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법정의 졸업식
감옥에 갇힌 죄수가 가장 많은 나라는 어디일까? 경제가 낙후되거나 교육 수준이 떨어지는
후진국이 아니라,세계 최강국인 미국이다.2009년 미국의 죄수는 250만명으로 198명당 1인
꼴이다.우리나라에 5배에 달할만큼 엄청나게 많다. 특히 흑인의 비율은 더 높아서 흑인 남자
10명중 1명이 감옥에 있다고 한다.세계 최강국이 이렇게 비참한 어두움을 지닌것이다.
미국의 범죄 중 70%는 마약과 관계가 있다. 마약 살 돈을 구하려고 강도를 하거나, 환각 상태
에 빠져 흉폭한 범죄를 저지른다.이러다 보니 마약에 중독되면 가벼운 범죄를 저질러도 엄한
처벌을 받고,치료를 받지 못하면 중독자가 되어 다시 중범죄를 저지르는 악순환이 계속되며
최악의 죄수 국가가 된 것이다.이문제로 고민하던 한 법관이 1989년 처벌이 아닌 치료를
중심으로 한 마약 법정을 시작했다.마약에 빠진 사람이 가벼운 범죄를 저질렀을때 형벌 대신
특별한 중독 치유 프로그램에 참가하도록 한것이다.대상자는 일정 기간 동안 상담과 마약
검사 등을 강도 높게 받고 사회 봉사 활동도 한다.성실하게 마친 뒤 마약에서 벗어 났다고
판단되면 형사 절차를 면제시켜준다.만약 이 과정을 제대로 받지 않으면 형벌을 받는다. 이 훈련에는
심리 상담사,사회 복지사, 보호 관찰관이 참여해 프로그램을 만들고 지도하며,판사가 정기적
으로 대상자를 만나 훈련 상태를 감독한다.검사와 변호사도 대립하여 다투지않고 협조해 팀을
이루는 것이 특징이다. 훈련을 마친 사람의 재법률이 현저하게 낮아 현재는 미국 전역에서
마약 법정을 운영한다.마약 법정에 관한 감동적인 필름을 본 적이 있다.마약 중독으로 범죄를
저지른 청년이프로그램을 무사히 끝내고 졸업식을 하는 장면이었다. 그가 재판받던 법정은
꽃다발과 웃음으로 가득찬 졸업식장으로 변했다.담당 판사가 따듯한 미소를 지으며 청년을
포옹하고 사회사업가인 노인이 함빡 웃으며 축하연설을 하고,보호 관찰관, 가족과 친구들이
함께했다.졸업식의 백미는 청년이 참석자 앞에서 소감을 말하는 순간이었다. 마약에 중독
되어 많은 실수를 했지만, 힘든 재활 과정을 열심히 수행하며 용기를 얻고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다고 상기된얼굴로 이야기 했다. 판사와 상담사 등 자신을 도와준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새로운 결심을 이야기할 때는 그의 부모가 눈물을 흘렸다.법원이 프로그램을 끝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졸업식을 성대하게 열어 주는 것 자체가 놀랍다.이러한 예식은 매우
중요한 치유 효과가 있다고 한다.사람들 앞에서 새로운 신념을 말함으로서 굳건히 설 수
있는 것이다.마약이나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범죄는 대부분 깊은 심리적 문제를 안고있다.
문제 해결 없이 형사 체벌만으로 재범을 막을 수 없다. 다른사람이 범죄자의 심리적 문제
를 함께 찾고,그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유도하고 도와줄 필요가
있다.범죄자가 전문가의 도움으로 힘든 훈련을 거쳐 이 능력을 키울때 개인적인 문제가
해결되고 범죄도 막을 수 있다. 이것이 마약 법정의 출발점이고 범죄 해결책이다.
재판이라면 흔히 엄한 처벌을 떠올리지만, 통념을 넘어 현실을 새롭게 본다면 와전히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재판이 처벌 절차가 아닌 치유 프로그램이고,판사가 엄한
판단자가 아니라. 상담자,교사,총감독 역할을 맡는 것이다.법의 근본 목적은 처벌이
아니라 사람을 치유하고 변화시키는데 있는게 아닐까.마약법정이 졸업식장으로 바뀐
것 처럼 재판 절차는 피고인의 생명을 되찾고 삶을 회복시키는 치유의 기회가 된다.
법정도 얼마든지 인간적인 감동이 넘치는 아름다운 장소가 될 수 있다.
애수의 소야곡 남인수
운다고 옛사랑이 오리요 만은 / 눈물로 달래보는 구슬픈 이 밤
고요히 창을 열고 별빛을 보면 / 그 누가 불러주나 휘파람 소리.
차라리 잊으리라 맹세하건만 / 못생긴 미련인가 생각하는 밤
가슴에 손을 얹고 눈을 감으면 / 애타는 숨결마저 싸늘하구나.
무엇이 사랑이고 청춘이던고 / 모두 다 흘러가면 덧없건 만은
구슬픈 이네 가슴 달랠 길 없고 / 애타는 숨결마저 싸늘하구나.