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을 들이다 외 1편
김지요
그것은 방대한 분량의 팔만대장경이다
자식 일곱을 *제금 낸 어머니가
최고의 호사로 들였던 자개장
스러지지 않는 오묘한 빛깔은
찌든 벽지를 도드라지게 한다
학의 날개에 소나무에 돋을새김한 시간의 흔적
밤마다 내려와 머리맡을 두드리는 거북
바다 곁 세든 방처럼 잠들지 않는 패총의 노래
해와 달이 함께 사는 곳에는
불면이거나 깨워지지 않은 깊은 잠만 있다
십장생은 배경일 때 아름다울 뿐
내 안에 해와 물, 사슴을 들여놓을 순 없는 일
간직하기에 버거운 무량한 말씀
짧았던 어머니의 화양연화를
제금 내기로 한다
폭포수 사이로 사슴이 사라진다
*독립시킨다는 의미의 전라도 방언
애월涯月
김지요
달이 뜨면 가려했다
지기 전에 돌아오려 했다
기슭에 닿을 순 있을까
달빛이 내리는 곳은 당신의 이마
물속 깊은 곳의 검은 돌
휘파람 부는 풀잎들 우르르 몰려다니는 갈대
잠들지 않는 바람의 분탕질
끄적이던 생각을 만지작거리다 물가에 놓아준다
바닷물에 흘려쓰는
애 월
뭍에 신발을 두고 온 창백한 얼굴의 사람
너의 방언은 늘 낯설어서
어두워지는 손바닥으로 얼굴을 감싼다
풍금의 건반을 누르기 시작할 때처럼
달이 떠오른다
바람이 차오른다
---애지사회집 김선옥 외 {꽃밥}에서
약력
2008년 계간 애지로 등단
애지문학 작품상
시집 (붉은 꽈리의 방) (물고기, 혹은 유리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