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사색의 향기 문화원에서 주관하는 제15차 테마여행(2011. 7. 16)으로 백제의
마지막 왕조가 있었던 부여를 다녀왔다. 그동안 지루한 장마로 인하여 행사 당일날도
서울에는 아침부터 비가 와서 부여에도 비가 오면 어쩌나 하고 걱정을 하였는데,
다행스럽게도 부여는 간간이 이슬비가 내리기는 하였으나 대체로 맑은 날씨였다.
교대역 1번출구에서 출발하는 관광버스에 모처럼 40명 이상의 회원들을 가득태우고
목적지인 부여로 떠나니 참으로 가슴 뿌듯하였다.
어부들이 밤동안 고기를 잡아 새벽녘에 항구를 향하여 돌아올 때 느끼는 만선의 기쁨과 같이,
회원들이 관광버스 한차에 가득채우고 여행을 떠난 경우가 최근들어와서 거의 없었으므로
행사를 진행하는 본인으로서는 참 기쁘고 즐겁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 테마여행의 주제가 연꽃이라서 연꽃의 아름다움을 보러 가는 사람들도 꽤 되는 것 같았다.
(사리함)
더우기 부여는 신라가 삼국을 통일할 때까지 백제의 마지막 왕조가 있던 비운의 도시다.
예로부터 낙화암은 왕조의 말로를 대변하는 대명사가 되었다. 힘없는 왕조의 여인들로서는
침략자들의 노예 내지 노리개로 살아 가느니 맑은 강물에 자신의 몸을 던짐으로써
깨끗하게 죽는 것이 차라리 낫다는 생각을 하였다고 생각을 하니 정말 격세지감의 감정이다.
요즘 같으면 그렇게 자신의 몸을 던져 자결할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하고 생각해 보니
망국의 한을 가슴에 품으며 낙화와 같이 한 떨기 꽃으로 산화한 백제의 궁녀들의 마지막
모습은 참으로 아름다운 한떨기 꽃과도 같은 모습이다.
낙 화
- 이형기 -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쌓여
지금은 가야할 때
무성운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날
나의 사랑 나의결별
샘터에 물 고인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눈
--이형기 시인의 낙화의 전문 --
(낙화암 위의 백화정 정자 모습)
가야할 때에 떠나는 사람의 뒷모습이 아름답듯이 자신의 삶을 다하고 아름답게 가는
사람의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다고 할 것이다.
우리가 처음 방문한 곳은 "부여국립박물관"이었다. 백제인들의 기상과 여러가지 문화유적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특이하게 눈에 띄이는 것은 금동향로인데 금으로 제작된 향로는 참으로
정교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남여 소변기의 도자기 그릇도 참 예쁜 모습이었다. 특히 남자의 소변기는 마치 물개
모양의 호로병 같은 모양이었는데, 물개는 숫놈 한마리가 암놈 200마리를 거느릴 정도로 정력이
세다고 한다.
그 당시에도 해구신이 정력에 좋다는 인식을 하고 있어 물개모양을 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그래서 소변을 보면서도 물개의 정기를 받으라는 의도에서 만들어 지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그외 부처님의 사리함을 담아 두는 도자기의 모습도 참 예쁜 모습이었으며, 천년전에도 벽돌이
있었는데 벽돌의 모양도 예쁘게 남아 있었다
(남자 소변기통)
(여자 소변기통)
그후 우리는 궁남지로 향하였다. 궁남지는 서동요로 유명한 백제의 무왕이 634년에 건립한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연못이라고 한다. 연못만 약 1만여평, 정원 전체는 약 2만 5천평이라고 한다.
궁남지에 가득 핀 연꽃은 참으로 아르다운 모습이었다. 연꽃은 예로부터 꽃중의 군자라고 할
정도로 귀한 꽃이었다.
그래서 북송의 주돈이라는 유명한 주자학자가 애련설이라는 연꽃을 사랑하고 찬양하는 글을 지었는데, 거기에 의하면,
"내가 연꽃을 사랑함은
진흙속에서 태어났지만 거기에 물들지 않고
맑은 물에 씻어도 요염하지 않기 때문이다.
