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내는 아침에 베낭을 메고는 서울 송파구 잠실새내역으로 나갔다.
2박3일간의 강원도 속초 여행.
나는 머저리인 양 방안에 틀어박혀서 내 방 유리창문을 열고는 남쪽 멀리 보이는 대모산과 관악산 언저리를 바라보았다. 그 너머로는 서해안고속도로로 나가는 외곽도로가 있기에.
이번 주말에는 시골에 내려갈 수 있을런지... 마음만 답답하다.
시골에서 서울 올라온 지가 벌써 아흐레째.
텃밭 속의 씨앗들이 지금쯤 새싹이 터서 떡잎을 올릴 게다.
모종으로 심었던 더덕, 호박 등은 줄기가 무척이나 길게 벋을 것 같고,
자연발아한 방울토마토 새싹은 서로 엉켰을 터. 얼른 풀어서 따로 따로 옮겨 심어야 하는데 하는 걱정이 앞선다.
오늘은 무엇을 할까?
대장암 검진용으로 분변을 한솔병원에 내밀어야 한다.
내 집글도 하나 골라야 한다.
간밤 '한국 국보문학' 월간 문학지에 나도 글 하나 내고 싶어서 예전에 써 둔 글을 추리려고 자료를 검색했다.
마땅하지 않다. 책에 내려고 글 써 둔 것이 아니기에 더욱 그랬다.
우리 카페에서 장미축제에 관한 정보 하나를 얻었다.
일산 호수공원에서 장미축제를 개최 중이란다. 지하전철을 타고 꽃구경하고 싶다.
아내는 여행 떠났기에 나 혼자서라도 구경가고 싶다.
오늘은 매 4일, 9일에 열리는 성남 모란시장이 서는 날.
장터에서 내가 관심을 갖는 농작물, 화초을 들여다보고 싶다. 마음만으로도 시골 텃밭에서 키우고 싶으니까.
2.
송파구 석촌동에 있는 '한솔병원'에 들러서 대장암 검진용으로 분변을 작은 병에 담아서 제출했다.
결과는 나중에 잠실 아파트로 우송하면 알 수 있겠다. 대변을 눈꼽만큼 찍어서 물에 희석한 것으로써 암 검진하는데 효과는 50%에 불과하기에 보다 정밀한 검사를 별도로 받아야 한다.
나중에 대장암, 위암 등에 관한 정밀검사는 추가로 신청해야겠다.
내일 오후에는 동네 치과병원에서 들러서 왼쪽 아랫어금니를 덧씌우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 지난해에도 130만 원으로 치료받았는데도 올해 또 어금니 한 조각을 깨뜨렸더니 치료비 70만 원이 들어갔다.
어금니 깨뜨린 이유는 충치가 근원이겠지만 내 잘못도 들어 있다. 올 5월 중순경 시골집 앞마루에서 말린 밤을 보았다. 내가 텃밭에서 주운 밤을 삶은 뒤에 바가지에 담고는... 잊은 채 서울 올라왔더니만 밤톨을 딱딱하게 굳었다. 대부분 곰팡이가 슬었다가 말랐고, 더러는 곰팡이 없이 말았기에 밤톨을 입안에 넣고는 우물거리다가 금이 간 어금니가 조각이 났다. 마모된 어금니가 더 깨질까 싶어서 덧씌우려고 한다.
이빨(치아) 때문에 돈이 무척이나 많이 들어간다. 노년일수록 치아가 깨진다고 한다. 나이에 비하여 치아가 건강한 편이라고 해도 자꾸만 부실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신이 '그만 먹고는 먼 길 떠날 준비를 하라'는 경고일 것 같다.
오늘 오후에는 무엇을 할까?
성남 모란시장에 들러서 재래시장 구경을 했으면 싶다.
내가 관심을 두는 농작물이 푸짐하게 나왔을 터.
장구경하는 재미도 제법 솔솔하다는 것은 아는 나는 어쩔 수 없는 촌사람이다.
허름한 재래시장이 더 구성지다고 여기니까.
모란시장 아랫쪽에는 성남시가 시민한테 무료로 분양한 '실버농장'이 있다. 내 친구도 올해 분양받았다고 하는데 텃밭(3평 남짓)을 어떻게 가꾸는지를 들여다보고 싶다. 도시농사꾼 흉내를 내는 친구의 자연농법을 슬쩍 엿보고 싶기도 하다. 그는 작은 평수인 3평이라도 알뜰하게 가꿀 것 같다.
3.
오후에 성남 모란시장으로 나갔다.
초여름이 오는 길목이라서 그럴까. 장터 안에는 빈 터가 이따금 눈에 띄었다.
내가 관심을 두는 화목 화초 벌전은 늘 한 자리에 있어서 다행이었다.
장 안을 천천히 돌면서 중고책을 파는 장사꾼을 찾았건만 오늘은 보이지 않았다.
지난번에는 이영노 식물학자의 책 한 질(두 권이 엄청나게 두꺼웠다)을 짯짯히 살펴본 뒤에 구매 여부를 결심하려고 했던 계획이 틀려버렸다.
청매실이 벌써 나왔다. 10kg 20,000원. 적절한 가격이겠지.
우단동자 한 포기가 든 화분 가격은 10,000원. 세상에나 왜그리 비싼 거여?
여장사꾼은 다년생이라고 말했다.
내가 알기로는 2 ~3년생이지 다년생은 아니다.
지난해 가을에 싹이 터서 해동하고 더 성장해서 꽃을 피우면 꽃대가 시들어서 죽는다. 이따금 흙속의 뿌리에서 곁순이 나오는 경우는 있으나 꽃을 피우면 연약한 꽃대인 줄기는 메말라서 죽는다. 그런데 어째서 여장사꾼은 다년생이라고 소비자한테 말하지?
내 시골집 바깥마당에는 우단동자 서양화초가 잔뜩 있다. 윗밭에서도 씨앗이 무더기로 발아해서 자라고 있다.
작은 화분 속에 든 다육식물인 '알로에 아보레센스 ', '자로금'을 샀다.
키워서 증식할 생각으로 곁가지가 많은 쪽으로 골랐다.
장터를 떠나기 직전에 호빵 4,000원어치를 사서 그 자리에 두 개)1.000원)를 먹었다. 호빵 파는 여장사꾼은 베트남인. 키 작은 여자는 자기네 말로 쏙달거렸다. 얼굴이 비슷하다. 자매인 것 같다.
옥수수 두 봉다리를 샀다. 5,000원을 주고 샀으니 1,000원은 이문인가? 파장 직전에는 가격을 네려서 판다.
화분갈이용 꽃삽 하나 2,000원을 주고 샀다.
오늘 산 화초를 큰 화분에 옮겨 심으려면 소형의 흙삽이 필요하다.
첫댓글 집에 있으면 답답하고
밖에 있으면 집이 궁금하고
일하는 사람은 모두 그런것 같아요
오직 한가지만 몰입하기는 어렵습니다
예.
마음이 심란하여 어디론지 나가고 싶었습니다.
아내는 한 달 사이에 여행을 세 차례나 하는데...
남편인 나는 집 지키미가 되어서 고작 병원, 재래시장이나 다니지요.
서울에 계셔도
마음은 시골 고향 텃밭에 머물러 계시는군요.
예.
서울은 답답합니다. 생산적인 일은 없기에. 소비자의 역할만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