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必死則生(필사즉생), 幸生則死(행생즉사) : 반드시 죽으려 하는 자는 살고, 요행히 살고자 하는 자는 죽을 것이다.”
노나라와 위나라에서 활동했던 오기가 자신의 저서 「오자병법」에 기술한 내용으로 전쟁터에서 장수가 지녀야할 기본적인 마음가짐에 대한 내용입니다.
전쟁터에선 죽음을 각오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으며 요행히 살고자 하면 죽을 수밖에 없는 것으로, 항상 필사적인 심정으로 싸움에 임하고 겁에 질리고 우유부단한 태도를 경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당한 말씀입니다.
워낙에 유명한 병법인 동시에 지휘관이라면 시대와 상황을 막론하고 마땅히 가져야할 근본적인 마음가짐이자 전략이기에 1500년이 넘는 세월동안 동북아권은 물론이고 서구권에도 널리 알려진 명언인데, 특히 한국인들에겐 충무공 이순신이 임진왜란 때, 명량해전 전 날 그가 병사들에게 오자병법을 인용한 연설이 『난중일기(亂中日記)』를 통해 전해지며 크게 유명해졌습니다.
어제 4월 28일이 충무공탄신일이라 이 말을 떠올린 사람들이 많은 것 같은데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이 말씀을 명심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입니다.
<총선 참패 후 윤석열 대통령이 맞을 첫 고비는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에 관한 특검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개입 여부 특검 문제다.
윤 정부 후반기를 흔들 수 있는 사안들이다. 가장 큰 관심은 윤 대통령이 이 두 특검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지 여부다. 두 특검에 대한 국민 찬성은 60%를 넘는다. ‘거부권 행사 말라’는 비율은 ‘행사해야’의 3배에 달한다. 전 지역, 거의 전 연령층에서 이렇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김 여사 특검안 거부권을 행사해 역풍을 불렀다. 조국혁신당 지지자들은 “왜 조국 부인만 수사받고 김 여사는 안 받느냐”고 했다. 단순한 대비가 힘을 갖고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
많은 사람들이 ‘윤 대통령이 총선에 참패한 만큼 이번에는 거부권을 행사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윤 대통령을 잘 아는 사람들은 또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두 특검에 대한 윤 대통령의 반감은 아주 크다. 총선 결과에 명운이 달린 대통령이라면 선거를 코앞에 두고서는 아무리 격분해도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일은 하지 않고 참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한동훈 위원장과 김경률씨가 김 여사 문제를 거론했다고 한 위원장 사퇴까지 요구했다. 이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 윤 대통령 자신에 대한 평판은 물론이고 선거에 큰 악재가 될 텐데도 아랑곳하지 않을 정도로 분노가 컸다. 김 여사 관련 문제에 대한 윤 대통령의 반응은 항상 이랬다. 그러니 민주당이 김 여사 특검안을 몇 번 통과시켜도 변함없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채 상병 순직 사건도 마찬가지다. 윤 대통령이 이 문제와 관련해 민주당이 고발한 이종섭 전 국방장관을 호주 대사로 임명한 것 자체가 사건 처리 과정에 문제가 없다는 그의 인식을 보여주는 것이다. 여당 내부의 반대에도 이 전 장관을 출국시킨 것 역시 같은 흐름이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국회는 이를 재의(再議)한다.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특검안은 그대로 확정된다. 국민의힘에서 8명 이상이 특검에 찬성하면 3분의 2를 넘는다. 지금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에서 특검 찬성표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는 듯하다.
하지만 상황이 닥치면 커다란 여론 압력을 받게 될 국민의힘 의원들의 고민도 심각해질 것이다. 지금 심정적으로는 두 특검에 찬성하는 국민의힘 의원이 8명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 재의 투표는 무기명이어서 의원들 부담도 작다.