속이 비어 사심이 없고,
가시가 뻗지 않아 흔들림이 없다.
그윽한 향기는 멀수록 더욱 맑고
그의 높은 품격은 누구도 없신 여기지 못한다.
그러므로 연은 꽃 가운데 군자다."라고
연꽃을 사랑하는 글을 지었는데, 연꽃으로부터 우리가 배울 점이 참 많은 것 같았다.
하여튼 궁남지의 연꽃은 그동안 내가 보아온 평범한 연꽃의 모습이 아니었다. 1만평 연못에
펼쳐진 연꽃의 향연을 바라보면서 우리는 행복감에 가슴이 충만함을 느꼈다.
나는 여기서 "연꽃을 따는 노래"라는 조선시대 최고의 여류시인인 허난설헌의 "채련곡"을
소개하고자 한다.
당시는 남여가 유별하는 시대였는데, 아리따운 여인이 연못 건너편에 그리워하는 님을 보고
연밥을 따서 던지고서는 반나절동안 부끄러워하였다는 노래인데 참으로 정겨운 시가 아닐 수 없다.
采蓮曲(채연곡)
연밥을 따며 부르는 노래 허난설헌(許蘭雪軒)
秋淨長湖碧玉流(추정장호벽옥류)
荷花深處繫蘭舟(하화심처계난주)
逢郞隔水投蓮子(봉랑격수투연자)
遙被人知半日羞(요피인지반일수)
맑은 가을 호수 옥처럼 새파란데
연꽃 무성한 곳에 목란배(조그만 돛단배)를 매었네
물 건너 임을 만나 연밥 따서 던지고는
행여 남이 알까봐 반나절 부끄러웠네
우리는 궁남지의 연못 중앙에 있는 포룡정으로 이동하여 위 정자에서 최삼순 하모니커
연주자의 멋진 하모니커 연주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기도 하였다. 동네 할머니가 나왔다가
하모니커 연주가 너무 멋있었는지 춤을 둥실 둥실 추기도 하였다. 우리는 포룡정 앞에서
기념촬영도 하였다. 그후 우리는 부근의 보리밥 식당으로 이동하여 맛있는 감자전과
보리밥, 묵, 막걸리 등으로 점심을 배불리 먹었다.
우리는 점심 식사 후 버스로 부소산성으로 이동하였다. 부소산성은 시원한 녹음이 우거진
산책로였는데 산성의 정상에는 반월루라는 정자가 있었다. 아마 오래전에는 수많은 시인,
묵객들이 반월루에 올라 달을 보며 시도 읊고 풍유를 즐기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여기서도 최삼순 연주자님의 멋진 연주로 왈츠 춤도 추고 동요도 부르고, 흘러간 노래도 부르며
백제의 망국의 한을 조금이나마 달래어 보기도 하였다.
그후 우리는 천년전 백제 궁궐의 여인들이 비겁하게 살기 보다는 깨끗이 강에 몸을 던지며
산화한 낙화암을 구경하였다. 낙화암 위에는 백화정이라는 정자가 있었는데 밑에서 위를
쳐다보고 찍은 하늘의 모습이 참으로 일품이었다.
낙화암을 뒤로 하면서 고란사와 백마강을 바라보면서 오늘의 일정을 마무리지었는데,
부여의 테마여행은 참으로 즐겁고 행복한 여행이었다.
이번 테마여행을 처음부터 기획하고 안내 해 주시고 사전답사까지도 함께 해 주신
이명례 박사님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박사님의 좋은 주제로 인하여 많은 사람들이 참가를
해 주셔서 성황리에 일정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번 테마여행에는 도보여행의 권오상 회장님, 향기산우회의 김동렬 회장님, 문학기행의
이옥경 간사님 등이 참석하여 자리를 빛내 주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함께 한 테마여행 가족 여러분!
함께하게 되어 즐겁고 행복한 여행이 되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늘 건강하십시오
< 테마여행 부회장 배재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