아무리 바른 말이라고
거리낌없이 내뱉는 말이라 하더라도
말을 아끼지 않고 하다 보면 자연히
실수가 뒤 따르는 법임을 생각하여
알고도 모르는 척 행동으로 모범을 보이면
대중들은 저절로 고쳐 나가게 될것을
굳이 말로 지적하고 고치라 강요하다 보면
말로써 말이 많은 것이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어제는 오늘 있을 불공을 위하여
과일을 사러 갔다가 과일집 처사가
수백마리의 붕어 새끼가 들어 있는 통에서
한마리씩 꺼내어 손질을 하고 배를 땁니다
나는 얼른 붕어가 담긴 통을
빼앗다 시피 해서 내게 팔아라 하니
스님 무얼 하시게요 묻습니다
물에 놓아 주겠다 하니
스님 이것은 제가 먹을 것이 아니라
동네 노인분들이 저수지에서 가져와서
탕을 할수 있게 손질해 달라 부탁한 것이라
그러시면 안됩니다 하고 완곡하게 말립니다
수면위로 입을 내밀고 도와 달라는 듯
애처로운 눈빛만 같아서도저히 볼수 없지만
사정을 듣고 보니 내 마음대로만 할수 없겠다 싶어
하는 수 없이 내려 놓으면서
발보리심 하십시요 하고 돌아서야 했습니다
나도 철 모르던 어린 시절에는
그보다 더한 일도 하였을 것인데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기 시작한 뒤로는
살생하지 말라 하시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언제나 나를 보호하는 울타리가 됨을 느낍니다
내가 상대 생명을 하나 해치면
반드시 내가 한생명으로 되갚아야 하는
인과응보의 가르침을 깊이 이해하고 나면
말도 가려서 해야 할것임을 알겠고
세력을 지나치게 쓰면 안되는 것을 깨달아
고진감래요 흥진비래라는 말을 두렵게 여기며
나보다 어려운 이들을 돕는 일이
정작 나를 돕는 일임을 알게 될것입니다
불법을 믿고 공부하는 사람은 모름지기
세가지를 확실히 알고 살아야 합니다
첫째는 신인과 즉 인과를 굳게 믿음이요
둘째는 작십선업이라 열가지 선업을 짓는 일이며
셋째는 발보리심 하는 일입니다
발보리심이란 보리의 마음을 내는 것으로
달리 말하자면 사홍서원을 일으키는 것이니
상구보리 하화중생 하겠다는 원력입니다
오늘이 추분이었다 하지요
이미 지난 추분 이전의 일일랑 놓아버리고
추분 이후에는 날마다 좋은 날 되시기 바랍니다
원효사 심우실에서
나무아미타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