만약 국민의힘에서 특검 찬성표가 여럿 나와 특검안이 통과되면 윤 대통령은 어쩌면 총선 참패보다 더한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된다. 반대로 국민의힘에서 특검 찬성이 나오지 않아 특검이 무산되면 정권 전체가 깊은 내상을 입게 된다. 국민은 ‘진실’이 강제로 묻혔다고 생각하게 된다. 언젠가 결국 수사 대상이 되는 것은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이 내상은 다가오는 지방선거와 대선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딜레마를 벗어날 방법이 없지 않다. 윤 대통령이 결정적 순간에 두 특검을 수용하겠다고 결단하면 다른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 채 상병 순직 사건 처리 문제와 관련, 이 전 장관(혹은 윤 대통령까지)에게 직권남용 혐의가 있느냐에 대해 전문가들의 견해는 갈리고 있다.
판사들마다 판단이 다를 정도로 애매한 문제다. 현직 대통령에 대해선 기소를 할 수도 없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순직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사단장에게까지 과실치사 책임을 묻는다는 것은 지나치다는 생각인데, 이에 동의하는 국민도 많다. 이럴 때는 과감한 정치적 결단이 필요할 수 있다.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가담 여부는 문재인 정권 검찰이 당시 윤 검찰총장을 잡기 위해 샅샅이 뒤졌지만 김 여사가 주가 조작을 알고 있었다는 혐의를 찾지 못했다. 1심 판사는 다른 피의자 손모 씨에 대해 ‘주가 조작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주범 권모 씨 조차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그렇게 큰 사건이 아니라는 뜻이다. 만에 하나 특검에서 김 여사의 새로운 혐의가 나온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 이런 자세라면 못 할 일이 없다. 김 여사 디올백 문제도 법적으로는 큰 문제라고 할 수 없다. 대처를 잘못해 정치적으로 커졌을 뿐이다. 계속 대처를 잘못하면 계속 더 커진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약점’으로 이용하고 있다. 이런 경우 ‘어쩌지 못할 것’이란 예상을 깨면 ‘약점’이 ‘강점’으로 바뀔 수 있다. 김 여사 첫 특검 거부권 때도 이런 의견들이 있었지만 윤 대통령은 거부권을 택했다. 그 결과가 총선 참패다.
윤 대통령이 특검 수용 결단을 내릴 가능성은 0.1%도 안 될 것이다. 한 정치인은 ‘0′이라고 했다. 그는 필자와 같은 생각을 “몽상”이라고 했다. 하지만 ‘벼랑 끝에 매달려 있을 때 때로는 손을 놓아버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백범 김구 선생의 어록으로 기억한다.>조선일보. 양상훈 기자
출처 : 조선일보. 오피니언 [양상훈 칼럼], ‘채·김 특검 수용 결단’은 몽상인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28일 김건희 특검법을 영수회담 의제로 올려서는 안 된다는 여권 내부 주장에 대해 “민주공화국은 중전마마 눈치를 보는 나라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고 합니다.
조 대표는 “윤 대통령이 저를 만나겠다고 한다면 어떤 의제, 어떤 방식이든 다 관계없다”며 “총선 과정에서 국민들로부터 들었던 여러 가지 민심을 예의바르게, 그렇지만 단호하게 전달하고자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조 대표는 이날 전국 9개 민방 공동대담 프로그램에서 ‘영수회담을 지속적으로 이어가려면 선을 넘어서 안 된다’는 주장에 대해 “총선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고 합니다.
특히 조 대표는 “진실을 밝히고 형 사처벌 하는 데 있어 선이 어디 있나”라며 “김건희 여사 공범들은 이미 유죄판결 받았고 검찰보고서에는 김 여사와 어머니가 23억 수익을 받았다고 기록됐는데도 수사를 하지 않고 있으므로 국민들이 특검법이 필요하다 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제 정말 윤석열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똥 묻은 것들이 겨 묻을 것을 나무랄 수 있는 것은 그것을 감추려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범법자들이 국회의원이 되었다고 기고만장하는 것도 다 대통령에게 문제가 있다고 떠들면 무엇이든 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특검을 요구하면 윤석열 대통령이 그 특검을 수용해서 떳떳하게 밝히는 것이 곧 ‘필사즉생(必死則生)’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